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산책시키는 남자

2012. 7. 28. 02:174. 끄저기/끄저기

2012년 세계문학상 수상작은 아마도 수상작품 자체보다 전민식이라는 작가 자체에 포커싱이 가지 않았을까 싶다.

말그대로 칠전팔기의 전형을 보여주는 작가 전민식의 개인 스토리.

 

대필작가로 전전긍긍하면서도 글 쓰기를 포기하지 않은 집념도 집념이지만
그 기나긴 시간동안 글쓰기에 몰두하면서 포기해야 했을 많은 의무와 가능성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고, 
아마도 그의 수상소감의 제목인 '나는 나쁜 남자다'라는 말에 공명할 수 있었던 것은 너무나도 가혹하기만한 21세기 초반의 대한민국에서
남편이자 아버지로서 살아야 했던 작가의 무명시절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러한 공명을 느낄만한 단서가 작가의 소감 외에 정작 작품 자체에서 느껴지지 못했다.

 

1. 오버 플레이


   2011년과 2012년의 세계문학상 수상작들을 뒤늦게 몰아서 읽어서인지, 2011년과 2012년 세계문학상의 공통점이 느껴진다.
   그것은 작품보다 더 두드러져 보이는 심사평의 오버플레이다. 

   우선 이 책의 띠지에도 나와 있는

   '상처 입은 존재들이 패배 속에서 만들어내는 가슴 시린 치유의 풍경'이라는 문구,
   그리고, 

   '마지막 장을 덮은 뒤에도 인물들의 잔상이 남아 있는 등 '양감'이 있는 작품'이라는

   문구.
  
   마지막 장을 넘긴후 읽게되는 서평이 마치 고른 치아 사이를 비집고 올라옷 덧니가

   혀끝에 걸린것처럼 불쾌감을 만들어낸다. 
   그러니 설령 정말 그 인물들의 잔상이 남기는 '양감'을 느꼈다 하더라도

   그 '양감'을 느끼려는 찰나에 삐죽 튀어나온 날카로운 돌에 

   타이어가 펑크나는 듯한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이런 뚱딴지같은 평가를 읽고보니 내가 할 수 있는 다음의 액션은 딱 이거였다.
   그 가슴시리다는 치유의 풍경을 찾아보기 위해 책을 다시 되넘겨 보는 것!!!

 

   하지만 가슴시린 치유의 풍경은 끝내 찾아지지 않았다.

   삼손이 주인공에게 안내한 자살방지 사이트의 회원모임이 그것일까?
   한때는 자살을 생각했었던 사람들, 불행한 사고로 사랑하는 이들을

   먼저 떠나보냈으나, 윤회와 친족성으로 그 아픔을 극복하고

   다른 이들에게 이를 알려 극복을 도와주고자 하는 그것?
  

   아니면, 은주의 일화?
   역할대행 의뢰자로 만났지만 은주의 아픔을 보듬어주는 그것?
  

   아니면, 작은형의 모습?
   한가족이지만 다르게 태어나 지독하게 자신의 인생을 견뎌내야 했던 작은형?
   아니면, 몽몽 원장? 미향이?
  
   도대체 어디에 가슴 시린 치유의 풍경이 있다는거야?????


   미안하지만 위의 화소 하나하나가 마무리되는 내용에서 절대 '치유'의 내용은 나오지 않는다.

   좌절이 나오지... 삼손이 안내한 자살방지 사이트는 주인공에게 거부당하고
   은주는 결국 자살했고, 작은형도 결국 죽었고....

   그리고 이러한 좌절의 이야기 하나하나는 주인공이 겪게되는 결론의 맥락과 맞아떨어진다.
   결국 이야기 전체는 오히려 '희망 그러나 좌절'이라는 측면에서 일관성을 보임에도
   엉뚱하게 등장한 '치유의 풍경'이라는 심사평이 오히려 작품 자체를 망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2. '개를 산책시킨다.'는 모티브에 주목한다면?

   그러다보니 오히려 나같은 일반 독자가 제대로 된 평가를 해줘야겠다는 의무감이 생긴다.
   세계문학상 같은 이런 문학상의 수상작에게는 제대로 된 평가가 최소한의 예의 아닐까?
  
   이 이야기에 대한 정당한 평가는 오히려 다음과 같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개의 목줄이다.
   개와 나를 이어주는 목줄은 마치 개를 통제하는 수단인것 같지만 그것은 오히려 주인공의 생명줄이기도 하다.
  
