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일식여행 7. 달그림자 지는 곳으로 - 판아메리칸 하이웨이(Pan American Highway) 종주

2019. 7. 29. 21:551. 별과 하늘의 이야기/2019 칠레 일식 여행기

6월 29일 정오를 지나는 시간, 

아직 구름이 가득하고 간밤에 내린 폭우로 도로 곳곳에 얕은 물이 들어찬 발파라이소를 출발하였습니다. 

 

이제 420여 킬로미터, 

길쭉한 나라 칠레만큼이나 쭉쭉 뻗어 있다는 판 아메리칸 하이웨이를 타고 코킴보로 향합니다. 

 

 

 

동영상 1> 발파라이소를 벗어나 칠레 고속도로를 달리기 시작하다.  

          라디오를 틀었더니 귀에 익은 음악이 나오더군요. 

          헉...BTS 노래입니다. 물론 칠레 라디오방송입니다. 

          뿌듯한 마음에 신나게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2019년 7월 2일의 개기일식은 칠레 북부에 있는 아타카마 사막을 통과할 예정이었습니다. 

그 아타카마 사막 중에서도 남쪽을 통과할 예정이었죠. 

한국 관광객들에게 유명한 달의 계곡이 있는 산페드로 데 아타카마로부터는 약 1000킬로미터 남쪽 지점이었습니다. 

 

 

 

사진 1> 2019년 7월 2일 일식 통과지점 

        붉은 선이 일식 정중앙 지점, 파란색이 개기일식이 발생하는 띠입니다.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서 약 400킬로미터 북쪽지점이었으며 

        아타카마 주의 남쪽 경계에 살짝 걸치며 코킴보 주를 거쳐가는 것으로 예보되었습니다. 

        사진 출처 : NASA Eclipse Web site - https://eclipse.gsfc.nasa.gov/solar.html

 

 

 

 

사진 2> 일식 경로 확대 

         일식이 지나가는 경로 남서쪽으로 코킴보 주의 주도인 라 세르나(La Serna)가 보입니다. 

         바로 옆으로 저희의 오늘 목적지인 코킴보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개기일식의 북쪽 경계로 GMT(거대마젤란망원경 - 대한민국이 10%의 지분을 투자하고 있는 거대 망원경 구축지입니다.)와 

         라스 캄파나스 천문대가 보입니다.라스 캄파나스 천문대도 유럽우주국(ESO)산하 천문대입니다.  

         그 아래로 라 실라 천문대가 보입니다. 

         바로 저희가 개기일식을 보기로 되어 있는 지점입니다. 

         사진출처 : ESO - https://www.eso.org/public/images/chile_map_solar_eclipse_02/

        

 

비가 가득내렸던 발파라이소에서 북쪽으로 건조기후대를 향해가자 구름이 서서히 걷혀들고 햇빛이 내리쬐기 시작했습니다.

 

 

 

사진 3> 구름 가득한 칠레 고속도로

 

 

 

사진 4> 쭉 뻗은 고속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서서히 구름이 걷히고 있습니다. 

 

 

 

사진 5> 그 사이로 푸르디 푸른 하늘이 그 선명한 색깔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겨울이라는 계절이 무색할 정도로 따가운 햇살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사진 6> 맞은편으로는 끝없이 펼쳐져 있는 남태평양 바다가 눈부시게 태양빛을 반사해 내며 물보라를 피우고 있었습니다. 

 

 

 

 

사진 7> 오른쪽으로는 점점 사막 풍경이 나타나기 시작했죠. 

 

 

 

 

사진 8> 드넓은 사막을 채우고 있는 풍력 발전기들. 

 

 

 

 

사진 9> 쭉 뻗은 판 아메리칸 하이웨이, 드넓게 펼쳐져 있는 푸른 하늘

 

 

 

        

사진 10> 넓게 펼쳐진 하늘 아래 저~기, 감사하게도 휴게소가 보입니다.

 

칠레의 고속도로를 달릴 때 주의할 점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톨게이트를 통과하기 위해 반드시 현금을 준비해야 합니다. 

