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주 일식 여행 16 - 터져버린 타이어

2023. 9. 28. 23:441. 별과 하늘의 이야기/2023 서호주 일식 여행기

2023년 4월 21일의 아침이 밝았다.

 


오늘은 서호주에서도 오지로 평가받는 카리지니에 들어가는 날이다.

 

엑스머스에서 카리지니 첫 번째 숙소인 톰 프라이스까지 570킬로미터 여정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구글 네비게이션 기준으로 7시간, 
속도를 마냥 낼 수 없는 우리 기준으로는 9시간이 걸리는 거리였다.

최대한 일찍 출발하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났다.


아직 아무도 깨지 않은 엑스머스 골프클럽에서 조용히 아침을 챙겨 먹고 조용히 자리를 정리했다.

 

아직 아무도 깨지 않은 엑스머스 골프클럽 주차장, 조용조용 움직였다.

출발하기 전 화장실에 가는데 골프클럽 직원 분이 보였다.
처음에 우리를 맞아주시고 여러가지로 친절을 베풀어주신 분이다.
감사와 작별의 인사를 드렸다.
가슴에 뭉클함이 느껴졌다.

 

아침 7시 20분.
오늘의 여정을 시작했다.

 

 

 

2023년 4월 21일, 아침 브리핑

한참을 달려가는데 유량계 눈금이 1/4 지점까지 떨어졌다.
엑스머스에서 나올때 눈금은 3/4 지점에 있었다. 
기름을 넣고 나올까 했는데 나오는 길에 주유소가 없어 무심코 그냥 출발하고 말았다. 
주유소 위치를 미리 확인하지 못해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다행히 Road House 팻말을 만나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무려 300킬로미터를 달려올 때까지 주유소가 하나도 없다니, 

앞으로는 약간 길을 벗어나더라도 무조건 기름을 가득 채우고 움직여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누타라(Nanutarra) 로드 하우스 주유소 풍경

나누타라 로드 하우스는 이 길목에 있는 유일한 휴게소였던 것 같다. 
가게에도 손님이 많았고 주유소에도 차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주유소에서 얼마 안 간 지점에 카리지니로 들어가는 136번 국도가 나타났다. 
136번 국도부터는 다시 노견이 사라졌다. 

확실히 외딴 시골길이라는 티가 났다. 

 


교행이 불가능한 좁은 다리도 네 개 통과했다.

지나다니는 차가 거의 없어 서로 양보를 하거나 기다려야 하는 일은 없었다. 

 

 

136번 국도에 접어들 무렵부터는 
그동안 광활하게 펼쳐진 들판 풍경과 달리 제법 언덕과 산이 보이기 시작했다. 

 



마치 오름같은 규모의 작은 산들이 나타났는데 

이렇게 고만고만한 산들이 이어지며 오름왕국에 들어선 것 같은 느낌을 자아냈다. 


그러다가 연달아 늘어선 능선 풍경이 이어지고 
고도가 높아져 간다는 느낌이 드는 오르막길도 계속 이어졌다. 

 


울룩불룩 크고 작은 산들이 늘어선 풍경 덕분에 운전은 생각만큼 지루하지 않았다. 

중간에 외딴 공원에 쉬기 위해 들어갔다. 
시계는 13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운전을 시작하고 5시간 40분 동안 달려온 셈이다. 

공원에는 한 가족이 쉬고 있었다.
젊은 엄마와 어린 두 딸이 있었는데 우리 차가 들어오자 캠핑카 안에서 남편이 나왔다. 
낯선 차가 들어오자 경계하는 것이었다. 
그만큼 오가는 이들이 없는 한적한 길이었다. 

 


파리가 극성이어서 차에서 내리지는 못하고 안에서 
준비한 사발면을 끓여 점심식사를 했다. 

식사를 마치고 간단한 체조로 몸을 푼 후 화장실에 들렸다가 다시 출발했다. 

한 시간 정도 더 들어가자 예상치 못한 갈림길이 나왔다.
파라버두 로드(Paraburdoo Rd.)라는 길이 갈라지는 지점이었는데 
파라버두 로드는 포장도로였지만 나머지 한 길은 비포장도로였다. 
문제는 구글 네비게이션이 우리에게 알려준 방향이 비포장도로라는 것이었다.

 

파라버두 분기점, 네비게이션은 직진을 하라고 했지만, 직진길은 비포장도로였다. 사진 : 구글스트리트뷰

 

비포장도로로 들어갈 수야 있겠지만 그렇다면 타이어 손상을 감수해야 했다. 
결국 포장도로인 우회로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아쉽지만 우회도로를 선택해야 했다.


처음 계획보다 약 70킬로미터가 더 늘어나는 순간이었다. 

구글 네비게이션이 비포장도로를 골라주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 순간이기도 했다. 

