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균류를 이용하여 우주에서 가장 거대한 구조를 그려내다.

2020. 3. 11. 15:303. 천문뉴스/ESA 허블

Credit:NASA, ESA, and J. Burchett and O. Elek (UC Santa Cruz)

 

사진 1> 천문학자들이 점균류의 행동 패턴에 영감을 받아 우주에서 암흑물질 다발의 성장을 시뮬레이션하는 컴퓨터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검증하였다. 

과학자들은 이렇게 개발된 점균류 알고리즘을 37,000개 이상의 은하에 대한 좌표를 가지고 있는 슬론디지털온하늘탐사 데이터에 적용하였다. 

그 결과 우주거미줄 구조를 보여주는 3차원 지도가 만들어졌다.  

연구팀은 그 다음 작업으로 허블우주망원경 데이터 보관소로부터 추출한 350개 퀘이사의 분광 데이터를 분석하였다. 

머나먼 우주의 등대불과도 같은 퀘이사는 활동성은하핵의 블랙홀에 의해 만들어지는 빛줄기로서 이 빛은 우주를 가로지르며 우주거미줄을 통과하며 우리에게까지 날아온다. 

 

 

자연에서 가장 보잘것 없는 생명체 중 하나의 행동패턴과 허블우주망원경의 축적 데이터를 이용하여 천문학자들이 우주에서 가장 거대한 구조를 탐사하는데 도움을 받았다. 

 

황색망사점균(Physarum polycephalum)으로 알려져 있는 단세포 유기체는 복잡한 거미줄 구조의 다발체를 형성하여 먹이를 찾는다. 

또한 다른 구역으로 이동할 때 가장 최적화된 경로를 찾아 다발체를 확장해 나간다. 

 

우주가 형성되는데 있어 중력은 광활한 거미줄과 같은 다발 구조를 형성하여 은하와 은하단은 물론 눈에 보이지 않는 가스 다발과 수억광년 걸이의 암흑물질을 함께 묶어내고 있다. 

그런데 원초적인 유기체가 만들어낸 구조와 자연의 원초적인 힘인 중력이 만들어낸 이 두 개 구조간에 불가사의한 유사성이 있다. 

우주거미줄(the Cosmic Web) 구조는 거대한 규모로 형성된 우주의 골격이며 주로 암흑물질과 이 암흑물질을 장식하는 가스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은하를 만드는데 투입되는 재료이기도 하다. 

암흑물질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물질이다. 

하지만 암흑물질을 추적할 수 있는 가스가 너무나 희미하다보니 천문학자들은 이러한 불분명한 가닥들을 탐사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어왔다. 

 

우주거미줄 구조가 처음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진행된 여러 은하탐사 프로그램들로부터였다. 

당시의 선구적 연구 이후 후속 연구가 이어지면서 거대한 규모로 펼쳐져 있는 다발 구조가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 다발들은 거대한 규모로 텅 비어 있는 우주 사이사이의 경계를 형성하고 있다. 

 

 

Credit:Volker Springel (Max Planck Institute for Astrophysics) et al.

 

그림 1>  우주를 빚어나가는데 있어서 중력은 은하와 은하단 뿐아니라 수억 광년에 걸쳐 뻗어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다발들을 한데 엮어내는 방대한 우주거미줄과 같은 구조를 만들고 있다. 

          

이번에 연구팀은 지구로부터 1억 광년 이내에 잇는 국부 우주에서 이 우주거미줄의 지도를 그리고 이 거미줄 구조를 따라 존재하는 가스를 탐사해내는데 점균류의 도움을 받았다. 

즉, 이 우주의 거미줄 구조에 대한 컴퓨터 알고리즘을 디자인하는데 점균류의 행동 패턴을 참고한 것이다. 

그리고 암흑물질 다발의 성장을 예측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역시 점균류의 행동 패턴을 이용하여 검증하였다. 

컴퓨터 알고리즘은 암흑물질 다발을 규명하는데 있어 어떠한 과정들을 밟아나가야 하는지를 정교화하는 원천적인 레시피라 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이렇게 검증한 점균류 알고리즘을 37,000개 이상의 은하 좌표 정보를 가지고 있는 슬론디지털온하늘탐사(the Sloan Digital Sky Survey)데이터에 적용하였다. 

그 결과 우주거미줄 구조의 근간을 이루는 3차원 지도가 제작되었다. 

 

과학자들은 이어서 허블우주망원경이 수집한 분광분석데이터에 기록되어 있는 350개 퀘이사의 빛을 분석하였다. 

머나먼 우주의 등대불과도 같은 퀘이사는 활동성은하핵의 블랙홀에 의해 만들어지는 빛줄기로서 이 빛은 우주를 가로질러 전면에 위치한 우주의 거미줄을 통과하며 우리에게까지 날아온다. 

