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전투화
2020. 5. 31. 14:52ㆍ4. 끄저기/끄저기
길이 아닌 곳으로 걸어가기로 마음을 먹은 후
전투화를 신기 시작했다.
두 번째 전투화가 고장나면서 이번에 세 번째 전투화를 마련했다.
전투화를 신기 시작한건
전투하는 마음으로 살겠다...라는 투의 그런
대단한 결심 때문이 아니라,
그저 뱀을 굉장히 무서워하기 때문이다.
전투화의 '전투'라는 단어가 맘에 안 들어
장화를 신어볼까도 했지만,
장화로는 아무래도 등산이 어려울 것 같아
계속 전투화를 신기로 했다.
세 번째 전투화의 끈을 묶으며
과연 내가 길이 아닌 곳으로 얼마나 걸어왔는지 돌아보았다.
가야할 곳은 보이지도 않는데 헤쳐 온 길이래봐야 얼마 되지 않는다.
뒤죽박죽, 문제 투성이다.
세 번째 전투화는 유독 나의 발에 많은 상처를 만들고 있다.
뭔가 다루기 쉽지 않은 놈을 만난 것 같다.
하지만 친해만지면
아무도 모르는 비밀의 정원으로
나를 데리고 갈 멋진 놈인 것 같다.
가다 못 가면 쉬어가면 그만.
어디든 가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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