 

붉은 색으로 표시한 구간은 비포장도로 구간이다. 70킬로가 더 늘어난 우회로를 선택해야 했다.

 

50분 이상을 더 달려야 했다.

아침 일찍 출발하기를 천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유를 부렸다면 이 궁벽진 곳에서 또 야간운전을 할 뻔 했으니 말이다. 

 

파라버두를 지나자 장대한 산맥이 나타났고 그 풍경이 톰 프라이스까지 이어졌다. 

마침내 서호주 내륙의 광업도시이자 카리지니 국립공원의 관문인 톰프라이스(Tom Price)에 입성했다.
톰 프라이스(Tom Price)는 생각보다 훨씬 더 깔끔하고 도시 분위기가 풍기는 마을이었다. 

 

 

오늘의 숙소인 톰 프라이스 투어리스트 파크(Tom Price Tourist Park)에 도착한 때는 오후 4시 30분이다. 
무려 9시간을 달려왔다. 

예상치 못한 우회로를 만나긴 했지만 예상 시간 내에 도착한 것이다. 

 

톰 프라이스 투어리스트 파크 리셉션 풍경

 

톰 프라이스 투어리스트파크 배치도

 

배정받은 자리에 잘 안착했다.

먼 길을 무사히 잘 달려왔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사실 한국에서 여행을 계획할 때 톰 프라이스는 고려하지 않았던 숙소였다.
동영상이나 사진에 등장하는 전반적인 풍경이 상당히 낡아 보였기 때문이다. 

오지에 있으니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톰 프라이스 캠핑장은 완전 달랐다. 
주방, 화장실, 샤워실 모두 깔끔하게 잘 관리되어 있었다.

 

허름해보이는 주방 외관, 하지만 외관과 달리 내부는 깔끔하게 잘 관리되고 있었다.

 

서호주의 다른 캠핑장에서는 볼 수 없었던 산이 뒤에 버티고 있어 풍경도 아주 좋았다.

 

특히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었던 카드 결제가 가능한 세탁기도 있었다. 
동전을 미리 준비하지 못해 세탁기를 쓰지 못했던 터였다. 


그 덕에 그동안 입었던 옷들을 들고 나와 편하게 빨래를 돌리고 맘 편하게 샤워를 하며 피곤을 풀었다. 

 


도착한지 얼마되지 않아 금방 날이 어두워졌다.


오랜 운전으로 많이 피곤했다.
안쥔마님께서 만들어주신 푸짐한 저녁식사를 느긋하게 즐기고 까무룩 잠이 들었다.

 

까무룩 잠든 새 웅장한 미리내가 우리 머리위를 지나갔다. 새벽에 화장실에 가려고 나왔다가 촬영했다.


이튿날 아침. 

 

 

획실히 오지에 있는 캠핑장 답게 오프로드 느낌이 물씬 풍겨나는 차들이 톰 프라이스의 아침을 장식하고 있었다. 

 

아침 식사를 하는데 캠핑카에 앵무새 한 마리가 날아들었다. 


때마침 아몬드가 있어 앵무새에게 주었더니 헉... 발(?)로 척척 받아 먹었다.

 


그러자 또다른 앵무새들이 하나둘 날아들기 시작했다. 

애들이 갈 생각도 안 한다.


지능이 있는 새다보니 먹이를 주는 느낌이 비둘기와는 완전히 달랐다. 

결국 앵무새들과 함께 아침식사를 하는 진귀한 경험을 했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언제나처럼 설거지를 하고 양치와 세수를 했다.

오늘은 카리지니 국립공원 내에 있는 에코 리트리트(Eco Retreat)로 이동해야 한다.
거리가 100킬로미터도 안 되었다.
거리가 가까우니 진입로가 비포장 도로여서 신경이 쓰인다는 것 외에 아무런 부담이 없었다. 


식탁을 정리하고, 차 안을 청소했다.
이번엔 전선을 걷을 차례였다.

 

전선이 연결된 오른쪽 뒤로 돌아가는 순간 헉...
타이어가 주저앉아 있었다. 

 

주저앉은 타이어, 전선이 물린 걸 보니 간밤에 주저앉은 게 확실했다.


정신이 아찔했다.
드디어, 드디어, 
우려했던 일이 터져버리고 만 것이다. 

어떡하지?

하필 오늘은 토요일이다. 

렌트카 회사에 전화를 해 봤자 받을 리도 없지만 
받는다 하더라도 어떻게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퍼스는 이곳에서 1,500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데 말이다. 

살면서 타이어를 갈아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머리가 혼란스러운 중에 생각이 드는 건 딱 하나였다.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리셉션으로 뛰어갔다. 

아침을 느긋하게 시작한 탓이라 리셉션 직원은 이미 출근해 있었다. 

