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일식여행 14. 산티아고의 위대한 영혼

2019. 11. 14. 13:511. 별과 하늘의 이야기/2019 칠레 일식 여행기

파이과노에서 잊지못할 아름다운 은하수를 만나고 늦은 아침 길을 나섰습니다.

 

오늘은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로 돌아가는 날입니다.

숙소에서 산티아고까지 600킬로미터를 달려가야 하기 때문에 하루종일 걸릴 예정이었습니다. 

어느덧 칠레 여행은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었죠.

 

 

 

사진 1> 아름다운 파이과노의 작은 마을에 단풍이 들어 있습니다.

          7월 초 이곳의 날씨는 한국의 늦가을 날씨와 비슷했습니다. 

 

 

 

동영상 1> 장대한 은하수를 보여준 안데스의 품속, 파이과노를 떠나는 길, 라디오방송의 신나는 음악이 떠나는 이방인의 아쉬움을 달래주었습니다.

 

 

 

 

사진 2> 포도나무가 빽빽이 들어서 있는 아름다운 엘키 계곡과도 작별을 고했습니다. 

 

 

 

사진 3> 언제나처럼 멋진 풍광을 보여주는 칠레. 

         올 때와는 반대로 아타카마의 건조지대를 벗어나면서 구름서린 산들의 모습이 장관을 이루었습니다. 

 

 

 

사진 4> 산티아고로 가는 길에도 역시 한가함을 만끽했죠.

          아름다운 남태평양의 해변이 보일때마다 들러 칠레의 자연과 칠레 사람들의 모습을 만끽했습니다. 

 

 

 

사진 5> 그렇게 하루 온종일 서다 달리기를 반복했네요.

 

 

 

사진 6> 땅거미가 질무렵 드디어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 도착했습니다. 

 

 

 

사진 7> 인구 500만의 거대한 첨단도시 산티아고.

          교통체증을 겪는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네요.                

 

 

산티아고의 숙소는 에어비앤비에서 예약했습니다. 

결국 오늘도 또 한 번의 에어비앤비 챌린지를 해야 했죠.

 

예약할 때는 잘 몰랐는데 숙소가 산티아고 한복판에 있는 고층 아파트였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숙소가 종로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였습니다. 

 

교통 체증이 어마어마했고, 숙소 인근에는 사람과 자동차가 넘쳐나서 주차를 할 수도 없었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이번 에어비앤비 숙소는 주차를 일체 제공하지 않았고, 호스트 역시 주차를 해 줄 수 없다고 일언지하에 거절했습니다. 

 

일단 숙소를 확보하고 짐을 내려 놓는게 급선무였죠. 

저녁 8시가 넘어가자 거리에 사람과 차가 빠르게 줄어들었습니다. 

어찌어찌하여 숙소에서 다소 거리가 있는 지점에 간신히 주차를 할 수 있었습니다만 불법 주차였습니다.

차를 세워두고 있는 동안 딱지가 끊기지 않기를, 한산한 거리에서 도난이나 당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차에서 짐을 주절주절 챙겨들고 한참을 걸어 아파트 로비로 들어갔습니다. 

수도 한복판의 고층 아파트답게 아파트에는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에어비앤비 숙소를 사용하고자 하는 외지인들을 수없이 많이 대해 온 것으로 보이는 건장한 젊은 남자들이 가드이자 경비 역할을 하고 있었죠. 

주차를 해야 된다고 얘기하자 주차는 할 수 없고 그 대신 길 건너편에 있는 공영주차장을 알려주며 그곳에 주차를 하라고 안내해 주더군요.

 

 

 

 

사진 8> 아파트 건너편에 있는 광장의 지하주차장. 

          우리에게 주차장 표기는 영문자 'P'로 익숙합니다만 스페인어로 주차장은 'E'로 표기되더군요. 

          주차장의 스페인어 에스타시오나미엔또(Estacionamiento)의 첫 글자를 땄습니다.

         사진은 구글 스트리트뷰에서 가져왔습니다. 

        

 

 

 

        

사진 9> 덕분에 갑작스럽게 칠레 공영주차장 챌린지도 하게 되었습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친절한 직원 안내를 받아 키오스크에서 조그마한 자석을 뽑아가지게 되었죠.

         주차장은 외부인이 함부로 출입을 하지 못하도록 입구가 모두 잠겨있었습니다.

         키오스크에서 뽑은 자석이 열쇄였죠. 

         뜻하지 않게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하게 되었는데 이게 뜻하지 않은 행운이 되기도 했습니다.

         공영주차장에 차를 주차한 덕에 그 다음날 주차 걱정없이 마음놓고 산티아고 시내를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에어비앤비 숙소 챌리지와 주차 챌리지를 마치니 시간은 저녁 9시에 이르렀습니다.

뭐라도 부식거리를 사야되겠다 싶어 부랴부랴 거리로 나갔지만 많은 상점들이 문을 닫은 상태였습니다.

그 덕에 이번에는 노점상 챌린지를 하게 됐죠. 

 

 

 

사진 10> 우리나라 닭꼬치처럼 생긴 꼬치구이를 샀구요.

 

 

         

동영상2> 안주인마님의 노점상 챌린지.

            칠레에서 일주일을 보낸 안주인마님은 제법 능숙하게 스페인어를 구사했습니다. 

            물론 그게 맞는지 틀리는지 저는 전혀 모르구요. ^^;;;

           어쨌든 그 덕에 맛난 국수를 한 그릇 얻어올 수 있었죠.

