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누마 엘리쉬 - 전문 및 해설(2)

2023. 5. 28. 00:391. 별과 하늘의 이야기/별지기 사전

에누마 엘리쉬 해설

 

 

에누마 엘리쉬 점토판

 

1편 - 에누마 엘리쉬 전문보기

 

 

1. 에누마 엘리쉬 발견과 추정 시기

 

「에누마 엘리쉬」는 1848년 영국의 고고학자 오스틴 레이어드(Austin H. Layard)에 의해 발견되었다.
발견된 곳은 아시리아의 행정수도였던 이라크 니네베 지역이다. 

1876년 영국의 아시리아학자인 조지 스미스(George Smith)의 번역이 '칼데아 인들의 창세기(The Chaldean Genesis)'라는 이름으로 발표되었으며 이후 1902년에 영국의 또다른 아시리아 학자 레너드 윌리엄 킹(Leonard William King)에 의한 번역이  '창조의 일곱 토판(The Seven Tablets of Creation)'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되었다.
 
이상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점토판에는 메소포타미아의 창세신화가 담겨 있다. 
레너드 윌리엄 킹의 발표 이후 「에누마 엘리쉬」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는데

'에누마 엘리쉬'란 이 점토판의 첫 번째 문장으로서 '그때 위에'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니네베에서 발견된 점토판은 대략 기원전 10세기 전후의 점토판이지만,

여기에 적힌 서사는 그보다 상당히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이러한 추정이 가능한 것은 '함무라비 법전'때문이다. 

함무라비는 기원전 18세기 고바빌로니아의 부흥을 이끈 왕이다.

기원전 1755년 경에 공포된 함무라비 법전 서문은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시작한다. 

 


          아눈나키 큰 신들의 왕, 
          나라의 운명을 결정하는 분,
          훌륭한 아누와 하늘과 땅의 주 엘릴은 

          에아의 첫째 아들 마르둑에게 온 누리의 주권을 결정해 주었다.
          이기기 신들 중에 그를 위대하게 만들었으며
          '신들의 문' 훌륭한 이름으로 불렀다.
          사방에 드높이게 만들었으며 

          그 가운데에 세세의 왕권을 하늘과 땅에 그의 토대를 세운 것처럼 

          그를 위해 확고히 했다.
          그 때, 아누와 엘릴은 경건하고 신을 경외하는 대표자인 나 함무라비를, 
          나라에 법을 알리게 하고

          사악과 죄를 근절시키고

          강한 자가 약한 자를 누르지 않게 하고
          태양신처럼 검은 머리에게 떠올라

          나라를 밝히며 백성의 살을 좋게 하기 위해 이름을 불렀다.
          나 함무라비는 엘릴이 부른 목자이다.
 

 


이 내용을 보면 알 수 있듯 함무라비 법전 서문은

함무라비가 국가의 통치자로서 신에게 권력을 위임받았음을 선전하고 있다.
그런데 그에 앞서 '신들의 문' 즉 '바빌론'이 마르둑에 의해 세워졌으며 
'마르둑'이 그 정통성을 이어받은 신이라는 내용이 있다.

 

「에누마 엘리쉬」는 바로 '마르둑'의 이야기이다.

즉 마르둑이 메소포타미아 만신전에서 최고신으로 좌정하는 내용이 기록된 것이 「에누마 엘리쉬」이다. 


따라서 「에누마 엘리쉬」의 역사는

최소한 고바빌로니아(BC 1895 ~ BC 1595)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2.  「에누마 엘리쉬」가 주목받는 이유

「에누마 엘리쉬」가 '마르둑 이야기'를 넘어 그 이상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기독교의 경전인 성경의 세상 창조 이야기가 에누마 엘리쉬의 영향을 받아 쓰여졌기 때문이다. 


기독교는 현재 여전히 위세를 떨치는 종교이고
'성경'은 믿음이라는 강력한 심리적 지지를 받는 책이다. 

따라서 창세기가 「에누마 엘리쉬」의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은 의도적으로 회피되거나 왜곡된다. 

「에누마 엘리쉬」에서 최고신으로 다뤄지는 마르둑이 
성경에서 우상으로 가장 많이 다뤄지는 신 중 하나인 '벨'의 또다른 이름이기 때문에
성경이「에누마 엘리쉬」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은 기독교의 믿음을 뿌리부터 흔드는 사건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믿음'의 영역과는 상관없이 사실은 사실일 뿐이다.

'아담의 계보'와 '노아의 홍수'이야기가 이미 수메르 왕명록과 길가메쉬 서사시의 일부를

그대로 가져다 놓은 이야기라는 건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에누마 엘리쉬」와 창세기의 세상 창조 이야기 역시 그러한 관계의 하나일 뿐이다. 

