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주인
2023. 9. 17. 11:55ㆍ4. 끄저기/끄저기
촛불 집회에 나가면 기분이 좋다.
분노할 줄 아는 사람들.
그 분노를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도 나처럼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구태여 옷을 챙겨입고, 구태여 차나 지하철을 타고
구태여 시간을 내어 나왔을 것이다.
세상은 구태여 움직이는 사람들의 것이다.
그들은 그렇게 세상을 차지하고 있다.
광화문에서 마무리 집회를 하며
촛불집회가 광화문이 아닌 세종대로에서 열리는 이유를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경찰들이 광화문 광장 진입을 바리케이드를 쳐 막고 있었다.
아하!
이 넘덜이 트라우마가 있구나!
집회를 마치자 허기가 졌다.
가까운 나주곰탕 집에 들어가 밥을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왔다.
윤석열 탄핵을 외치는 목소리가 가득했던 광장 사거리는 일상으로 돌아가 있었다.
빠르게 일상으로 돌아온 풍경을 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세상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보인다.
어쩌면
소우리에서 태어난 송아지도
부화기에서 태어난 병아리도
동네 횟집 수족관의 광어도
아무렇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세상은
소우리에서 태어난 송아지와
부화기에서 태어난 병아리와
수족관 바닥에 누운 광어가
함께 살아간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결국 세상의 주인은
일어나 움직일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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