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크런치의 우리말 다짐

2015. 3. 25. 21:013. 천문뉴스/빅크런치의 우리말 다짐

취미로 미국이나 유럽의 천문 뉴스를 번역한지 7년 반이 되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해를 거듭하며 아쉬운 게 있습니다.

바로 우리의 단어가 너무 빈약하다는 것입니다.

 

천문학이나 우주항공 산업에 있어서 우리 나라는 분명 선진국이 아닙니다.
따라서 새로운 용어와 개념을 정립하고 개척해 나가는데 있어 아직 한계가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이미 우리에게 있는 명사들도 우리 스스로 소중히 여기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는 것입니다.

 

하여 저는 오늘 한 가지 다짐을 하기로 했습니다.

 

글들을 번역할 때, 되도록 우리 말을 살리는 번역을 하고, 자연스러운 우리 말을 만들어보는 노력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특히 뜻 문자인 한자어를 되도록 쓰지 않고자 합니다.

우리 말의 본성은 소리 글자입니다.
그런데 자체가 의미를 지닌 음절 하나하나를 이어붙여 의미를 포개버리는 뜻 글자는 소리 글자의 맛을 완전히 없애버릴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Nova라는 단어는 라틴어에서 유래된 단어이며 그 자체는 '별'이라는 뜻입니다. 

- 우리에게 '별'이라는 훌륭한 명사가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이 단어를 서구권에서는 STAR 와 구분하여 갑작스럽게 나타난 별을 의미하는데 쓰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말로 그저 '새별'이라고 표현하면 그만입니다.
얼마나 직관적이고, 어감은 얼마나 이쁜가요?

그런데 이걸 '신성'이라고 써야 합니다.
그래봐야 '새로운 별'이라는 뜻이고 저는 '신성'이라는 단어가 왜 공식적으로 쓰여야 하는지 도무지 납득할 수가 없습니다.

 

저는 특히 어제, 오늘 ESO와 APOD의 새별에 대한 내용을 번역하며 자괴감을 느낍니다.

그리고 이제 말하고자 합니다.

우리 말을 찾아서 우리 말을 쓰겠다고 말입니다.

 

설령 그 용어가 이 블로그를 찾으시는 분들께 익숙지 않게 들리더라도,
그 용어로는 검색을 하지 않기 때문에 방문수가 줄어들더라도
제 마음과 신념이 시키는 대로,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소리글자인 우리 말을 찾는 방향으로 나가겠습니다.

 

더불어 이러한 노력이 그저 저 한 사람의 노력으로만 그치지 않도록 시간을 쪼개어 우리 말 단어들이 표준어로 채택되고,
학계 및 아마추어 천문계에서 쓰이도록 노력을 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