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8. 29. 13:01ㆍ3. 천문뉴스/유럽남부천문대(ESO)
천문학자들이 초거대망원경(Very Large Telescope, 이하 VLT)을 이용하여 해왕성의 거대한 흑점과 인근에 있는 작고 밝은 점을 포착해냈다. 지상에 있는 망원경으로 태양계 행성의 흑점을 포착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해왕성의 푸른 대기를 바탕으로 이따금씩 나타나는 이 흑점의 정체는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하지만 이번 관측을 통해 이 흑점의 특징과 기원을 밝힐 수 있는 단서를 얻을 수 있었다.
거대 가스 행성의 대기에서 점 구조는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유명한 목성의 대적반도 그 중 하나이다.
해왕성에서 흑점이 처음 포착된 것은 1989년 보이저 2호에 의해서였다.
이때 포착된 검은 점은 불과 몇 년 후 사라졌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 교수이자 2023년 8월 24일 네이처 아스트로노미(Nature Astronomy)에 개재된 논문의 책임연구자인 패트릭 어윈(Patrick Irwin)은 해왕성에서 흑점이 처음 발견된 이래, 그 정체가 무엇인지 항상 궁금했다고 말했다.
어윈과 동료들은 VLT가 획득한 데이터를 이용하여 이 흑점이 대기 상의 구름이 없어지면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가설은 배제하였다. 대신 이번 관측을 통해 이 흑점은 우리 눈에 보이는 연무층 바로 아래 대기층에서 얼음과 연무가 뒤섞이면서 공기 입자가 검게 물든 결과일 것으로 추정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결과를 도출하는 과정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이 흑점은 해왕성 대기에 항구불변하게 있는 것도 아니고 충분한 상세 연구가 이뤄진 적도 없기 때문이다.
기회는 허블우주망원경이 해왕성 대기에서 2018년 북반구에서 발견한 흑점을 포함하여 여러 개의 흑점을 발견하고 나서 찾아왔다.
어윈과 연구팀은 이 도전적인 과제에 딱 걸맞는 관측 장비를 바탕으로 즉각 연구에 착수했다.
연구팀은 VLT에 장착된 MUSE(광시야분광관측기, Multi Unit Spectroscopic Explorer)를 이용하여
해왕성 대기에서 반사된 햇빛을 분해할 수 있었으며
이로부터 흑점을 구성하는 색깔(파장)과 3차원 분광데이터를 얻을 수 있었다.
이는 해왕성의 흑점에 대해 이전보다 훨씬 더 상세한 연구가 가능해졌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어윈은 지상에서 처음 해왕성의 흑점을 관측해 낸 것은 물론 반사광을 구성요소별로 분광해 낼 수 있게 된 것에 엄청난 희열을 느꼈다고 말했다.
서로 다른 파장은 해왕성 대기의 서로 다른 층에서 탐지되었기 때문에
천문학자들은 흑점이 위치하는 해왕성의 대기 층을 보다 확실히 결정할 수 있었다.
또한 분광데이터는 서로 다른 층의 해왕성 대기가 갖는 화학적 조성 정보도 알려주었는데
이는 문제의 점이 왜 검은 색으로 나타나는지에 대한 단서도 제공해 주었다.
이번 관측에서는 또다른 놀라운 결과도 얻을 수 있었다.
이번 논문의 공동저자인 캘리포니아 대학의 연구원 마이클 웡(Michael Wong)은 연구 중에 대기 깊숙한 곳에서 밝게 빛나는 구름을 포착했는데 이는 우주에 있는 탐사장비로도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 독특한 구름은 거대한 흑점 바로 옆에서 밝게 빛나고 있었다.
VLT데이터는 새롭게 관측된 이 '깊은 대기의 밝은 구름'이 흑점과 동일한 대기층에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사진 설명 : MUSE로 수집한 분광 데이터 예시
왼쪽으로 보이는 사진은 각각 551나노미터(파란색), 831나노미터(초록색), 848나노미터(빨간색) 파장으로 담아낸 해왕성의 모습이다. 가장 오른쪽 사진은 MUSE가 수집한 모든 파장을 합쳤을 때 나타나는 자연스런 색깔의 해왕성 모습이다.
상단 우측에 나타나는 흑점은 파란색의 짧은 파장 대역에서 가장 확실하게 그 모습을 드러낸다. 반면 흑점 바로 아래 있는 밝은 점은 831나노미터 파장을 담고 있는 초록색 사진에서만 나타난다. 한편 이보다는 약간 덜 밝은 점들도 포착되었는데 하단 좌측 모서리에 보이는 점들로서 이들은 붉은 색의 긴파장 대역에서 포착되었다.
이번에 발견된 구조는 이전에 관측된 바 있는 '높은 고도에서 메탄 얼음 구름을 동반한 작은 구조'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구조이다. VLT의 도움으로 천문학자들은 이와 같은 구조를 지구에서도 연구할 수 있게 되었다.
마이클 웡의 소감은 다음과 같다.
"우주를 관측하는 인간의 기술은 놀라울 정도로 발전했습니다.
원래 이러한 구조는 보이저 우주선과 같은 탐사선을 보내야 관측이 가능했죠.
그 후에는 허블우주망원경처럼 원격 조정이 가능한 탐사장비를 이용하여 관측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기술의 발전은 마침내 이 구조를 땅위에서도 바라볼 수 있게 만들어주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허블우주망원경만 바라보는 일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출처 : 유럽남부천문대(European Southern Observatory) Science Release 2023년 8월 24일자
'3. 천문뉴스 > 유럽남부천문대(ESO)' 카테고리의 다른 글
110억년 전 은하에서 자기장을 탐지해내다. (0) | 2023.09.20 |
---|---|
PSR J1023+0038 : 독특한 양상을 보이는 펄서 (0) | 2023.09.09 |
마그네타(Magnetar)의 기원 : HD 45166을 통한 추정 (0) | 2023.08.20 |
행성 탄생의 비밀 - 외뿔소자리 V960 주변에서 관측된 먼지 덩어리 (0) | 2023.07.26 |
공전궤도를 공유하는 다수의 행성이 가능할까? (0) | 2023.07.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