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일식여행 13. 안데스 품속에서 만난 미리내

2019. 11. 11. 10:471. 별과 하늘의 이야기/2019 칠레 일식 여행기

일식이 끝난 이후 귀국하기까지 남겨진 3일간의 여정을 짜는데 고민을 좀 해야 했습니다. 

 

비록 이번 여행의 목적을 개기일식을 알현드리는 것으로 설정하고, 그 외의 일정은 안주인마님께 맞춰 짜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명색이 대한민국 별지기가 칠레에 왔는데 아타카마 사막이라는 곳에 가서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을 봐야 하지 않을까 싶었죠. 

 

대한민국에 알려진 아타카마 사막이란 산페드로 데 아타카마(San Pedro de Atacama)라는 칠레의 사막도시와 그 근방을 말합니다.

달의 계곡, 간헐천 관광 등의 여행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는 곳이죠. 

그러나 그곳은 제가 지금 있는 발레나르에서 무려 1,000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 곳입니다. 

단 3일 만에 갔다오기에는 이래저래 무리를 해야 하는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지금 서 있는 발레나르 역시 아타카마 사막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하나있죠. 

밤하늘에 쏟아지는 별은 유명한 관광지가 아니라도 어두운 밤하늘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볼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당연한 사실이지만 별지기가 아닌 분들은 생각하기 쉽지 않은 사실이기도 하죠. 

 

따라서 일식 이후 여행 코스는 안주인마님에게는 편안한 여행과 휴식이 되면서도 저에게는 남반구의 밤하늘을 만날 수 있는 여정으로 고민했습니다. 

그렇게 고민하다가 고른 곳이 파이과노(Paihuano)라는 안데스 산맥에 자리잡은 엘키 도모스라는 숙소였습니다. 

 

발레나르를 떠나 아직 일식의 감동이 남아 있는 라세르나를 향해 남쪽으로 차를 몰았습니다. 

 

 

 

사진 1> 우리를 장대한 아타카마 사막으로 안내했던 길을 되짚어 남쪽으로 내려가고 있는 중입니다. 

 

 

 

사진 2> 저 멀리 남태평양 바다가 보입니다. 

          사진으로 담지는 못했지만 파도가 우렁차게 몰아치는 남태평양 바다는 장대하게 펼쳐진 칠레의 해안선을 따라 거대한 포말을 만들어냅니다. 

          정말 멋지고 사랑스러운 광경이었죠. 

 

 

 

사진 3> 판아메리칸 하이웨이를 타고 남쪽으로 향하다가 작은 어촌 마을에 들렀습니다. 

          올라올 때는 여유가 없어 돌아보지 못한 아름다운 풍광들이 눈에 들어왔고

          그 때마다 차를 세워 바다와 산들이 가득한 칠레의 풍경을 눈에 담았습니다.

        

 

 

사진 4> 엘 미라도 식당, 

          바다가 멋지게 보이는 언덕위에 제법 규모가 있는 음식점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때마침 늦은 점심시간이어서 이곳에서 점심식사 도전을 해 봤습니다. 

 

 

 

사진 5> 뭐가 뭔지 모를 메뉴판. 

          그러고보니 온통 일식에 맞춘 일정을 짜느라 칠레에서 뭐를 먹어봐야 하는지, 여행객으로서의 기본적인 준비도 제대로 못했네요. 

          그냥 감으로 아무거나 시켜 보았습니다. 

 

 

 

사진 6> 짜잔~ 알수 없는 글자들이 실물이 되어 나왔습니다. 

          제가 시킨 건 관자 요리였습니다. 

          안주인마님은 튀긴 생선이 나왔구요. 

          두 개 모두 아주 맛있었습니다. 

        

널찍한 엘 미라도 식당의 한 켠에는 예약석이 있었습니다. 

예약자 이름이 'Sky & Telescope'라고 되어 있더군요.

미국의 그 유명한 아마추어천문인의 잡지인 'Sky & Telescope'사에서 단체로 일식 관광을 왔나 봅니다. 

'Sky & Telescope' 잡지사 사람들의 얼굴을 한 번 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우리가 식사를 마칠 때까지 일행이 오지 않아 얼굴은 보지 못했습니다. 

 

 

 

 

사진 7> 식사를 마치고 바닷가를 걸으며 푸르디 푸른 칠레의 바다와 하늘을 가슴가득 담았습니다. 

        

다시 차를 몰아 남쪽으로 향했습니다. 

사흘 전 일식을 만나리라는 사명감과 꿈에 부풀어 떠나왔던 라세르나에서 방향을 동쪽으로 틀어 41번 도로를 타고 안데스 산맥을 향했습니다. 

 

 

 

사진 8> 높은 산들이 첩첩이 포개져 있는 독특한 풍광들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사진 9> 스노우보드를 타면 산 정상에서 아래까지 한 번에 내려올 것만 같은,  

         마치 달랑 모래만 쌓아올린 것 같은 독특한 모습의 산들이 자주 보였습니다. 

