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의 떠돌이 행성을 발견하다

2022. 6. 19. 11:173. 천문뉴스/유럽남부천문대(ESO)

그림 1>  이 상상화는 뱀주인자리 로(ρ)성운 복합체(the Rho Ophiuchi cloud complex)를 배경으로 한 떠돌이 행성의 예를 그린 것이다.  떠돌이 행성이란 우리 태양계의 행성들과 비슷한 질량을 가지고 있으면서 어느 한 별에 얽매여 공전하지 않고 우주 공간을 떠돌고 있는 행성을 말한다. Credit:ESO/M. Kornmesser/S. Guisard (www.eso.org/~sguisard)

 

떠돌이 행성들은 찾아내기 어려운 행성들이다.

이 행성들은 우리 태양계에 있는 행성들과 비슷한 질량을 가지고 있지만 별 주위를 공전하지 않고 홀로 우주공간을 떠돌고 있는 행성들이다. 
지금까지 발견된 떠돌이 행성은 얼마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에 ESO의 망원경과 관측 장비들을 활용한 연구팀이 최소 70개 이상의 떠돌이 행성을 새로 발견해냈다. 
떠돌이 행성 발견으로는 최대의 규모를 자랑하는 이번 발견은 이 수수께끼의 행성들의 기원과 특징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오스트리아 비엔나 대학 및 프랑스 보르도 천체물리연구소의 천문학자이자, 2021년 12월 22일 네이처 아스트로미지(Nature Astronomy)에 개재된 논문의 제1저자인 누리아 미레뜨 로이(Nuria Miret-Roig)는 이렇게 많은 떠돌이 행성이 발견될 거라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떠돌이 행성은 그 어떤 별빛도 받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일반적인 조건에서 이들의 모습을 촬영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미레뜨 로이와 그녀의 연구팀은 만들어진지 고작 수백만년 정도밖에 되지 않아 빛을 뿜어내기 충분할만큼 뜨거운 떠돌이 행성들을 거대한 망원경과 고감도 카메라를 통해 직접적으로 포착해낼 수 있었다. 


이번에 발견된 최소 70개의 떠돌이 행성들은 전갈자리와 뱀주인자리 방향으로 태양과 지근거리에 있는 새로운 별생성구역에서 발견되었으며 이들은 목성과 비견될만한 질량을 가지고 있다. [1]

 

사진 1> 이 사진은 전갈자리 위쪽으로부터 뱀주인자리에 이르는 방향의 어느 특정 지역을 촬영한 사진이다. 이 사진을 확대하여 살펴본 최근 연구에서 떠돌이 행성이 발견되었다. 떠돌이 행성이란 어느 한 별에 얽매여 공전하지 않고 자유자재로 우주공간을 떠다니는 행성을 말한다. 이 사진의 한복판에서 아주 작지만 밝은 붉은 점으로 보이는 것이 떠돌이행성이다. 이 사진은 VST에 장착된 오메가캠과 VISTA에 장착된 VIRCAM으로 획득한 데이터를 합성하여 만들어졌다. Credit:ESO/Miret-Roig et al.



연구팀은 떠돌이 행성을 찾아내기 위해 우주와 지상에 위치한 여러 망원경들이 쌓아온 최근 20년 치까지의 관측 데이터를 살펴보았다. 

 

미레뜨 로이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넓은 영역에 퍼져 있는 수천만 개의 천체에 대해 아주 미세한 움직임이나 색깔, 밝기를 측정했습니다. 
 그리고 그 지역에서 가장 희미한 비밀의 천체들을 식별해 냈죠. 바로 이들이 떠돌이 행성들이었습니다."

연구팀은 ESO의 초거대망원경(Very Large Telescope, 이하 VLT)과 가시광선 및 적외선 탐사망원경(the Visible and Infrared Survey Telescope for Astronomy, 이하 VISTA), VLT탐사망원경(the VLT Survey Telescope, 이하 VST)과 MPG/ESO 2.2미터 망원경 및 이와 연계되어 있는 여러 탐사장비들을 이용하여 이들을 관측하였다. 