   초반에 여러마리의 개를 통제하지 못하여 발생하는 사고는 결국 주인공의 엉클어진 삶과 그대로 동일한 맥락으로 읽힌다.
   그리고 이어지는 수많은 일화들! - 이 작품에서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많은 일화들이 난립하고 있다.
   그 일화들 하나하나는 주인공에게는 '제멋대로 구는, 하지만 내 생계의 기둥이 되는 개'나 다름 아닌 등치 공식이 있다.
  
   의지에 의해서 통제할 수 있을 듯 하지만, 의지대로 통제되지 않는,
   자기들끼리 얽히고 설켜 버리는 개줄처럼 상황에 끌려만 다니는 주인공의 모습.
   그러다가 만나게 되는 부잣집 개 '라마'.

   그 줄의 끝에 묶여 있는 그 '라마'라는 개가 가져다주는 달콤한 경제적 풍요와
   그 경제적 풍요가 늘어날수록 그 줄을 잡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되뇌는 주인공의 모습.
   하지만 그 목줄을 대신할 수 있는 신뢰의 줄이 형성되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풀어진 목줄과 함께 원상태로 복원되는 주인공의 상태.
  
   전체 이야기를 일맥상통하는 이 구조는 바로 이 이야기의 제목이 왜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인지를 말해주고 있고,
   왜 이 이야기가 '전민식'이라는 작가에 의해 씌어졌는지를 아주 선명하게 말해주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내가 전민식 작가에게 헌정하는 평가는 다음과 같다.
  
   "상처 입은 존재들, 치유의 틈도 없이 덧입혀지는 아픈 상처들,
    그러나 희망을 끈을 놓지 않으려는 지리멸렬한 인생들이 뿜어내는 생존의 에너지.
    작가가 등장시키는 다양한 이야기를 관통하는 삶의 공식에서 말 그대로 '산다는 것의 위대함'이 읽히는 수작이다."

   
3. 만화경

   이 작품에는 많은 주변인물들과 에피소드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앞서 언급한대로 '개를 산책시키는...'이라는 모티브와 연관성을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연관성은 그닥 강하게 느껴지지 않고
   그러다보니 전반적으로 산만함이 느껴졌던 것이 작품의 가장 큰 단점이라 생각한다.
  
   심사평에서 이른바 '양감'이 느껴진다고 했던 결말부에는 세가지 에피소드가 나온다.

   ('양감'이라는 평가도 어줍잖다고 느끼지만, 일단, 심사평의 문제는 앞에서 얘기했으니 더 이상 언급하지는 않겠다.)
   
   몽몽원장 면회, 진주가 보낸 문자,
   삼손과 미향이 타고 있는 차에 다시 오르는 주인공이 반드시 '라마'라고 확신하는 개를 보는 일.
  
   그렇다면 이 세가지 사건은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매조지하는 작가의 의도가 녹아있는 부분이라고 아니할 수 없음에도
   그 연결고리가 도대체 힘이 들어가 있지 못하다.  

   '진주'라는 인물은 비록 소설의 시발점을 만들어준 인물이긴 하나,
   작가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그 이상 어떤 이야기상의 전화점이나 체크포인트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하여 마지막에 볼드체로 나오는 그녀의 문자는 '폼은 나지만 하등 쓸모없는' 코끼리의 어금니처럼만 느껴진다.
  
   몽몽원장의 스토리도 마찬가지,

   마치 라마의 주인 '미라'와 주인공에게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등장시킨 듯 보이는 이 캐릭터에는

   작가의 의도처럼 그렇게 입체감을 만들어주는 사건이 등장하지 않는다.  미향과 엮이는 부분에서는 개화기 소설의 향기까지 난다.

   그러다가 말미에서 그의 실제 이름을 등장시키는데서는 엉뚱한 어색함만이 선명하게 빛을 발하고 있다.
   
   그나마 삼손의 차에 다시 올라타는 주인공의 눈에 '라마'가 다시 눈에 띄는 일,

   그리고 그 개가 '라마'일지는 확실하지 않으나 주인공이 그렇게 믿는 부분, 
   이 부분은 책을 덮은 이후에도 등장인물들이 자신들의 세계에서  다시 동일한 이야기, 동일한 일상의 반복을 진행할 것이라는 점을

   선명하게 드러낸다는 점에서 훌륭한 결말이었다고 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작가의 삶에 대한 관점이 확실함에도 그 줄기에 힘을 주입하는 부분이 실패하면서
   작품 전체가 만화경으로 느껴진다는 아쉬움이 이 작품을 대하는데 진하게 느껴졌던 아쉬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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