 

 

 

사진 10> 라세레나 외곽의 캠핑촌이라 할 수 있는 비쿠냐를 지나 엘키 계곡에서 

           485번 지방도로로 접어들자 산들은 한층 우람해졌습니다. 

 

 

 

사진 11> 한층 우람해진 산 사이로 포도밭들이 가득합니다. 

           이곳 엘키 계곡은 칠레의 포도 산지로 유명한 곳입니다. 

 

 

 

                                         동영상 1> 안데스의 거대한 산들과 포도밭이 어우러진 엘키 계곡의 풍경

         

 

 

사진 12> 파이과노 시청이 자리잡은 작은 도시 풍경입니다. 

           이곳 역시 일식벨트에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에 곳곳에 일식행사를 안내하는 플래카드들이 걸려 있었습니다. 

 

 

 

사진 13> 엘키 계곡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와인을 사기 위해 작은 구멍가게에 들렀습니다. 

           진열장에 와인은 없었지만 와인이 있는지 묻자, 진열대 아래 한쪽 구석에서 한 병 쑥 꺼내주시더군요. 

 

 

 

사진 14> 칠레 포도주산지, 엘키계곡의 작은 마을 파이과노에서 구입한 와인 한 병과 기념사진 한 컷. 

            맛은 그냥 저냥 했습니다. ^^

 

 

 

사진 15> 숙소까지는 파이과노를 지나 안데스의 산허리를 둘러가며 좀더 구비구비 들어가야 했습니다. 

          

해가 질 무렵 드디어 오늘의 숙소인 엘키 도모스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의 호텔들은 워낙 외진 곳에 있다보니 깨끗한 칠레의 밤하늘에서 쏟아지는 별빛을 보는 것으로 테마를 잡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가 잡은 숙소인 엘키 도모스(Elqui Domos) 역시 밤하늘을 보는 것이 테마인 숙소였습니다. 

 

두 가지 유형의 객실이 있었는데요. 

 

 

 

사진 16> 이 숙소는 돔 형으로 만들어진 숙소입니다. 이름도 Domos라고 하죠. 

           천정에 둥그런 창이 있고 그 아래 바로 침대가 있어 실내에서 침대에 누워 하늘을 바라볼 수 있게 되어 있는 객실입니다. 

 

         

 

사진 17> 이 숙소는 빌라형입니다. 

           객실 안내에는 Observatorio 라고 되어 있는데요. 

           마찬가지 침대에 누워서 바라볼 수 있는 넓은 창이 있습니다. 

           칠레에 머무는 동안 사용한 숙소 중 가장 비싼 숙소였습니다.

           안주인마님께 포즈를 취하라고 하고, 뒤쪽 언덕에 올라 찍어봤네요. 

 

 

 

사진 18> Observatorio 내부 모습, 침대에 누워 창 밖을 바라볼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사진 19> Observatorio 내부 모습, 

           지난 이틀동안 침대 하나만으로 꽉 차 버리는 좁은 숙소에 있었는데요. 

           공간이 충분하니 천국이 따로 없네요. 

           짐들도 마음대로 풀어놓고 샤워도 하면서 지난 이틀간의 피로를 풀 수 있었습니다. 

 

 

 

사진 20> 엘키 도모스 풍경.

           엘키 도모스 뒷편 작은 언덕에 올라가서 찍은 사진입니다. 

           호텔을 소개하는 브로슈어에 있는 딱 그 구도였죠. 

         

그리고 이윽고 밤이 찾아오자 머리위로 미리내가 떠올랐습니다. 

 

 

 

사진 21> 엘키 도모스의 미리내 풍경, 

           밤이 찾아오자 파랗기만 한 하늘을 별들이 가득 채웠습니다.                           

         

그 밤하늘의 풍경을 뭐라 말할 수 있을까요?

머리 위에 구름처럼 떠 있는 미리내 한복판 궁수자리의 풍경을 말입니다. 

 

어제는 일식을, 그리고 오늘은 평소 볼 수 없었던 미리내의 남쪽자락을, 

이처럼 위대한 하늘의 풍경을 볼 수 있어 너무 행복했습니다. 

 

 

                                       동영상 2> 안데스의 품속에서 만난 미리내.

                                                   그날 밤, 저희가 머문 숙소의 머리위를 지나는 미리내의 풍경을 담아봤습니다. 

         

그렇게 안데스 품속에서의 밤이 깊어갔습니다. 

 

왜 많은 별지기들이 남반구의 밤하늘을 보러 가는지 이해할 수 있었죠. 

저 역시 기회를 꼭 만들어서 구석구석을 헤아려가며 남반구의 하늘을 다시 만날 겁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하늘도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그곳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밤하늘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 

 

그 밤을 지내며 제가 하늘을 바라보는 사람이 된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또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별지기가 된다는 건 참으로 멋진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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