"미안하지만 타이어가 터졌는데 도움 좀 받을 수 있을까?
 내가 타이어를 갈아본 적이 없어서,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
 
난감해하는 나와 달리 직원인 젊은 아가씨는 이런 상황이 익숙한 것 같았다.
밝은 표정을 지으며 도와줄 사람을 보내주겠다고 했다.

자리로 돌아오고 나서 얼마 안 있어 초로의 아저씨 한 분이 
여유있는 웃음을 띠고 와 인사를 하고 타이어 상태를 살폈다.

그리고 무전기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는 조금 있으면 도와줄 사람이 올거라고 했다.

잠시 후 우리를 도와줄 구세주가 등장했다.

 

두둥! 우리를 도와 줄 구세주가 나타났다.

젊은 청년이 만면에 미소를 가득띠고 다가와 어눌한 영어로 말했다.
"걱정 마세요. 이런거 금방 해요."
젊은 청년의 말에 마음이 다 편안해졌다. 

 

"그런데 장비는 어딨어요?"

 

(응? 그거 가져온거 아니었어?)
"글세 어디 있는지 모르겠어."

"차에 메뉴얼 있죠?"

"한 번 찾아볼게."

차량 메뉴얼이 조수석 수납함에 있었다.
청년이 메뉴얼을 찬찬히 살피다가 순박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르노 자동차는 처음이라서요."

"그...그래"

청년이 메뉴얼을 내게 주고는 차 바닥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청년이 차 바닥을 살피는 사이 나는 메뉴얼을 훑었다.


그래... 메뉴얼을 봐야지. 메뉴얼에 다 있을 거야. 찬찬히 보면 될거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메뉴얼에서 타이어 교체를 위한 장비가 어디 있는지 찾아봤다.
운전석 아래 있다고 되어 있었다.
운전석을 열고 의자를 뒤로 재끼자 공구박스가 보였다.
박스를 꺼내 청년에게 갖다주었다.

청년은 스페어 타이어를 우선 꺼내야 하는데 스페어 타이어가 빠지지 않는다고 했다.
청년과 함께 스페어 타이어를 살펴보았다.

 


스페어 타이어가 차 바닥에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었다.

청년이 펜치를 공간에 밀어넣어 밀어내려 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힘으로 할 일이 아닌 것 같았다.


다시 메뉴얼을 살펴봤다. 
공구에서 긴 드라이버를 조립하여 뒷 범퍼에 있는 구멍에 넣어 돌리라고 되어 있었다.
청년에게 그 내용대로 설명을 해 줬다. 
청년이 그제서야 알겠다며 메뉴얼 내용대로 했다. 

스페어 타이어가 부드럽게 빠져나왔다. 

스페어 타이어가 나오자 그다음부터는 일사천리였다.
차를 들어올리고 나사를 풀어 터져버린 타이어를 빼낸다음 스페어타이어를 끼워넣고 나사를 채웠다.

작업을 함께 하며 청년이 파브리치오라는 이름의 이탈리아 청년이라는 걸 알게됐다.
워킹 홀리데이로 호주에 왔다고 한다. 


파브리치오 덕에 타이어를 무난하게 교체할 수 있었다.
한 번 교체를 하고나니 타이어를 교체하는게 이렇게 쉬운 일이었구나 싶었다. 
뭐든 알고나면 쉬운 법이다. 

파브리치오에게 이 고마움을 어떻게 표시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하자, 
웃으며 악수나 한 번 하자고 했다. 

아! 이 유쾌함이란!

파브리치오가 돌아가고 나는 차를 다시 내려놓은 후 장비를 정리했다.

 

사진은 나 혼자 일을 다 한 것처럼 나왔지만 순전히 이탈리아 청년 파브리치오 덕분에 가능했다.


처음에 오셨던 아저씨가 와서 펑크난 타이어를 고쳐야하지 않겠냐고 했다.

 

당연한 말이다.

 

스페어 타이어를 써버렸으니 이젠 스페어 타이어가 하나도 없는 상황이다
펑크난 타이어를 고쳐 다시 스페어 타이어를 확보해야 했다.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카리지니의 비포장 도로를 누벼야 하지 않는가 말이다.
더군다나 교체한 타이어는 외관 상 너무나 오래돼 보여 과연 얼마나 버틸지도 의문이었다. 

아저씨가 톰 프라이스 시내 타이어 가게 위치를 설명해 주었다.

 

아저씨에게 감사 인사를 드리자  "웰컴 투 오스트랄리아!"라고 대답했다. 

 

그래 웰컴 투 오스트레일리아지.

타이어 한 번 터져봐야 호주 여행 한 거지.

리셉션에도 가서 감사 인사를 드렸다.
슈퍼바이저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잊지 말고 좋은 평가를 남겨달라고 했다. 