 

 

 

사진 11> 그렇게 노점상 챌리지를 통해 획득한 음식들을 모아 산티아고의 밤 만찬을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사진 12> 산티아고의 숙소로 사용한 고층아파트의 내부 모습.

           단촐한 내부 구조가 산티아고의 부동산도 장난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사진 13> 숙소에서 내려다본 산티아고 시내 모습

         

2019년 7월 5일 금요일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내일은 칠레를 떠나야 하는 날이죠.

 

산티아고의 이곳 저곳을 구경하는 것이 칠레 여행의 마지막 코스였습니다.

 

 

 

사진 14> 산토아고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멀리 동쪽으로 보이는 눈을 이고 선 안데스의 산맥들입니다.

           아래 보이는 것은 산티아고를 가로지르며 흐르는 마포초 강입니다.

 

 

 

 

 

사진 15> 금요일 이른 아침, 산티아고의 거리 풍경

 

 

 

사진 16> 관광객이 넘쳐나는 아르마스 광장

           칠레의 7월은 비수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르마스 광장은 관광객들과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습니다.

 

 

 

사진 17> 아르마스 광장에 있는 산티아고 주교좌 성당의 웅장한 모습.

           지금은 날라리 신자이지만 어렸을 적부터 성당을 다녀서인지 성당에 오면 항상 마음이 푸근해짐을 느낍니다. 

 

 

 

 

사진 18> 여느 광장처럼 길거리 예술가들의 작품 전시가 한창인 아르마스 광장

 

 

 

         

사진 19> 장기판을 벌이고 있는 노인들의 풍경은 세계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지구의 풍경인 것 같습니다. 

 

 

 

         

사진 20> 최근 관광객들을 상대로한 날치기 등의 범죄가 많이 늘어났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산티아고 관광지에는 어디나 이렇게 경찰들이 많았습니다. 

 

 

 

 

사진 21> 이방인을 위해 포즈를 취해주는 칠레의 기마경찰들.

 

 

 

 

사진 22> 산타루치아 언덕에서 바라본 산티아고 시내의 모습과 설산 풍경.

           스모그가 가득한 풍경이 이곳도 여전히 사람이 살고 있고 저마다의 문제가 있는 곳임을 여지없이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사진 23> 그 멋진 설산을 배경으로 제가 칠레에서 항상 짓고 다닌 표정으로 기념사진을 한 장 찍었습니다.

           어디가나 아시아 여행객은 작은 체구로 범죄의 타깃이 되기 쉽죠.

           그래서 칠레에서, 특히 산티아고에서는 항상 이런 표정을 일부러 짓고 다녔습니다. 

           뭔가 문제가 생기면 주저 없이 맞받아 치겠다는 각오를 했고, 늘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일부러 인상을 쓰고 다닌 것은 헐렁한 여행객이라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한 자구책이었는데 솔직히 말해 영양가는 별로 없었을 것 같습니다.

           그저 이번 여행은 좋은 나라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운이 좀 따라주었던 것 같습니다. 

 

 

         

사진 24> 모네다 대통령 궁.

           제 머릿속에 모네다 대통령 궁은 피노체트의 쿠테타 때 전투기의 폭격을 받는 모습으로 각인되어 있습니다.

           아마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이 역사적인 장소를 그렇게 기억하고 있을 겁니다.  

 

 

 

 

사진 25> 이 분도 아니고...

 

 

 

         

사진 26> 저 분도 아니고...

 

         

모네다 대통령 궁 앞 광장에는 칠레의 역대 대통령 동상이 있었습니다.

그 중에는 제가 꼭 만나고 싶었던 분이 있었죠. 

         

 

 

         

사진 27> 바로 이 분입니다. 

           살바도르 아옌데!

           세계 최초로 합법적인 투표에 의해 집권한 좌파 대통령.

           이를 통해 미국과 기득권 층의 추악한 민낯을 전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던 칠레의 아옌데 정권.

           기득권 층이 조장하는 사회 불안, 그리고 그 불안에 쉽게 굴복하고 마는 기층 민중.

           결국 기층 민중의 절대적인 지지라는 것이 얼마나 허약한지, 

           그래서 기층 민중을 위한 정책을 펴는 정권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 아옌데 정권.

           하지만 그 모든 어려움에도 끝까지 저항을 포기하지 않았던 불굴의 영혼을 가진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

         

제가 칠레에 온 목적은 라실라 천문대에서 일식을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우주가 만들어내는 이 장엄한 사건을 만나기 위한 여행의 시작을 파블로 네루다와 함께 그리고 그 마무리는 살바도르 아옌데와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태양만큼이나 뜨거운 가슴을 가진 위대한 영혼들이 그 시작과 마무리를 만들어주신 셈입니다. 

 

지금까지 여러 개기일식이 있었지만 저는 구태여 그곳에 가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제 무의식이 칠레에서 만날 이번 개기일식을 기다리라고 명령했던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그곳에는 개기일식 만큼이나 장엄하고 뜨거웠던 제 젊은 시절의 기억이 담겨 있기 때문이죠.

바로 종속이론과 해방신학에 경도되어 겁도 없이 사회 변혁을 외쳤던,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웠지만 이제는 다시 만날 수 없는 제 젊은 시절의 가슴이 그곳에 있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나는 칠레와 그 운명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

(TENGO FE EN CHILE Y SU DESTINO)

 

- 살바도르 아옌데 (1908 ~ 1973) - 

 

 

다음글 : 칠레일식여행 15. 뜻밖의 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