 

신화학 및 인류학자인 김산해 선생님이 쓴 책 「신화는 수메르에서 시작되었다」는 
창세기의 저자가 「에누마 엘리쉬」를 비롯한 고대 수메르의 신화를 어떻게 참조하였는지를
'날조'라는 표현과 함께 적나라하게 기록하고 있다.

야인의 느낌을 풍기는 김산해 선생님의 글 말고도 조철수 선생님의 저서 「수메르 신화」(서해문집)'에도 
창세기가 「에누마 엘리쉬」를 어떻게 참조했는지를   
'유사점'이라는 표현 하에 상당히 정제된 문장으로 정리하고 있는데 그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세상 창조를 실현하는 주역은 그 도시, 또는 민족의 수호신이다.
     둘째. 창세기와 에누마 엘리쉬 모두 인간창조는 효과적인 역할을 한다. 
              즉 에누마 엘리쉬에서 인간의 창조는 신들의 노역을 대신하기 위해서였다. 
              창세기에서 인간의 창조는 온갖 생물을 다스리도록 하기 위함이다. 
     셋째. 마르둑이나 야훼 모두 인간을 창조한 후에 쉰다. 
     넷째. 에누마 엘리쉬가 7개 토판으로 이루어진 것처럼 창세기도 창조 역사의 시간을 7일로 잡는다.
     다섯째. 인간 창조는 세상 창조의 마지막 단계에 등장한다. 

 

다소 뭉뚱그린 듯 보이는 조철수 선생님의 글에 대비하여 
김산해 선생님은 문장 하나, 단어 하나까지 분석하고 있는데 
그 일례를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참고로 아래 글에서 쓰고 있는 'P'와 'J' 는 창세기를 기록한 두 명 또는 두 그룹의 학자를 말한다.

 ‘엘로힘’이라는 이름을 사용한 이들이 P, ‘야훼’라는 이름을 사용한 이들이 J이다. 

 창세기 1장부터 2 3절까지, 즉 창조과정을 드라이하게 기록하고 있는 이들이 P,

 2 4절 이후 에덴동산을 비롯한 신화적 상상력이 풍부한 내용을 기록한 이들이 J이다.)

 

 

 

          P도 베끼고 J도 베끼다

 

          이미 구구절절 눈 구경한 '에누마 엘리쉬''엘리쉬', '''머리''처음'이요,

          '에누마''-할 때''-'에 해당하여, '에누마 엘리쉬''그때 위에'로 말풀이 된 건 지당한 일이었다.

          야훼 엘로힘을 어깨에 짊어지고 에덴 동산 운운하던 J라는 작가는

          ‘베레쉬트 24절 후반부에 반 억지로 이어놓은 반 토막 같은,

          ‘그 때에 야훼 엘로힘이 하늘과 땅을 만들었다는 문장으로 대선배들의 원본을 사록하였다.

          ‘그때에는 히브리 어의 베욤으로, J낙원 이야기라는 또다른 창세기를 라는 뜻의 ,

          ‘-라는 뜻의 로 출발하였으니, ‘베레쉬트베욤이나, PJ, 외로 지나 바로 지나

          모두가 다 예제 없이 에누마 엘리쉬를 옮겨적은 말이었다.

          그러나 그때에라는 말투는 수메르 문서에서 흔하게 나타나는 어구로,

          결국 전부 뭉텅이로 말하자면, 수메르 창세기를 베낀 거라 할 수 있겠다.

          그래설랑 그들의 창세기를 보면 한결같이,

          마르둑을 출세시킨 바빌론의 사제들은 에누마 엘리쉬(그때 위에)’로 초입했었고,

          엘로힘을 출세시킨 P베레쉬트(처음에)’로 들이밀었고,

          야훼를 출세시킨 J베욤(그때에)’으로 시작하였던 게다!

          (김산해, 역사는 수메르에서 시작되었다. P144~145, 가람기획)

 

 

 

이렇게 직접적으로 다루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조철수 선생님 역시 창세기가 「에누마 엘리쉬」에게서 받은 영향을 구체적으로 기록하고 있다.

다만 제도권에 좀더 가까운 것으로 보이는 조철수 선생님은 이를 주석으로 살짝 빼 놓았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창세기, 1장은 이렇게 시작한다(1~3),

 

           처음에 하느님이 하늘과 땅을 만들 냈다.

           땅은 불모지에 비었었고,

           어둠이 깊은 물 위에, 하느님의 바람이 물 위에 일고 있었다.

           하느님이 말했다. “빛이 있어라.” 그러자 빛이 있었다.

 

           여기에서 하느님의 바람이 일고 있는 은 단물이며

           이에 반대되는 어둠이 드리워진 깊은 물은 짠물 즉 바닷물을 뜻한다.