 

헉...이곳도 별점 관리를 하는구나!

아저씨가 알려준 타이어 가게를 검색했다. 
토요일은 12시까지 오픈한다고 되어 있었다.
아직 40분의 여유가 있었다. 
호둥이를 몰고 서둘러 타이어 가게로 이동했다. 

 

하지만 타이어 가게는 이미 문을 닫은 뒤였다. 
폐점시간까지는 아직 30분이나 남았지만 
이곳에도 어김없이 조기 퇴근이 위세를 떨치고 있었다. 

스페어 타이어를 구하지 못하면 앞으로 2박 3일간의 카리지니 여행을 맘편히 할 수 없었다. 

 

입구에 적힌 전화번호로 전화를 했다.

하지만 자동 응답기로만 연결될 뿐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때마침 지나가는 차가 보였다.
정확히 뭐하는 사람들인지는 모르겠지만 
똑같은 차에 똑같은 옷을 입고 다니며 도로 정리를 하는 사람들을 여러 번 봤다.
혹시 이곳 공무원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다짜고짜 차를 세웠다. 
차에는 남자 한 명, 여자 한 명이 타고 있었다. 

"오늘 반드시 스페어 타이어를 구해야 하는데 여기 벌써 문을 닫았어.
 아직 퇴근 시간은 30분이나 남았는데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니냐?
 여기 전화 좀 해서 급한 상황이니까 좀 나와 달라고 부탁좀 해 주라."
 


 
엄한 사람들에게 따지는 꼴이 되었지만
그 사람들은 곤란한 내 상황을 이해하고는 
여러 번 전화도 하고 자동 응답기에 상황도 남겨주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그들이라고 안 나오는 가게 주인을 어떻게 나오게 하겠는가?

가장 가까운 다른 타이어 가게는 70킬로미터 거리에 있었지만 
그곳 역시 토요일이라고 일찍 문을 닫은 터였다. 

결국 그들도 아무 도움을 줄 수 없었고 무척 미안해하며 차를 몰고 갔다. 

어떡하지...
정말 난감했다.

톰 프라이스 캠핑장 입구로 다시 돌아가기로 했다.
확실하지는 않은데 캠핑장에서 나오는 길목에 
타이어가 높이 쌓여진 공장 같은 것을 본 것 같았다.

담장 안으로 들어가자 타이어가 잔뜩 쌓여 있고 뚱뚱한 아저씨 한 명이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다. 
뭔가 예감이 좋았다.

인사를 하고 내 곤란한 상황을 설명했다.
아저씨가 망가진 타이어를 보자며 우리 차를 향해 갔다.

 

애초에 이리로 올걸.
캠핑장 바로 옆인데.

망가진 타이어를 살피는 공장 아저씨


"이거 너무 망가져서 못 고칠 것 같아."

"그럼 아예 새 타이어를 살게."

"미안하지만 여긴 대형 타이어만 다루는 데라서  이 차에 맞는 타이어는 없어."
 
결국 이곳에서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낙담이 컸다. 
아저씨에게 마지막으로 질문했다.

"이거 오늘 아침에 갈은 타이언데, 이거 괜찮을까?
 혹시 문제가 있으면 미리 손보고 싶은데."

 


아저씨가 새로 갈은 타이어를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대답했다.

"흙이 잔뜩 묻어서 낡아보이는거야. 상태에 아무 문제 없어.
 바람만 조금 더 넣으면 되겠네."
 
비록 스페어 타이어를 구하지 못했지만 마지막 말이 큰 위안이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고민됐다. 
오늘 당장 비포장 도로를 통해 에코 리트리트에 들어가야 한다. 
이 상황에 타이어가 또 터지면 그때는 대책이 없다. 
에코 리트리트를 가야 하나?
그냥 이곳 톰 프라이스 캠핑장에서 2박을 더 하고 월요일 아침에 일찍 타이어 가게를 찾아갈까?

결정해야 했다.
그리고 결정을 내렸다.

그냥 예정대로 에코 리트리트에 가는 걸로 말이다.

애초에 타이어가 안 터졌으면 좋았겠지만 타이어는 결국 터졌다.
하지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나타났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문제가 또 생길 수도 있겠지만 그땐 또 도움을 주는 이가 나타날 거다. 


게다가 타이어가 터진 건 비포장 도로 때문이 아니지 않은가?
그냥 어제 밤까지 멀쩡하던 타이어가 아침에 보니 주저 앉아 있었다. 


타이어에 문제가 생길라치면 에코 리트리트에 가든 여기 눌러 앉든 상관없이 생길 것이다.

장비를 다시 꺼냈다.
새로 바꾼 타이어의 나사를 다시 한 번 단단하게 결속했다.

 


가자! 에코 리트리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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