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에 닥친 일 하기

2023. 8. 27. 15:164. 끄저기/끄저기

전형적인 소시민인 내가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은 

'눈앞에 닥친 일 하기'이다. 

 

한때는 원대한 꿈을 꾸고 

그래서 이상을 부르짖는 것만으로 

세상이 바뀔 거라 생각했는데 

 

나이가 들어갈수록 어리석은 생각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어느 순간

계획도 세우지 않게 됐다.

 

계획이라는 건 내가 변수를 통제할 수 있을 때 세우는 거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변수가 없는데 무슨 계획을 세우겠는가?

 

그래서 친구의 조언을 받아 정립한 기준이

눈앞에 닥친 일은 하자였다.

 

일단 너무나 낮기만 한 내 눈에 띠었다는 건 

어쨌든 내가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니까 말이다. 

 

예를 들자면 이런거다.

 

난 지구의 환경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그렇다고 마냥 손을 놓을 수 없어,

차를 살 때 하이브리드를 샀다.

 

트렁크가 그렇게 작을 줄 몰랐지만

어쨌든 하이브리드를 사서

짐을 넣었다 뺐다 하는 수고는 좀 할지언정

내가 할 수 있는 한 지구를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한 것이다. 

 

재활용 쓰레기를 버릴 때 

비닐이나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를 깨끗이 씻어 물기를 말린 후 버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선택한 일이나

재활용 쓰레기를 깨끗이 닦아 버리는 일이

과연 지구 환경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는 모르겠다.

그저 내 눈에 보이고 닥치는 일이어서 할 뿐이다. 

 

 

 

옆나라 사람들이 

다같이 먹는 물통에 똥오줌보다 더려운 걸 부어 버렸다. 

 

그리고 그걸 막아야 하는 것들이 오히려 협력했다. 

 

난 용산돼지가 하루라도 빨리 뒤져버리거나 탄핵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다만 거기까지 힘이 닿지 않으니

여전히 그저 내 눈에 보이고 닥치는 일을 하고 있다. 

 

사람들과 함께 일본대사관을 향해 마음껏 소리를 지르고 왔다.

 

나쁜 새끼들!

일국의 대사관이라는 새끼들이 뭐가 떳떳하지 못해서

국기도 안 걸고

대사관이라는 걸 꼭꼭 숨기고 있어? 

 

핵오염수 너나마셔!

 

 

이번 촛불집회 행진은 코스가 좋았던 것 같다.

 

주말을 맞아 광화문과 인사동, 광장시장과 대학로로 이어지는 길목에는

우리나라 사람들 뿐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많았다. 

 

윤석열이 탄핵되어야 한다고 마음껏 외쳤다.

 

대학로에 도착하자 사물놀이패가 우리를 맞았다. 

너무나 즐겁고 흥겨운 순간이었다. 

 

그렇게 나는 어제 하루도 내 눈앞에 닥친 일을 해 내서 뿌듯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