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7. 28. 05:03ㆍ4. 끄저기/끄저기
관람일시 : 2012년 7월 27일 23시
관람장소 : 구로CGV
바로 엊그제 회사동료들과 술한잔 하는 자리에서 있었던 일이다.
영화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 대한 얘기로 술자리의 얘기가 시작됐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이런 얘기가 있었다.
배트맨이 모는 헬기가 등장하는데, 원래 비행기든 헬기든 공중을 날기 위해서 포기해야 하는게 '장갑'인데
그 중에서도 제일 취약한 프로펠러 부분에 공격을 받았는데도 끄덕없는 모습에서 리얼리티가 떨어졌다는 단점이 있었다는....
그래서 내가 이런 얘기를 했다.
원래 배트맨 이라는 영화 자체가 리얼리티가 없는 영환데
그 영화의 개별 사건 하나하나에 리얼리티의 잣대를 들이대는건 의미가 없는 거 아니냐.
물론 웃자고 한 얘기였다.
그리고 이틀 후 본 영화에서 동일한 구도를 발견했다.
이것 역시 충분히 웃자고 하기위해 써먹을 수 있는 구도일 것 같다.
우리 사회가 받쳐준다면 말이다.
Text 자체는 예나지금이나 죄가 없다.
항상 Text가 문제가 되는 것은 그 Text를 둘러싼 Context의 토양이 어떠냐에 달려있다.
1. '두개의 문'이 상징하는 것.
용산 재개발지구 남일당 건물. 망루가 있는 옥상으로 올라가는 두 개의 문이 있었다.
그러나 '진압'을 위해 투입된 경찰특공대는 어느 문을 통해 올라가야 망루가 있는 옥상으로 연결되는지도 몰랐다.
경찰특공대는 1986년 아시안 게임과
1988년 올림픽에 대비해 대 테러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창립된 부대이다.
즉, 경찰특공대가 투입된다는 것은 일반경찰사건,
일반형사사건 이상의 전문대응을 필요로 하는 사건이
발생했음을 의미하고 따라서 철저한 사전준비와
전문가적인 대처가 차원이 달라야 하는 사건임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런 부대가 어느쪽 문이 경로인지에 대한
너무나 기본적인 정보조차 모른채로 투입되었다.
영화 '두개의 문'은 바로 이 지점을 중심으로 풀어나간
다큐멘터리이다.
왜? 경.찰.특.공.대는 경.로.정.보조.차. 습.득.하.지.
않.은.채.로. 진.압.을. 시.작.했.을.까?
따라서 여러가지 정보의 한계에도, 더더군다나 군대라는 집단의 생리에 익숙하지 않을 것이 분명한 여자 감독들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다큐멘터리는 시종일관 경찰특공대의 시점을 따라가려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노력 덕분에 이 다큐멘터리는 더더욱 관객들의 공감을 끌어내는데 성공했다고 생각된다.
2. 한순간 써먹기 위한 돼지들.
내가 군대에 있던 시절, 한 번은 중대장이 토요일 정신교육 시간에 이런 얘기를 했다.
"군인은 돼지와 같은 거다. 돼지가 소처럼 농사를 짓냐? 아니면 닭처럼 알을 낳아주냐? 고기를 한 번 얻기 위해 키우는 거다.
왜 너희들을 국가가 옷을 주고 먹여주는 줄 아냐? 전쟁이라는 상황에 한 번 써먹기 위한 거다."
나는 이 얘기를 들었을 때, 중대장의 수준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긴... 군대 있을 때, 대부분의 장교, 하사관들의 수준은 병들 수준에 한참 못미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하지만 오죽 함량이 미달인 장교가 자신의 사병들에게 이런 얘기를 할까?
설령 그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과연 자신의 부하에게 이런 얘기를 한다면 과연 어느 부하가 그 지휘관의 명령을 목숨을 걸고 따를 수 있겠는가?
그게 20년 전이다.
그리고 그와 별달리 나아지지 않은 현상이 이 사회 곳곳에 만연하고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이 다큐멘터리에서도 그 모습은 그대로 나온다.
남일당 현장에 있던 철거민들에 대한 배려따위? 이 다큐멘터리의 시각은 그처럼 고상한걸 추구하는게 아니다.
현장에 경찰특공대의 투입을 결정하고 지휘한 지휘관들은 현장에 투입되는 특공대원들의 안전조차 아무런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왜냐구? 돼지거든~
답은 명확하다. 20년전 내가 군대에 있을때나, 지금이나
아니 이곳 한반도라는 땅덩어리에 사람이 모여 살았을 아주 옛날로 거슬러 올라간 그 때부터
이땅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내가 아닌 남, 아랫것들에 대한 코딱지만큼의 배려없음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주도권을 잡아왔다.
(그것에 길들여진 노예들이 주도권을 헌납해 왔다는 표현도 성립된다.)
그 문제는 스크린을 넘어 관객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 문제이다.
말도 안되는 일이 버젓이 반복되어 벌어지고 있는 이유는 정권이 야만적이어서가 아니다.
박진 씨께서 얘기하듯이 국민이 그 수준을 용납하기 때문이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 그것이 남의 일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고, 그게 자신의 영역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국 그 결과 자신의 영역이 침범당했을 때, 그래서 이건 아니라고 소리치고 일어났을 때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나는 이러한 일이 언제까지 반복될지가 두렵기만 하다.
3. 충분히 웃자고 하기위해 써먹을 수 있는 구도?
영화 말미에 박성훈 칼라TV PD께서 하신 얘기가,
결국 내가 이 영화를 보기 시작하면서 느낀 감정을 그대로 정리해 주었다.
그 얘기가 결국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 리얼리티 얘기가 얼마나 의미없는지를 얘기하는것과 같은 맥락이다.
누가 불을 질렀네 마네, 유족허락 없이 부검을 했네마네, 검찰이 자료를 공개하네 마네, 법과 질서를 수호하네 마네....
수많은 논쟁거리가 등장하지만 이건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 뭐가 리얼리티가 있네 마네와 별다를 바 없는 얘기다.
자본주의,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국가에서 누군가 자신의 이익을 주장하기 위해 소리를 지르고 있다면
국가는 그 얘기를 귀기울여 들어야 할 의무가 있다.
국가가 그 의무를 헌신짝처럼 내버렸는데 !
국가의 존재 의미라는 대전제가 무너졌는데 !!
처음부터 끝까지, 1부터 무한대까지, 존재의 목적 자체가 국민의 보호에 있는 국가가 국민에게 큰 소리를 치는 무뢰배로 변해버렸는데 !!!
누가 불을 질렀네 마네, 유족허락 없이 부검을 했네마네, 검찰이 자료를 공개하네 마네, 법과 질서를 수호하네 마네....
웃기는 얘기지...
Text 자체는 예나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자신의 이익이 침범당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특히 그것이 생존마저 위협당하는 상황이라면
누구나 망루에 올라 화염병을 던지고, 지렁이 꿈틀하는 정도의 저항을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Text를 둘러싼 Context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살아내려오느냐, 죽어내려오느냐는
그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이 어떤 인간들이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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