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펴고 하늘을 바라보기

2023. 7. 21. 02:331. 별과 하늘의 이야기/하늘앓이 - 별지기의 이야기들

오랜만에 화창한 날씨.

별을 보러 나갔다. 

 

왼팔에 신경통이 심해서

큰 망원경을 옮기는 게 부담이 되었다. 

 

그래서 400밀리짜리 작은 망원경을 챙겼다. 

 

짐도 하나씩하나씩 오른손으로만 들고

여러 번 왔다갔다해서 흰둥이에 실었다. 

 

작은 망원경을 챙기니 자리가 가볍고 단촐했다.

 

금성과 초승달이 지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몸이 아플 땐 포기할 건 포기해야 한다. 

이번엔 큰 망원경을 포기했다. 

 

한때 아무 생각 없이 산 작은 망원경이 

포기의 미덕이 발휘되는 지점에서 

나를 기다려 주고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이 작은 망원경이 새로운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 

 

나는 M57 가락지 성운이 별 사이에 숨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저 보통 별처럼 숨어 있던 M57은 내가 찍어내자마자

마치 숨어 있던 아이가 술레에게 걸렸을 때 손을 툭툭 털고 나오듯 고리 모양을 드러냈다. 

 

토성도 너무나 작게 보였지만 토성은 역시 토성이었다. 

 

안드로메다 은하와 페르세우스 이중성단, M13구상성단은 

이 작은 망원경에서도 자신들의 위세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이날 특히 나를 설레게 만들었던 것은 M17 오메가 성운이었다.

밤하늘이라는 검은 헝겁을 찢으며 터져나온듯한  

오메가 성운의 모습이 무수한 별들과 어우러져 얼마나 사랑스러웠는지 모른다. 

 

대기의 열기가 충분히 식은 자정이 넘어가고부터는

하늘에 미리내도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하늘을 바라보는 자세는 

몸을 확 펴고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어올린 자세다. 

 

평소에 취하지 않던 자세다보니 

아픈 왼팔을 시작으로 몸이 많이 아팠다.

그 동안 너무 책상에 웅크리고 있었나보다. 

 

하지만 나는 다시 책상에 웅크리는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 

그건 내가 선택한 길이다.

 

그 대신 몸을 곧게 펼 수 있도록 

밤하늘도 더 자주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