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의 인도 출장 - 1. 확~ 바뀐 인도

2013. 4. 28. 00:584. 끄저기/끄저기

1. 출장 사양

 

   회사에서 출장 한 번 가는게 소원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도 신입 사원들은 어떻게든 출장 기회를 잡으려 하는 것을 보면,

   아마도 직장인들에게 출장은 일종의 로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런 로망은 정말 순식간에 깨져버린다.

 

   이젠 출장은 정말 사양하고 싶은 일 중 하나이다. 

   팀에 무럭 무럭 크고 있는 어린 것(?)들이 많으니 아마 앞으로는 더 이상 출장을 가지 않아도 될 거라는 희망을 갖고 있긴 하다. ^^;;;

 

항상 출장을 가게 될 때마다 나를 힘들게 하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사랑하는 안쥔과 이별을 해야 한다는 거.

두 번째는 비행기 여행의 불편함이다.

 

8년 전인 2005년 4월, 인도 출장 당시에는 6개월 간을 인도에 있어야 했고, 반년 동안 안쥔과 생이별을 해야 했다.

지금 아마 그렇게 다시 갔다 오라고 하면 못 갈거 같다.

 

이번 출장은 고작 2주.

그나마 지금은 경비 절감의 문제로 출장기간이 많이 짧아진 것에 대해 감사할 뿐이다. 

 

하지만 기간이 짧다고 해도 여전히 안쥔과 떨어져야 하는 순간은 괴롭기만 하다. 

 

비가 추적 추적 내리던 4월 6일 저녁. 인천 공항에서 델리행 아시아나 항공의 탑승을 기다리고 있었다.

 

도착 예정 시간은 현지 시간 새벽 1시.

인도까지의 시차가 3시간 반이니 약 8시간 반 정도 거리이다.

왜 대한민국 비행기들은 이렇게 야행성이 많은지....

 

 

2. 확~ 바뀐 인디라 간디 국제 공항

    이번 출장을 통해 8년전과는 너무나도 달라진 인도의 모습을 많이 보았다.

 

 

                                                        델리 인디라 간디 국제공항 입국심사장.

                                                        8년 전, 과연 이게 국제 공항이 맞는지 의심스러웠던 초라한 공항은 온데간데 없어졌고,

                                                        국제공항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멋진 공항이 들어섰다.

                                                        탄다바의 손 모양을 따온 듯 보이는 장식이 인상적이다.

                                                        

 

 

 

                                      인디라 간디 국제공항의 출국장 면세점 풍경

                                      8년 전에는 국제 공항임에도 불구하고 화장실을 쓰기 위해 화장실 앞에 버티고 선 잡부에게 동전을 쥐어줘야 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지금의 인디라 간디 국제 공항은 왠만한 선진국의 국제 공항들과 비교해서 손색이 없었다.

 

                                      인디라 간디 국제 공항에 갈 때 주의해야 할 점이 하나 있다.(출국시)

                                      출국시 공항 안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이티켓을 반드시 종이로 출력하여 여권과 함께

                                      출국장 입구마다 버티고 선 군인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티켓 출력물을 챙기지 않았던 나는 출국장 입구에서

                                      군인들이 갖다준 아시아나 항공 출국예정자 명단 전산 용지에서 내 이름을 찾아서 증명해 줘야 했다.

                                      물론 어려운 일은 아니었지만, 성가시게 이런저런 얘기를 해야 했고, 그만큼 시간도 오래 기다려야 했다.

 

                                      출국장 안에는 이런 저런 편의시설이 많아 불편한 건 없었지만

                                      아시아나 항공 탑승구가 저 넓은 공항의 맨 구석에 있었다는 건 상당히 불편했다.

                                      뭔가 목이 마르면 매점들이 몰려 있는 곳 까지는 너무 멀어서  결국 가까이 있는 자판기를 이용해야 하는데

                                      자판기에 들어갈 수 있는 돈은 최고가 50루피였다.

                                      100루피짜리만 가지고 있었던 나는 자판기조차 사용하지 못하고, 물한잔 사기 위해 멀리 판매점이 다시 걸어갔다 와야 했다.

 

                                      

 

3. 발전하는 인도.                

    출장지인 노이다에 도착하고 나서, 그리고 출, 퇴근을 반복하며, 세 가지의 주요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첫째는 맑아진 공기였다.

              8년 전 유증기가 가득 들어찬 매캐한 공기는 더 이상 없었다.

              알고 보니 델리의 모든 버스가 가스엔진으로 교체되었다고 한다.

 

    둘째는 소가 많이 줄었다는 점.

              화단마다 철책이 쳐져 있어서 화단과 도로를 망치던 소들이 많이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물론 현지인들 얘기로는 이번 내 숙소가 회사와 가까운 부자들 지역에 있었기 때문에 소를 볼 기회가 많지 않은 것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일요일에 중심가로 나간 적이 있었는데, 8년 전과는 확실히 많이 줄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소를 자주 볼 수는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셋째는 마치 7~80년대 우리나라 건설경기 붐을 보는 듯한 노이다의 모습이었다.

 

                                               노이다는 공사중 - 곳곳에 거대한 건물과 아파트들이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는 노이다.

                                               발전하고 있는 인도의 모습을 집약에 놓은 듯한 인상을 많이 받았다.   

                                                

                                   노이다와 델리를 잇는 하이웨이 - 아직은 여기저기 공사중이긴 하지만 상당 구간에 이렇게 시원스럽게 넓은 길도 많이 들어섰다.

 

                                   8년 전, 타지마할을 보기 위해 아고라까지 4시간을 엉금엉금 달려갔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두 시간이면 갈 수 있는 고속도로가 뚫렸다는 말을 들었다.

 

인도에 출장가던 즈음, 한국에는 인도에 대한 안 좋은 뉴스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올라오고 있었다.

나는 물론 류시화 류의 인도 신비화에 대한 거부감도 상당하지만,

이런 저런 인도의 성범죄를 대서특필하던 언론들도 상당히 천박하다고 느낀다.

(인구규모로 따져보나 경제 규모로 따져보나 법적 처분으로 따져보나 솔직히 한국은 외국의 성범죄에 대해 뭐라 말할 자격이 없는 나라이다.)

 

인도 역시 사람이 사는 나라이고,

나라 또는 집단을 판단할 때, 국민성과 같은 집단주의적 가치는 사실을 판단하는데 장애가 될 뿐이다.

나는 때가 때인만큼 오히려 인도에서 나를 걱정해 주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오히려 외국인들은 Korea(South & North)가 사람이 살만한 곳이 아니라고 느끼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러한 편견을 받고 사는 Korea에서 편견 문화가 판치는 것을 보면 참 아이러니 하다고 느낄 뿐이다.

 

어쨌든, 8년 만에 다시 찾은 인도는 당시의 내가 지금의 나와는 많은 점에 있어서 달라졌듯이,

상당히 발전하고 새로워진 모습을 나에게 많이 보여주었고, 그래서 나름 즐거운 인도에서의 2주일을 보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