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의 악한 이미지가 문자가 발명되기 훨씬 전부터 굳어졌을 것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사람이나 가축의 유산은 물론, 갓 태어난 아기나 새끼의 특성에서 읽어내는 흉조를 다루는 가장 오래된 예언 모음집에서도 늑대의 부정적 측면은 확실하게 드러나 있습니다.
만약 여자가 늑대를 낳는다면
그 땅은 미처 돌아가 것이다.
만약 아이가 늑대의 머리를 갖고 있다면
그 땅에는 대학살이 일어날 것이다.
늑대와 관련된 예언은 질병 및 전염병에서부터 군중의 광기와 왕국의 파괴에 이르는 모든 종류의 재앙을 담고 있습니다.
심지어 왕 조차도 늑대자리의 불길한 영향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내 도시의 단상 앞에서 개가 짖고
이에 늑대가 응답한다면
아카드의 왕은 죽게 될 것이다.
늑대는 맹렬한 공격성과 가축떼를 전멸시키기 충분한 힘으로 악명이 높았습니다.
점성술에서 다루는 늑대자리도 비슷합니다.
늑대자리는 화성과 밀접한 연관관계를 갖습니다.
그런데 화성은 항상 '소떼의 전멸'을 암시하는 것으로 언급됩니다.
만약 암염소자리(금성)가 늑대자리(화성)에 이른다면
그 해에 소 떼에 전염병이 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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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경계석, 쿠두루에 새겨진 늑대 |
늑대자리의 성격은 아카드에서 사용된 별칭인 '아후(ahu)'에서도 단서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 단어는 '아웃사이더' 또는 '이방인'이라는 뜻입니다.
점성술 주석서를 보면 '아후'의 기본적 용법이 신의 정체를 구체화하는 간결한 공식으로 발전되어 갔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아후는 나쁜 징조를 품고 있다.
아후는 네르갈(Nergal)이고 늑대이다.
아후가 '낯선 것' 또는 '낯선 이'를 뜻하는 의미로 화성을 부르는 일곱 개 이름 중 하나로 사용되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아후의 의미사슬을 완성할수 있습니다.
즉, 늑대자리는 역병의 신이자 저승의 왕인 네르갈과 동일한 화성을 상징합니다.
이 모든 요소는 '아웃사이더'로서 아후의 성격을 공유합니다.
바빌로니아 점성술과 천문학을 다루는 오늘날의 연구에서는 늑대자리(the Wolf)와 쟁기자리(the Plough)가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양자리 위쪽, 삼각형자리와 안드로메다자리 사이에 위치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살펴본 바로 늑대자리와 쟁기자리의 위치는 천구의 북극점 주변, 용자리의 별로 구성되어 있었다는 것이 거의 확실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쟁기자리에서 좀더 상세히 설명하겠습니다.
불행히도 바빌로니아 문서는 늑대자리의 정확한 위치에 관해 알려주는 것이 없습니다.
따라서 위치 규명을 위해 중세 아라비아 자료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라비아에서 자생적으로 발생한 고대 천문학 전통에 따르면 거대한 크기를 자랑하는 별자리 세 개가 등장합니다.
그런데 이 세 개 별자리는 바빌로니아 별자리에 기반을 둔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낙타자리(the Camel)와 완벽한 말자리(the Complete Horse)는 상대적으로 잘 알려진 아라비아 별자리인데 이 두 개 별자리는 각각 바빌로니아의 수사슴자리(the Stag)와 말자리(the Horse)로부터 기원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별자리가 바로 늑대자리입니다.
이 늑대자리가 용자리를 구성하는 별 사이에 있었다는 증거가 있죠.
이러한 사실은 그동안 계속 간과되어 왔습니다.
그 이유는 지금까지 전해지는 아라비아 별자리 필사본에 이들 별자리 그림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 첫 번째 이유입니다.
아라비아 필사본에서 부분적이나마 명시적으로 언급되는 것은 늑대의 발톱자리(the Wolf's Claws)입니다.
