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3. 16. 00:48ㆍ4. 끄저기/끄저기
이 책은 '살인'이라는 행동 중에서도 '연쇄살인'이라는 특이 범죄 유형에 대해 정리한 대한민국 연쇄살인 사례 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나는 이러한 범죄학에 대한 관심이나 지식이 전혀 없다.
다만 2012년 12월 이후, 원래 자신의 전문분야에서 나와 이 사회에 목소리를 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린, 표창원 교수님에 대한 심리적인 부채감이 이 책을 선택하게 만들었다.
1. 대한민국 연쇄살인 사례보고서
책에서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대한민국에서 벌어졌던
연쇄살인에 대한 사례 정리이다.
한국 최초의 연쇄살인사건으로 평가받는 1921년 조선인 이판능의
17건의 살인사건을 비롯하여, 1970년대 ~ 2000년대 그 유명한
유영철 사건까지 10년 단위로 대한민국에서 발생한 연쇄 살인사건이
나열되어 있다.
각 사건은 범행의 내용, 범인의 검거 과정, 범행 동기, 범인의 성장
환경 및 심리 분석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다만 일반인들에게 '화성연쇄살인'사건으로 알려져 있는 '경기남부
부녀자 연쇄살인 추정 사건'의 경우 범인이 잡히지 않아
표창원 교수님의 프로파일링으로 범인을 추정하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다.
2. 대한민국 연쇄살인의 정의
전혀 관심분야가 아니더라도 책을 통한 간접 경험으로 생각지 못했던 디테일한 내용들을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값진 경험을 하게 된다.
이 책 역시 그런 측면에서 가치가 있었는데, 바로 그 단적인 예가 연쇄 살인의 정의에 대한 내용이다.
연쇄살인의 정의를 내리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특정 사건 현장에서 그 사건이 연쇄 살인사건의 시초일지, 또는 미제 살인사건과 연관된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불특정 추가 피해자를 예방하는데 있어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나로서는 그저 사전에 의미 설명 이상으로는 생각하지 못했던 그 개념의 한정이 치안현장에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새삼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한편 비록 사람은 개개인마다 특성이 있긴 하지만, 하나의 언어 및 문화를 공유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이른바 '국민성'이라는 요소 역시
사람의 판단경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따라서 연쇄살인은 한국 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발생하지만, 한국에서 한국의 상황에 맞는 연쇄 살인의 개념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할 수 있다.
책에서 표창원 교수님은 "일반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살인의 동기나 계산 없이, 살인에 이르는 흥분 상태가 소멸될 정도의 시간적 공백을 두고,
2회 이상 살인을 저지르는 행위'로서 한국형 연쇄살인 사건을 정의하고 있다.
3. 왜 연쇄살인범이 되는가?
개인적으로 흥미를 두고 읽었던 부분이 어떤 사람이 왜 연쇄살인범이 되는가에 대해 기록한 2장의 짧은 내용이었다.
범죄자의 성향이 유전한다는 생래적 범죄자 이론은 일전에 읽은 '프로파일링'이라는 책에서도 다뤄진 바 있고,
오늘날엔 말도 안되는 얘기임을 알고는 있지만, 세로토닌이라는 뇌신경 전달 물질의 분비 저하가 공격적 성향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가설은
자못 인상 깊은 부분이었다.
어린 시절의 학대 경험은 범죄 드라마나 스릴러 물 등에서 자주 다뤄지는 내용인것 같다.
그만큼 인격이 형성되고, 기본적인 안정감이 보장되어야 할 어린 시절이 부모의 학대와 사회의 무관심에 방치된다면, 그 책임을 결국 사회가 함께
짊어져야 한다는 점은 사회 공동체가 분명히 알고 있어야 할 내용인 것 같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묘사하는 지능적, 천재적, 지적 연쇄살인범의 이미지는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져 있다는 것 역시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표창원 교수님의 말마따나 영화나 드라마가 만들어낸 비현실적인 연쇄살인범의 이미지로 인해 지나친 공포가 확산되고, 여론의 압력으로 인해
수사 방향에 혼선이 초래되는 문제는 발생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왜 연쇄살인범이 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 매우 중요함에 반해 내용은 그다지 충실하게 다뤄지지 않고 있는것 같다.
연쇄 살인은 그 정의에도 언급되었듯이 뚜렷한 동기나 계산이 없는 것이다.
즉, 연쇄살인의범을 예측할 수 있다면 다수의 불특정 피해자를 범죄로부터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므로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아마 치안현장에서는 이 점에 대해 치열한 고민이 진행중일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그 원인을 추정하기가 여전히 매우 어려울 것임은 십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범죄 수사 드라마나 영화가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고, 뉴스에서도 살인사건 뉴스는 중요한 꼭지로 다뤄진다는 것을 볼 때,살인사건이 대중에게 불러일으키는 흥미요소가 상당하는 것은 충분히 알 수 있다. 게다가 그것이 연쇄살인사건이라면 오죽하겠는가?
강력범죄가 발생하고 그 범인이 검거되었을 때 그 범인을 엄하게 처벌하는 것은 물론 중요한 일이겠지만, 그것만으로 할 일이 다 되었고, 게임은 끝났다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가해자, 피해자, 피해자 가족들의 상처 그리고 치안현장의 담당자 분들의 수고 및 공동체에 발생했을 공동체 의식의 균열등을 비용으로 환산한다면 그것이 얼마나 어마어마 할지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이러한 사건들이 흥미로서만 다뤄지고, 예방으로까지 연결되지 않는다면 그건 심각한 공동체의 비용 및 의식 낭비일 수밖에 없다.
이 책의 초판이 나온 것이 2005년 6월이고 2013년 8월에 25쇄가 발행되었으니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책임을 알 수 있다.
혹시라도 이 책을 접하게 되는 분이 있다면 개별 사건에 대한 흥미적인 접근보다도, 어떻게 하면 이런 일들이 다시 발생하지 않을까를 한 번 같이 고민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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