           한편 여기에서의 은 태양이나 달과 같은 빛 물체가 아니다.

           이러한 빛 물체는 창조 4일째 (창세기1, 16~18)에 만들어졌다.

           그렇다면 창조 첫째 날 만들어진 빛은 어떤 것인가?

           「창세기에서 깊은 물 위에 어둠이 있었다고 말하며

           이를 에누마 엘리쉬와 대조하면 바닷물 위에 어둠

           즉 어둠의 세력인 바다의 여주 티야마트가 있었다고 설명할 수 있으며

           하느님의 바람이 물 위에 일고 있었다는 에아/마르둑의 주문呪文이 지하수에 일고 있었다고 이해할 수 있다.

           마르둑의 주문으로 티야마트를 물리치는 것처럼 하느님의 바람으로 어둠을 몰아내는 것이다.

           어둠을 몰아내는 수단으로 만들어낸 것이 빛이다.

           따라서 이 빛은 고대 근동 사회의 정결례 의식에서 가장 평범하게 사용하던 불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 신전을 건축할 때 신전터를 불로 태워 악의 세력을 없앴다.

           「에누마 엘리쉬의 시작 부분과 같은 전승에서 엮어진 이야기이다.

 

 

3.  유대인들이 「에누마 엘리쉬」를 만났을 때

 

그러면 창세기 저자들은 어떻게 에누마 엘리쉬를 접하게 되었을까?

 

마치 고대 우리나라의 학자들이 중국의 학문을 받아들였던 것처럼

변방의 유다 학자들이 바빌론이나 아시리아와 같은 대제국의 학문에 영향을 받았을 것임은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단순 추정 외에도 구체적인 사건이 있다.

바로 바빌론 유수사건이 그것이다.

바빌론 유수란 기원전 6세기 남유다 왕국이 신바빌로니아의 네부카드네자르 2세에게 멸망당한 후

남유다 왕국의 백성들이 바빌론에 끌려가 50년 간(BC 597~538) 포로생활을 한 사건을 말한다.

 

메소포타미아의 변방인 팔레스타인에서 제국의 중심 도시 바빌론으로 끌려간 유다인들은

선진 도시와 문명에 압도당하는 시간을 갖는데,

이러한 수난의 시간은 한편으로는 민족주의 사상을 고취하여

창세기를 비롯하여 이른바 모세오경이라 불리는 유대인들의 경전 토라가 집대성되는 계기가 된다.

 

이때 바빌론에는 오래 전부터 유지되던 유서깊은 신년 축제인 아키투’축제가 있었다. 

바빌로니아 달력에서 가장 중요하고 가장 엄숙한 축제였던 이 신년 축제는

오늘날의 3~4월에 해당하는 니산누 월 첫째 날에 시작되어 11일 또는 12일 동안 지속되었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열 두 달에 대한 상세한 내용은 다음의 링크를 참조하세요.

  https://big-crunch.tistory.com/12350089 )

 

「에누마 엘리쉬」는 이 아키투 축제의 넷째 날 낭송되었다.

 

아키투 축제가 왕이 반드시 참여해야 할만큼 중요한 축제였으므로,

이 축제 때 바빌론의 모든 도시민들이 참여했을 거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유다인들로서는 생판 만나볼 수 없었던 수많은 이방인들 틈에서,

거대한 도시 바빌론과 그 왕권을 찬양하는 「에누마 엘리쉬」를 들으며 자신들만의 새로운 창세기를 꿈꿨을 것이다.

 

 

4.  신화의 원형

 

기독교가 서양 문명의 근간이어서 이와 관련된 설명을 장황하게 하긴 했지만

이보다 더 놀라운 것은 「에누마 엘리쉬」에서 발견되는 신화의 원형이다. 

 

 「에누마 엘리쉬」를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모습이 있다.

바로 신들의 전쟁이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의 전쟁인 '티타노마키아'를 연상시킨다는 점이다. 

 

'티타노마키아'란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 진영의 신들이 

크로노스 진영의 신들과 맞서 싸운 전쟁을 말한다. 

 

 「에누마 엘리쉬」 역시 마르둑 진영의 신들이 

티야마트 진영의 신들과 맞서 벌인 전쟁을 담고 있다. 

 

이러한 구도 뿐만 아니라 대립하는 신들의 양상도 동일하다.

 

우선 전쟁의 한 축인 크로노스는 자연을 상징하는 신들임에 반해 제우스를 비롯한 신들은 인격신을 상징한다.

티야마트 역시 '바다'라는 자연 자체를 상징하는데 반해 마르둑 측의 신들은 자연 자체가 아닌 자연의 특정 영역을 주관하는 인격신의 면모를 가지고 있다.

