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일식여행 6. 발파라이소를 떠나며

2019. 7. 28. 22:141. 별과 하늘의 이야기/2019 칠레 일식 여행기

어떻게 잠들었는지도 모를정도로 피곤했지만 아직 시차 적응이 되지 않아서인지 이른 새벽에 잠이 깼습니다. 

 

6월 29일 토요일(D-3일)

아직 한겨울을 보내고 있는 칠레는 여전히 어두운 밤이었습니다. 

그리고 거센 바람과 많은 비가 내리고 있었죠.

 

아침 6시가 지나자 여명이 밝아오면서 밤새 아름다운 빛을 뿌리던 발파라이소 언덕의 가로등들도 하나둘씩 사그라들었습니다. 

 

 

 

사진 1> 별처럼 쏟아지던 가로등이 사그라드는 발파라이소의 아름다운 언덕마을들.

 

 

 

사진 2> 칠레에서의 첫 아침식사. 

         즐거운 시간들이 많긴 했지만 오랜시간의 여정으로 몸은 많이 지쳤던 것 같습니다. 

         뜨끈한 라면과 밥을 먹으니 속이 풀리고 피곤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습니다. 

         미역라면 쵝오~ ^^

        

늘은 드디어 일식이 일어나는 곳, 이른바 일식벨트가 형성되는 곳으로 들어갈 예정입니다.  

 

오늘의 목적지는 코킴보.

발파라이소에서 북쪽으로 420킬로미터 거리에 자리잡고 있는 도시죠. 

이번 일식의 중심 관광지이기도 한 라세레나 바로 아래 붙어 있는 도시입니다. 

 

대충 서울-부산 정도의 거리이니 부담스러운 거리는 아닙니다. 

다만 이번 코킴보의 숙소도 에어비앤비에서 예약한 숙소다보니 어제 첫 숙소에 들어올 때 약간의 곤란을 겪은 것처럼 코킴보에서도 곤란을 겪을 가능성이 있어 해가 떨어지기 전에 도착해야 한다는 약간의 부담이 있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파라이소에서 꼭 한 군데 가보고 싶은 곳이 있었습니다. 

바로 발파라이소에 있다는 파블로 네루다 박물관 라 세바스티아나(La Sebastiana)였죠. 

이슬라네그라와 마찬가지로 파블로 네루다의 작업실이 있었던 곳입니다. 

 

아침식사 후 숙소를 나와 서둘러 길을 걷긴 했지만 시간이 촉박하다 싶을 때 우연히 옆에 택시가 서고 손님이 내렸습니다.

그 덕에 그 택시를 잡아 타고 꾸불꾸불한 발파라이소의 골목길을 돌아 라 세바스티아나를 찾아갈 수 있었습니다.

 

 

 

사진 3> 라 세바스티아나의 복도 창문에서 바라본 발파라이소의 오밀조밀한 주택들

         그 옛날 이곳엔 시인이 사랑했던 칠레 민중들의 오밀조밀한 집들이 가득했을 것입니다.

 

 

 

사진 4> 발파라이소의 아름다운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네루다의 작업실.

        

네루다의 작업실에 있으면 느껴지는 유쾌함이 있습니다.     

네루다의 작업실과 그 근방에는 항상 칠레와 남미 각지에서 온 문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문인들은 세상의 법칙과는 동떨어진,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운 엉뚱한 사람들이죠. 

그 엉뚱한 사람들이 먹고 마시며 즐긴, 그 당시의 이곳은 얼마나 유쾌한 곳이었을까요?

 

그 사람들이 바라봤을 풍경, 그 사람들이 오르내렸을 골목길을 걷고 싶었습니다. 

 

라 세바스티아나를 나와 숙소까지 천천히 걸어왔습니다.

어제처럼 다채로운 그라피티의 골목이 우리를 반겨주었죠. 

비록 그 옛날에 그라피티는 없었겠지만 시인과 많은 문인들이 이 골목을 오르내리며 인생과 사랑과 비극을 이야기했을 것입니다. 

지금의 그라피티는 그 많은 이야기들을 또 다르게 표현한 것이겠지요. 

 

 

 

사진 5> 다채로운 그라피티가 그려진 발파라이소 골목길

 

 

 

사진 6> 다채로운 그라피티가 그려진 발파라이소 골목길

 

 

 

사진 7> 다채로운 그라피티가 그려진 발파라이소 골목길

 

 

사진 8> 내려오는 길에 본 집입니다. 

         다채로운 자동차 휠로 집을 가득 장식했더군요.

        

 

토요일을 맞는 발파라이소는 천천히 잠에서 깨어나고 있었습니다. 

비도 천천히 걷히고 있었죠. 

 

장시간의 운전을 앞둔 우리는 길거리 상점에 들어가 이것 저것 필요한 물품을 샀습니다. 

그리고 숙소에 들어가 짐을 정리하고 다시 길을 나섰죠.

 

처음 맞게 되는 칠레의 고속도로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맞아줄지 무척 궁금했습니다. 

 

 

 

사진 9> 발파라이소의 숙소를 떠나며 - 서서히 걷히는 하늘에 구름이 갈라지고 바람이 갈라지고 있습니다. 

         발파라이소에서 느낀 칠레의 에너지만큼이나 힘굵은 파도들이 넘실거리고 있습니다. 

         언제 또 기회가 되면 꼭 다시 와보고 싶습니다. 

         그 때는 좀더 많은 언덕마을들을 들러보고 싶습니다. 

 

간밤에 코파 아메리카 컵에서 칠레와 콜롬비아가 맞붙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승부차기에서 승리를 거뒀다고 합니다. 

아마 오늘 하루는 칠레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의 기분이 좋을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진 10> 라 세바스티아나(La Sebastiana) 방명록에 남긴 글.

 

이제 사흘 후면 달그림자가 지나갈 땅으로 떠납니다. 

 

저는 지금 칠레에 왔습니다. 

네루다를 만났고, 이제 달그림자를 맞으러 라실라 천문대를 향해 갑니다. 

꿈은 이루어질 것입니다. 

 

칠레일식여행 7. 달그림자 지는 곳으로 - 판아메리칸 하이웨이(Pan American Highway) 종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