늑대의 발톱자리를 구성하는 별이 바로 용자리 중앙에 있는 여섯 개 별이죠.
아라비아 천문학의 특징은 '정확성'입니다.
따라서 이 정도의 기록만으로도 늑대자리의 나머지 부분이 어땠을지 어느정도 상상할 수 있죠.
특히 늑대의 머리는 용의 머리와 거의 일치했을 것입니다.
이러한 추측은 덴데라 황도대(the Dendera zodiac)에 등장하는 모습과 꽤 일치합니다.(그림 2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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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 이집트 덴데라의 하토르 신전 천정에 새겨져 있었던 덴데라 황도대 부조를 스케치한 것. |
이렇게 추정해 낸 늑대자리와 쟁기자리의 위치 및 방향을 두 개 마차자리와 관련하여 임시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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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 천구의 북극점 주변 별자리를 재구성한 것 |
하지만 여전히 남는 질문이 있습니다.
왜 늑대자리가 쟁기자리와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가? 하는 것입니다.
이 두 별자리의 연관성은 단순히 비슷한 곳에 위치한다는 자연적 연관성 이상일 것입니다.
고데 메소포타미아 어휘록에는 쟁기의 구성 요소로서 '쟁기를 끄는 암캐' 또는 '쟁기를 끄는 암사자'라는 단어가 등장합니다.
하지만 그 이상의 언급은 없죠.
이러한 상황에서 제가 추정할 수 있는 것은 늑대자리를 여우자리(the Fox)와 비교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우자리의 여우는 마차자리의 마구를 갉아먹는 존재입니다.
이와 비슷하다고 가정한다면 늑대자리의 늑대 역시 쟁기에서 소를 묶어내는 마구를 파괴하려는 존재일 것입니다.
여우자리와 쟁기자리 부분에서 설명하겠지만 이러한 상징은 궁극적으로 우주의 전체 질서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괴물 펜리르(Fenrir)와 마찬가지로 바빌로니아의 늑대 역시 궁극적으로 세계 질서의 파멸을 불러오는 존재일지도 모릅니다.
별자리 목록에서 늑대자리의 주제신은 대개 아누(Anu)로 언급됩니다.
아누는 하늘을 지배하는 고대의 신이며, 모든 신들의 신이자, 신성과 주권의 근원이 되는 신입니다.
하지만 그의 역할은 가장 높은 하늘에 좌정하고 있는 것 뿐입니다.
많은 존경을 받는 존재이지만 실권을 휘두르는 역할에서는 물러나 있는 신이죠.
하지만 아누와 늑대자리와의 연관성은 아누의 본성 중 일부로 내재하는 어둠의 측면에 대한 단서를 줍니다.
아누는 모든 신의 아버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모든 악마를 통솔하는 존재의 아버지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이 악마의 수는 일곱입니다.
이들은 월식을 만들어내는 존재이기도 하죠.
기원전 1천년 대가 지나는 동안 아누와 저승세계의 연관관계가 강화되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심지어 어떤 기록에는 아누가 마르둑(Marduk)의 손에 처단되는 것으로 나옵니다.
(이에 대해서는 아누의 왕관자리the Crown of Anu에서 좀더 상세하게 다루겠습니다.)
이 기록은 '늑대는 아누의 영혼이다'라는 수수께끼와 같은 문장을 설명하는 장면인지도 모릅니다.
아누의 딸 중 하나로서 라마슈투(Lamašutu)라 불리는 악마는 아이를 훔쳐가는 악마입니다.