특히 엔키(에아, 누딤무드)가 자신의 고조할아버지인 앞수를 죽여 지하수의 신으로 등극하는 과정은 이른바 인격신들이 자연신들로부터 권력을 찬탈하여 특정한 영역을 주관하는 신으로 좌정하는 과정을 인상적으로 보여준다.

 

크로노스는 제우스를 비롯한 인격신들의 직계조상이다. 

티야마트 역시 마르둑을 비롯한 인격신들의 직계조상이다. 

 

크로노스는 전쟁을 위해 기간테스와 키클롭스, 헤카톤케이레스를 비롯한 수많은 괴물들을 동원한다.

티야마트 역시 전쟁을 위해 기괴한 뱀과 용, 라하무를 비롯한 수많은 괴물들을 동원한다.

 

후손인 인격신들이 조상인 자연신들에게 승리를 거두고 새로운 지배체제를 공고히 하는 것도 동일한다. 

 

 「에누마 엘리쉬」에 등장하는 이러한 구도는  「에누마 엘리쉬」에서 새로 창조된 것이 아니라

수메르 신화의 전승을 이어받아 만들어진 것이다. 

즉, 이러한 구도는  「에누마 엘리쉬」보다도 훨씬 이전 세대에 수립된 것이며 

이러한 구도가 후대의 바빌론은 물론 메소포타미아 문명권에 두루 영향을 미쳤다.

 「에누마 엘리쉬」를 통해 서양 문명사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그리스 신화도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영향을 그대로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5.  별자리의 기원을 설명하는 「에누마 엘리쉬」

 

별지기로서 내가 「에누마 엘리쉬」를 주목하는 이유는 다섯 번째 토판 때문이다.

별자리가 왜? 누구에 의해서? 어떤 목적에 의해서 만들어졌는지를 알 수 있는 단서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 전에 한국천문연구원에서 제공하는 별자리의 기원에 대한 설명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기원전 수천 년경 바빌로니아 지역에 살던 셈족계 유목민인 칼데아인 들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들은 가축을 키우고, 푸른 초목을 따라 이동하는 생활을 하면서, 밤하늘을 자주 쳐다보게 되었고,

         밝은 별들을 연결시켜 동물에 비유하면서부터 별자리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출처 : https://astro.kasi.re.kr/learning/pageView/5058 )

 

 

대한민국의 천문연구 본산이라 할 수 있는 천문연구원의 이 설명은 과연 맞는 설명일까?

기원전 7세기에서야 역사의 전면에 등장하는 칼데아 인들을

기원전 수천 년경이라고 기록한 기본적인 내용의 부정확성은 차치하고서라도

별자리가 유목민들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은 아무 근거도 없는 도시괴담일 뿐이다.

그러한 도시괴담이 국책연구기관의 홈페이지에 버젓이 기록되어 있는 것이다. 

 

「에누마 엘리쉬」는 별자리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알 수 있는 명확한 단서를 제공한다.

바로 다섯 번째 토판에 그 내용이 담겨 있다. 

 

 

          별들을 그들의 모습대로 세웠다.

          해를 정하고 절기를 나누었다.

          열두 달에 세 별을 세웠다.

          이에 따라 일 년의 날짜를 정했다.

          서로의 움직임을 정하기 위해 북극성을 세웠다.

          그래서 어느 것도 잘못하거나 잘못 가지 않았다.

          그는 엘릴과 에아의 ()자리를 그것과 함께 정했다.

 

 

이 내용은 티야마트를 물리친 마르둑이 세상에 새로운 질서를 재편하는 장면으로 등장한다.

「에누마 엘리쉬」에서 마르둑 이전의 세상은 질서라는 것이 따로 존재하지 않았다.

가장 강력한 신이었던 티야마트는 세상을 자연 그대로, 말 그대로 그대로놔 두었다.

 

하지만 티야마트를 물리친 마르둑은 세상에 질서를 정하고

신들 대신 노역을 담당할 인간을 만들어 주는 대가로 다른 신들에게 절대적인 충성을 요구하는 계약을 맺는다.

 

바로 이러한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는 시작점으로 하늘의 질서를 세우는 장면이 등장하는 것이다.

 

즉 별자리는 떠돌이 유목민족이 지은 것이 아니라 세상에 질서를 부여하는 강력한 권력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며,

별자리는 그저 뜬구름 너머에 있는 애들 이야기가 아니라

강력한 질서가 부여되고 유지되는 세계를 상징하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인 것이다.

 

이러한 의미를 갖는 별자리가 아직까지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내가 나의 블로그 '별지기 사전' 폴더에 「에누마 엘리쉬」를 기록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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