컨설턴트

2011. 7. 5. 22:524. 끄저기/끄저기

한때,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을 줄기차게 보던 시절이 있었다.
나름 문학도연하기 위해서, 아니 전공이 전공이다보니 문학도가 되기 위해서 봤지만
결론적으로 문학에 흥미를 잃는 계기가 되고 말았다.

 

우째 한다하는 문학이 되려면 하나같이 이렇게 우중충해야 할까...

 

아마도 내가 무의식적으로 소설이라는 장르를 멀리하게 했던 주범이 이상문학상이 아닐까 생각할 정도이다.

 

 

그에 반해, 최신 작가들의 글들을 봐야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들게 만든 것이     

바로 세계문학상 수상작품들이다.

 

처음 접했던 작품은, 

썩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박현욱 씨의 '아내가 결혼했다'였는데,

첫인상이 중요하다고, 나름 가벼운 글터치가 맘에 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재작년, 

내가 최고의 책이라고 평가한 정유정 씨의 '내 심장을 쏴라' 이후
세계문학상 수상작품은 해마다 사서 보는 책이 되었다.

 

2010년을 보내는 마지막 책은

2010년 세계문학상 수상작인 임성순 작가의 '컨설턴트'였다.

 

그리고 역시 세계문학상의 유쾌한 글 씨리즈에 또 빠져들 수 있었다.

 

회사 생활을 하는 나로서는 '컨설턴트'라는 제목에서

사실 조금의 거부감이 있기도 했다.
무슨 글인지 몰라도 업무 현장과는 너무나 다른,
말 그대로 허구의 회사 생활이 나열되어 있지 않을까 했지만
그런 선입견은 첫장부터 완전히 깨져버렸고,

빠르게 전개되는 상상치 못한 이야기 전개에 흠뻑 빠져버렸다.

 

책 뒷편 표지의 심사평에는 "자살을 가장한 타살을 일삼는 사회나 구조에 대한 비판", "진지함", "깊이"등의 구문이 나열되어 있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이 작품은 구태여 이렇게까지 심각하지 않으며
작가 역시도 "과연 이런 사회 구조에서 '어쩔 수 없다', '아무 책임이 없다'고 하는 우리가 죄를 짓지 않고 사는 것인지 묻고 싶다"라고 얘기하고 있지만
나는 오히려 이 작품의 가치가 작가 스스로 가지고 있는 무거운 주제의식이 너무나 하늘하늘한 글로 표현되었다는데 두고 싶다.

 

또한 이 글의 결말은 뭐라 말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오랜만에
"암 그렇지, 이렇게 끝나는거지"라고 혼잣말을 하게 만들정도로 딱 맞아 떨어지는 결말이었다.

우리 와이프는 결말이 영 아니라고 하던데, 역시 사람마다 보는 눈이 틀리긴 한거 같다.
(반면에 우리 와이프가 결말이 괜찮다고 했던 '아내가 결혼했다'는 내가 영 아니올시다로 느끼고 있다.)

 

너무나도 책을 읽지 않았던 2010년,
그러나 마지막에 즐겁게 읽은, 그래서 즐거운 연말을 보낼수 있게한 즐거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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