이렇게 우주의 거미줄을 통과한 퀘이사의 빛에는 그 정체를 알 수 있는 단서인 수소 가스의 흔적이 새겨진다. 

연구팀은 이를 분석하여 우주의 거미줄 다발을 쫓아갈 수 있는 지점들을 알아낸 것이다. 

이렇게 수집된 지점들에는 은하로부터는 상당한 거리로 떨어진 지점들도 있었다. 

그 결과 연구팀은 우주적 스케일로 펼쳐져 있는 거대한 가스다발들을 이을 수 있었다. 

 

이번 연구의 책임자인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조셉 버쳇(Joseph Burchett)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가장 단순한 생명체가 우주에서 가장 거대한 구조에 대한 통찰을 제공해 줄 수 있었다는 건 정말 환상적인 일이었습니다. 

점균류 시뮬레이션을 이용하여 근거리 우주에 있는 가스다발들과 은하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가스다발들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허블우주망원경이 축적하고 있는 데이터를 이용하여 전혀 눈에 보이지 않는 암흑물질 다발의 외곽을 따라 위치하는 차가운 가스들의 밀도도 측정할 수 있었죠.

과학자들은 지난 반세기 동안 이 가스의 흔적은 탐사해 왔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우리는 이 가스들이 우주거미줄을 구성하고 있다는 가설을 확증해낼 수 있었죠." 

 

이번 연구를 통해 은하 사이 우주공간에 퍼져 있는 가스가 다발 구조를 만들고 있다는 가설도 검증할 수 있었으며 은하로부터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 가스까지 탐색이 가능한지도 알 수 있었다. 

 

연구팀은 은하로부터 무려 1천만 광년이나 떨어져 있는 우주거미줄 다발과 연관된 가스를 발견하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놀라운 일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이들은 또한 상대적으로 밀도가 높은 다발일수록 더 강하게 나타나는 자외선 신호도 발견해 냈다.

하지만 이 자외선 신호들은 감지되자마자 사라져 버렸다.  

버쳇은 이 자외선 신호가 우주 공간의 고밀도 매질 속에 잠겨 있는 은하들 간의 격렬한 상호작용을 말해주는 단서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즉, 이 매질 속에서 은하들 간의 격렬한 상호작용으로 가스가 감지되기 어려운 수준까지 뜨거워지면서 발생한 신호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기존 허블분광관측연구에서 관측된 우주거미줄 구조와 차가운 가스간의 이론적 연결고리를 시각화하는 방법을 찾을 때 점균류를 이용한 시뮬레이션에 의존하였다. 

연구팀의 일원인 캘리포니아 대학 컴퓨터 과학자인 오스카 엘렉(Oskar Elek)은 인터넷을 통해 베를린에서 활동하고 있는 미디어 아티스트 자게 옌손(Sage Jenson)의 작품을 접하게 되었다. 

엔손의 작품들 중에는 점균류의 성장을 예술적으로 표현한 매력적인 작품들이 있었다. 

이 점균류들은 촉수와 같은 연결체를 가지고 특정 먹이에서 또다른 먹이로 움직이고 있었다. 

옌손의 작품은 점균류의 성장 시뮬레이션을 상세하게 알고리즘화 한 웨스트잉글랜드대학교 제프 존스(Jeff Jones)의 2010년 과학 작품을 기반으로 하고 있었다. 

연구팀은 점균류가 먹이를 얻기 위해 복잡한 다발 구조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이 모습이 중력이 빚어내고 있는 우주에 적용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영감을 받았다. 

즉 점균류가 만들어내는 다발 구조와 우주에서 우주거미줄이 은하와 은하단 사이에 형성한 다발구조와의 유사성을 본 것이다. 

존스의 논문에 요약된 시뮬레이션을 기반으로 엘렉은 우주거미줄 다발 구조의 위치를 추정하기 위해 점균류가 만들어나가는 3차원 컴퓨터 모델을 개발했다. 

 

국부 우주의 우주거미줄의 분석 결과는 지난 가을 사이언스지에 개재된 지구로부터 120억 광년 떨어진 초기 우주의 다발 구조 관측치와 긴밀한 연관관계를 가지고 있다. 해당 연구에서 천문학자들은 갓 태어난 어린 은하단과 연결되어 있는 수소 가스를 비추고 있었던 고에너지 빛들을 분석한 바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아스트로피지컬 저널에 개재되었다. 

 

출처 : 유럽우주국(ESA) 허블 2020년 3월 10일 Science Release

       https://www.spacetelescope.org/news/heic2003/

 

참고 : 우주거미줄을 비롯한 우주론에 관한 각종 포스팅은 아래 링크를 통해 조회할 수 있습니다. 
          https://big-crunch.tistory.com/123469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