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어 3탄 - 튀어!!

2012. 7. 15. 17:544. 끄저기/끄저기

관람일시 : 2012년 7월 12일 20시

관람장소 : 신도림 테크노마트 11층 프라임아트홀

 

'국민연극'이라는 호칭이 붙어 있는 연극 '라이어 라이어'

총 세 편의 라이어 중 3탄을 회사의 팀 행사로 보게 되었다.


이제 팀 행사로 이런 연극 공연을 볼 수 있을만큼 회사의 회식 문화에도 많은 발전이 있었다. 감사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또 하나 놀라웠던 것은 항상 대학로에나 가야 볼 수 있을거라 생각했던 연극공연이
우리 회사에서 너무나도 가까운 거리에 있는 '신도림'에서도 볼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제법 연극 좀 보고 사노라고 얘기하는 나였지만 정말 생각도 못했던 공연 장소에
한 편으로는 멀리 대학로까지 갈 필요가 없겠구나 하는 기쁨과 함께,
한 편으로는 대학로부터 광장시장까지 이어지는 거리를 걷는 일이 사라질지도 모르겠다는 아쉬움이 느껴졌다.

 

1. '국민연극'의 이유
   연극 '라이어라이어'는 국민 연극이라 일컬어진다.
   비록 토종연극은 아니지만, 아마도 척박한 대한민국 연극계에
   이만한 오픈런과 이만한 관객동원, 이만한 인기를 끌었던 연극이 없었기 때문이리라.
  
   나 역시 그러한 평가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요즘이야 학교의 교과과정이 어떻게 변했는지 모르겠지만
   천지개벽 수준의 변화가 있었던것이 아닌 담에야는
   여전히 매학년 국어교과서에 희곡이 등장할 것이고,
   여전히 새로운 세대들이 저마다 배역을 나누고 소품을 꾸미고, 대사를 외우고

   교실의 작은 무대에서 공연을 계속하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도 연극이라는 장르는 취약한 대중성을 가지고 있다.
  
   아마도 학생 시절에 누구나 한 번쯤 해 본 연극의 경험이,
   마치 누구나 할 수 있고, 누구나 할 수 있기 때문에 돈을 내고 보기에는 아깝다는 식의
   잘못된 대중의식을 만들고 있는게 아닐까...
  
   어쨌든 주변에서 정기적으로 영화를 보듯이 연극을 보는 사람을 찾기란

   여전히 하늘의 별따기와 같고,
   연극 얘기를 하면 뭔가 고급 예술을 즐기는 듯한 모습으로 오해받기가 쉽상인게

   아직까지의 대중의 분위기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라이어'라는 연극은 연극이란 장르에 아무런 관심도 없거나

   연극이라는 장르에 접근하는데 부담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처음 연극이라는 장르를 접하게 하는데 무난한 연극이라 할 수 있다. 
   

   아마도 이 연극이 팀 회식 행사에 선택된 것도 꼭 의식해서는 아니겠지만 이 행사를 선택한 사원들의 이런 센스가 있었기 때문 아니었을까 싶다.
  
   예상대로 연극이 공연되는 90분 내내 박장대소하는 팀원들이 끊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공연이 모두 끝난 후 이런 얘기, 저런 얘기들이 있는 것으로 보아
   여전히 연극이라는 장르가 대중에게 접근되기에는 쉽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인 것 같다.
  
   만약 내게 기회가 된다면
   팀원들을 한 번, 정말 연극만이 제공해주는 카타르시스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그런 연극
   예를 들어 '염쟁이 유씨'나, '눈먼 아비에게 길을 묻다.'와 같은 연극공연에 한 번 끌고 가야 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2. 설정과 대사와 배우들의 에너지.
   사실 '라이어'와 같은 연극은 전혀 스포일러 걱정 없이 리뷰를 쓸 수 있는 연극이라 할 수 있다.
   내가 여기다가 라이어 3탄의 줄거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세세하게 적는다 한 들,
   그것은 직접 가서 보게되는 라이어와는 전혀 다른 내용에 지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다.
   이 연극에는 '스토리'가 없기 때문이다.
  
   스토리가 자리를 비운 무대위를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은
   쉴새없는 상황의 변화와 현란한 대사의 난무,
   그리고 운이 좋다면 그처럼 차고 넘치는 상황과 대사를 남김없이 흡수하고 발산해내는 역동적인 배우들의 에너지이다.
  
   연극 '라이어'는 딱 거기까지, 그리고 그것을 목적으로 하는 연극이다.
  
   물론 아쉬움이 없지는 않다.
   정작 연극이 끝나고, 그 시간동안 왠만한 다른 연극들에 비교해서 2~3배는 박장대소를 했음에도
   무엇을 얘기해야 하고, 무엇을 나눠야 할지, 내 마음속에 남겨진 것이 무엇인지 말할 수 있을만한게 전혀 없다. 
   이건 사실 영화관람 이후에 느껴지는 상황 및 감정과 그리 큰 차이가 없는 느낌이다.
   아마 이게 대중성이라는 코드인 걸까?
  
   애초에 이 연극을 접할 때 카타르시스 따위를 기대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연극이 끝난 후 시집을 한 권 읽은 듯한 감수성의 고양 따위를 기대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리라.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스토리가 없음에 '딱 거기까지인 연극'이라고 평가하기 보다는
   '배우들 하나하나가 뿜어내는 에너지를 즐기는 연극' 으로 평가하는 것이
   라이어 3탄을 비롯한 이런 종류의 연극에 대한 정당한 접근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만약 당신이 연극 '라이어'를 보러간다면 당신이 갖추어야 할 준비는 '즐길 준비'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거기다가 '거짓이 횡행하는 사회에 대한 풍자'와 같은 시답지 않은 의미따위는 부여할 필요가 전혀 없다.
   그냥 그 자리에 앉아 배우들이 쏟아내는 땀만큼이나 열정적인 에너지를 느끼고 즐기면 그만이고, 

   이 연극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연극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  
   
3. 소.극.장.
   워낙 의외의 장소에서 관람한 공연이다보니 장소에 대한 얘기를 쓰지 않을 수 없다.
   앞서 관람평에서도 그런 얘기를 했지만 대학로 소극장에 가면 불편한 엉덩이를 꼼지락대면서도,
   소극장용 엉덩이를 키워야 할 내 몫의 노력을 잊지 않고 있다.
  
   그건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열연을 하는 배우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곳 신도림 공연장은 대학로의 보통 소극장에 비하면  정말 시설도 좋고, 자리도 편한 그런 공연장이었다.
   물론 규모도 소극장이 아닌 중극장이었다.
  
   문제는 공연장에서 무대에 대한 배려를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관객에 대한 배려는 충분하고 차고 넘칠 지경이었으나
   너무나 정형화되어 있는 무대는 딱 민방위, 예비군 훈련 목적의 강연장 이상도 이하도 아닌듯 보였다.
  
   시종일관 배우들이 뿜어내는 에너지를 이 무대가 다 잡아먹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번에 공연을 한 연극팀이 이 곳을 근거지로 하는 극단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좀 안됐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처음에는 가까운 곳에 공연장이 있다는 정보를 들은 탓에
   앞으로 그 멀리 대학로까지 안가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같은 공연이라도 되도록 대학로를 포기하지 않으리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공연장 입구 포토존에서 설정샷 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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