      하이패스도 없고, 신용카드도 받지 않습니다. 

      반드시 현금만을 내야 하죠. 

 

      톨게이트도 꽤 많습니다. 

      발파라이소에서 코킴보에 입성할 때까지 통과한 톨게이트는 총 여섯 군데입니다. 

      톨게이트 통과비용은 평균 3,000페소 정도입니다. 

      발파라이소에서 코킴보까지 실제 지불한 톨게이트 총비용은 16,250페소였습니다. 

      우리나라 돈으로 약 29,000원 정도죠. 

      

둘째, 고속도로 갓길에서 하치하이킹을 하려는 사람들이 무척 많습니다. 

      큰 사고가 날 수 있으니 조심해서 달려야 하죠. 

      과속카메라가 아예 없기 때문에 얼마든지 과속을 할 수는 있지만 정말 어쩌다 한 번 국경수비대가 과속 단속을 합니다. 

     (칠레에서 딱 두 번 봤네요.)

      칠레 고속도로 제한 속도는 대체로 100킬로미터에서 120킬로미터 사이입니다. 

      운전은 안전하게 하는게 최고죠. 

      칠레의 운전 매너는 대체로 상당히 좋았던 것 같습니다. 

 

 

사진 11> 고속도로 곳곳에 히치하이킹을 하려는 여행객이 많습니다. 

           운전할 때 항상 주의해야 하죠. 

 

 

셋째. 너무나 당연한 얘기인지 모르겠지만 대한민국과 같은 수준의 휴게소는 기대하지 말아야 합니다. 

 

 

 

사진 12> 외국 고속도로에서 일반적으로 보게 되는 휴게소 겸 음식점

 

제 경우 외국 고속도로라면 미국, 인도, 멕시코, 폴란드 정도를 달려본 것 같습니다. 

그런데 고속도로라면 당연 우리 나라 고속도로가 최고죠. 

차가 달리는거야 어디나 똑같습니다만 대한민국의 고속도로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건 바로 고속도로 휴게소죠. 

너무나도 잘 갖춰져 있는 고속도로 휴게소 덕분에 밥 굶을 걱정도, 화장실 걱정도 하지 않고 어디든 달려갈 수 있습니다. 

 

역으로 다른 나라에 가면 이런 호사는 꿈도 꿀 수 없죠.

가끔 나타나는 음식점은 스스럼 없이 들어가기에는 왠지 망설여 집니다. 

그래도 휴게소로 쓸만한 주유소가 간혹 있긴 합니다.

 

 

 

사진 13> 식사야 그냥 굶는다 치더라도 화장실은 반드시 해결해야할 문제죠. 

          칠레 고속도로에서는 저 COPEC 마크가 나타나면 무조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사진 14> 우선 이렇게 주유를 해야 하구요. 

          그러고 나면 옆에 있는 제법 깔끔한 작은 상점을 이용할 수 있고 무료로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화장실도 아주 깨끗합니다. 

         

COPEC은 동선이 주유를 하고 상점과 화장실을 이용하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물론 주유를 무시하고 상점으로 직행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COPEC 주유소 간격이 워낙 멀어서(160킬로 ~ 200킬로 간격) 주유를 하고 상점으로 들어가는 것이 무리도 없고 맘도 편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화장실 에티켓 하나를 배웠습니다. 

 

남자 화장실을 여자 청소부가 청소 중이라면 소변기에서 소변을 보면 안됩니다. 

반드시 변기가 있는 화장실에 문을 닫고 들어가 소변을 봐야 합니다. 

 

저희 나라도 이런 건 좀 배워서 따라했으면 좋겠습니다. 

 

 

 

 

사진 15> 드넓게 펼쳐진 초지 멀리로 안데스 산맥의 산자락이 보입니다.

 

 

 

 

사진 16> 그 산자락이 성큼 다가서는가 싶더니

 

 

 

 

사진 17> 언덕 하나를 넘자 마법처럼 거대한 도시가 나타납니다. 

         이곳이 바로 코킴보입니다. 

         그리고 저 멀리로 코킴보와 연이어 있는 도시 라세레나가 보입니다. 