라마슈투는 늑대의 형상으로 나타나기도 하죠. (그림 4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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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 라마슈투 |
늑대자리는 '물 우르-바르-라(Mul Ur-Bar-ra)'라고 적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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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표기는 아카드어로는 '늑대'를 의미하는 바르바루(barbaru)라 읽습니다. |
'우르(Ur)' 표기는 사자 머리를 형상화한 것입니다. 이 표기는 개나 늑대와 같은 거대 육식동물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바르(Bar)' 표기는 사람의 팔 또는 옆구리를 형상화한 것입니다. 이 표기는 아카드어로 '아후(ahu)'라 읽습니다. '아후'는 '아웃사이더', '이방인', '외국인'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이상의 표기를 그대로 해석하면 '이방인' 또는 '외국의 육식동물'이 됩니다. 점성술 문학에서 화성 및 화성과 밀접한 관계에있는 저승신 네르갈은 모두를 '아후(Ahu)'라 부를 수 있습니다. |
늑대자리를 둘러싼 전승은 바빌로니아 점성술사들이 표기체계를 통해 상징적 연관성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보여줍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늑대자리의 수메르어 표기는 '이방인' 또는 '외국의 육식동물'을 의미하는 우르-바르-라(Ur-Bar-ra)입니다.
그런데 '바르' 표기는 기원전 2천년 대 중반까지 원래 십자가 모양으로 표기되었던 '마슈(Maš)' 표기와 구분이 어려워졌습니다.
그 결과 '바르' 표기가 '마슈' 표기로 변경되면서 늑대자리 명칭은 '우르-마슈-라(Ur-Maš-ra)'로 읽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일종의 '문학적 허용(literary license)'이 개입되면서 '우르-마슈-라(Ur-Maš-ra)'는 '부자의 육식동물'을 의미하게 되었습니다.
아카드어로 '마쉬루(mašru)'가 '부' 또는 '부자'를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번역자 주 : 문학적 허용literary license이란 수사적 효과를 달성하기 위해 작가가 문법이나 구두점, 철자 등을 규칙에 맞지 않게 쓰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이 문장에서는 서로 비슷한 두 개 표기를 교체한 내용이므로 literary가 '문어적'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음을 감안하여 '문어적 허용' 또는 '표기 허용' 등의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어휘 변형을 '단어 놀이(word-play)'라고 볼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습니다.
쐐기문자를 연구하는 학자에게 대상의 이름을 쓰는데 사용된 기호는 그 대상의 본질적 속성을 표현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이는 바꿔 말하면 하나의 표기가 갖는 다중적 의미는 적극적인 의도하에 만들어진 것이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쨌든 늑대자리에서 나타나는 철자 변형의 최종 결과는 '늑대자리는 부를 위한 별자리이다'라는 점성술 격언으로 깔끔하게 정리되었습니다.
이는 문장이 훼손되어 그 뜻을 알 수 없는 아래 주문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었을지 추정할 수 있는 단서가 됩니다.
만약 늑대자리가 태양에 이른다면
부자들은...
"늑대자리는 달의 신이다"라는 점성술 격언을 통해 또다른 형태의 단어 놀이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격언이 성립할 수 있었던 공식으로, 아카드어로 늑대를 '바르바루(barbaru)'라고 한다는 점, 그리고 수메르어로 달의 신을 표현하는 표기 중 하나로서 '빛나는 이'라는 의미를 가지는 '아슈-임-바바르(Aš-Im-Babbar)'가 대체적인 유사성을 갖는다는 점을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늑대자리가 달과 갖는 연관성은 사자자리(the Lion)가 태양과 갖는 연관성과 비슷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사상은 보름달이 하루 늦게 출현하는 것과 같은 불길한 상황에서 쓰인 아래 예언의 배경을 이루고 있습니다.
만약 달이 태양을 기다리지 않고 져 버린다면
사자와 늑대가 창궐하게 될 것이다.
이 주문을 통해 가늠해 볼 수 있는 것은 태양과 달의 움직임이 달력에서 예측된 것과 어긋난다면 사자자리나 늑대자리가 품고 있는 상징은 이 땅에 해로운 영향으로 구현된다는 것입니다.
참고 별자리 : 쟁기자리(the Plou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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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자 주석
1. 이 글은 천문작가 Gavin White의 책으로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별자리와 천문전승을 담은 에세이집 Babylonian Star Lore (ISBN-13 : 978-0955903748)를 번역한 것입니다.
2. 본 글은 저자의 허락을 받아 포스팅한 글입니다.
원문과 번역문 모두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 복제 및 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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