 

보르도 천체물리연구소의 천문학자이자 이번 연구 프로젝트의 책임자인 허비 부이(Herve Bouy)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우리 데이터는 주로 ESO의 관측기구들로부터 나왔습니다. 그 데이터들은 이번 연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죠. 
 ESO 관측설비에서 가능했던 광대역 탐사기능과 뛰어난 감지 능력이 이번 연구에서 핵심적인 도움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사용한 사진은 만여 개에 달하는데 이를 관측시간으로 환산한다면 수백여 시간이 되고 그 용량은 수십 테라바이트에 달합니다."

연구팀은 또한 유럽우주국의 가이아 위성이 수집한 데이터도 활용했다. 
가이아 위성은 지상과 우주에 있는 여러 망원경과 연계하여 우주 탐사 역사에 거대한 성공을 이끈 ESA의 관측위성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우주 공간에 어떤 별에도 종속되지 않고, 아직 발견도 되지 않은 떠돌이 행성들이 훨씬 더 많을 거라는 점을 암시하고 있다. 
부이는 그 어떤 별에도 얽매이지 않고 미리내를 자유자재로 떠돌고 있는 떠돌이 행성의 수가 수십억 개에 이를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번에 새로 발견된 떠돌이 행성들을 연구함으로써 천문학자들이 이 수수께끼의 행성들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단서를 찾게 될 것이다. 
몇몇 과학자들은 떠돌이 행성들이 가스 구름의 붕괴로부터 형성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다만 그 질량이 별이 되기에는 너무나 적은 상태로 형성된 것일 수도 있고, 또다른 가능성으로 애초에 별 주위에 형성되긴 했지만 이로부터 떨어져나왔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이 두 가지 가능성 중 어떤 것이 맞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기술적 발전이 좀더 이뤄진다면 이 떠돌이 행성들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을 것이다. 

연구팀은 향후 만들어질 ESO의 초대형망원경(Extremely Large Telescope, 이하 ELT)을 통해 연구를 계속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현재 이 망원경은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 건설중이며 2020년대 말에는 관측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진 2> 이 사진은 떠돌이 행성일 가능성이 있는 115개 천체가 있는 우주를 담은 것이며 빨간색 원으로 표시된 부분은 이번에 천문학자들이 떠돌이 행성을 찾아낸 지역이다. 연구팀이 대상 천체의 연령을 기반으로 떠돌이 행성일 가능성이 있는 천체로 지목한 천체의 수는 최소 70개에서 최대 170개 사이이다. Credit:ESO/N. Risinger (skysurvey.org)


각주

[1] 이번에 연구팀이 발견한 떠돌이행성들의 숫자를 정확히 한정하는데는 어려움이 있다. 이번 관측 데이터로는 이 천체들의 정확한 질량을 측정하기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만약 관측된 천체의 질량이 목성 질양의 13배 정도 된다면 이들을 행성으로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런 경우라면 숫자에서 제외되어야 한다. 
질량 산출이 어려웠기 때문에 이번 연구는 이들 떠돌이 행성들의 밝기를 기반으로 연구되었으며 기존에 관측된 떠돌이 행성들의 밝기 최상 한계 이하에 있는 것만이 수집되었다. 
떠돌이행성의 밝기는 그 행성의 연령과 관련이 있다. 
더 늙은 행성일수록 식어가는 시간이 더 길었기 때문에 밝기는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관측 대상이 된 지역이 생성된지 오래된 지역이라면 이곳에서 가장 밝은 천체들은 목성 질량의 13배 이상일 확률이 높다. 
하지만 반대로 그 지역이 생성된지 얼마 안 된 지역이라면 가장 밝은 천체들은 그보다는 가벼울 것이다. 
이러한 불확실성을 감안하고 추정한 떠돌이행성의 숫자는 최소 70개에서 최대 170개이다. 

 

 

출처 : 유럽남부천문대(European Southern Observatory) Science Release  2021년 12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