 

 

 

         

사진 18> 하루 종일 고속도로를 달려왔네요. 

          벌써 땅거미가 지는 걸 보니 아무리 햇볕이 따가와도 겨울은 겨울이네요. 

         

코킴보에 들어오니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오늘의 타스크, 바로 에어비앤비로 예약한 오늘의 숙소를 확보하는 일입니다. 

 

바로 그 관문인 숙소의 키를 확보해야 하죠. 

숙소 호스트에게 코킴보에 도착했음을 알리자 호스트가 어떤 주소를 하나 알려주었습니다. 

 

La Serna 머시기 머시기, 

헉...새로운 주소입니다. 

네비게이션에 새로운 주소 하나 인식시키는 것도 정말 큰일입니다. ㅜㅜ;;;;

 

어쨌든 가라고 하니 가야죠. 

호스트가 찍어준 곳은 라세레나에 있는 어떤 가정집 주소였습니다. 

구글 지도의 네비게이션 기능을 이용하여 이래저래 헤매다가 어찌어찌 찾아갔습니다. 

과연 도착한 곳이 맞는지도 모르겠어요. 

 

 

 

사진 19> 해는 점점 뉘엿뉘엿하게 져 갑니다. 

 

주택촌 한 켠에 서서 호스트가 알려준 주소의 철창 문을 두드렸습니다. 

한동안 반응이 없어 애를 태우더니 잠시 후 사람 좋아 보이는 할아버지가 나오셔서 키를 전해 주시고는 스페인어로 이런저런 설명을 유쾌하게 해 주셨습니다.

 

대충 어찌어찌 알아들은 거 같기도 하고, 전혀 못알아들은 것 같기도 하고....^^ 

 

 

 

 

사진 20> 온 길을 되짚어 숙소로 향합니다. 마음이 급하네요. 

         

 

 

         

사진 21> 드디어 도착한 숙소가 있는 아파트, 이 부근을 두바퀴 돌은 끝에 숙소가 있는 아파트를 찾았습니다.  

           이미 해는 완전히 지고 밤이 찾아왔네요. 

         

다행히 아파트가 단지가 커서 어제와 달리 주차 때문에 신경을 쓸 필요는 없었습니다. 

그거 하나만으로도 얼마나 고마왔는지 모릅니다. 

그렇게 판 아메리칸 하이웨이를 주파하여 이틀째의 숙소에 무사히 도착하였습니다. 

 

 

 

 

사진 22> 숙소에 여장을 풀었습니다. 

           그러고보니 밥도 못 먹고 오로지 달려만 왔네요. 

 

가까운 마트에 가서 이틀째 밤을 기념하여 준비한 먹거리들입니다. 

CARMEN은 어제 체험 투어를 함께한 알바로가 추천해 준 와인입니다.

그 옆에 있는 NOVAS는 순전히 별자리 그림이 그려져 있어 고른 와인입니다. 

         

그리고 정말 맛있는 칠레의 빵! 그 빵맛을 뭐라 표현해야 할까요. 

정말 빵맛입니다. 

우리나라처럼 간식으로서의 빵맛이 아니라 정말 빵맛 말입니다. ^^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소스들과 토마토 야채 스프. 

무엇보다 기대가 큰 치즈와 햄들. ^^

 

 

         

사진 23> 저녁 만찬. 

           밥상을 대하고 보니 하루의 피로가 눈녹듯 사라집니다. 

 

 

 

         

사진 24> 그리고 회사일...ㅡㅡ;;;

          마감 시즌을 맞아 회사일을 처리하기 위해 이렇게 컴퓨터를 켜고 앉아 있었습니다. 

         

15년 전, 인도 출장을 갔을 때는 가족과 연락조차 하기도 힘들었었습니다. 

지금은 이렇게 인터넷 걱정 없이 지구 반대편에서도 회사 시스템에 붙어 일을 하네요. 

세상은 정말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일을 잘 마치고 자면 또 내일 눈부신 하루가 펼쳐지겠죠?       

 

칠레일식여행 8. 코킴보 - 하늘과 땅에 가득한 생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