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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죄인인가? : 하얀 리본
영화 하얀리본. 영화는 20세기 초 독일의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시대와 배경, 그리고 흑백으로 처리된 영화의 장면 하나하나가 모두 적절하다. 사람은 누구나 잘못을 저지르고 산다. 몰라서 그럴 수도 있고 실수로 그럴 수도 있지만 일부러 그럴 수도 있고 아예 목적으로 그럴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잘못에 대해서는 처벌이 따른다. 처벌은 법적 처벌일 수도 있고 관습적 처벌일 수도 있다. 공동체의 괴롭힘이나 따돌림일 수도 있고 어른의 훈육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게 있다. 모든 잘못이 처벌되는 것도 아니고 처벌이 잘못의 경중에 따라 적절하게 매겨지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영화는 처벌받지 않는 어른들의 잘못과 가혹하게 처벌되는 아이들의 잘못을 교묘하게 대비하고 있다. 내가 이 영..
2023.09.20 -
110억년 전 은하에서 자기장을 탐지해내다.
천문학자들이 ALMA(the Atacama Large Millimeter/submillimeter Array)를 이용하여 110억 광년 거리에 떨어져 있는 은하의 자기장을 관측했다. 이 은하는 우주의 나이가 고작 25억 년 밖에 되지 않던 시절의 은하이다. 이번 관측은 우리은하 미리내와 같은 은하의 자기장이 어떻게 형성되어왔는지를 알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해주고 있다. 우주에 존재하는 천체는 행성이든 별이든 은하든, 자기만의 자기장을 가지고 있다. 2023년 9월 6일 네이처지에 개재된 논문의 주저자인 영국 하트퍼드셔 대학의 천체물리학 교수 제임스 기치(James Geach)는 은하가 수십만 광년에 걸쳐 뻗어있는 자기장에 둘러싸여 있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에 참..
2023.09.20 -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촬영한 허빅하로 211 (HH 211)
허빅하로 천체(Herbig-Haro, 약어 HH)란 갓태어난 어린 별 주위에 형성된 밝은 천체를 말한다. 이 천체는 갓태어난 어린 별로부터 대단히 빠른 속도로 쏟아져나온 폭풍과 제트가 주변에 있는 가스 및 먼지와 충돌하면서 만들어진다. 이 사진은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촬영한 HH 211로서 제로 등급의 원시별에서 쏟아져 나오는 폭풍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중심에 있는 원시별은 고작 수만 년 정도 밖에 안 된 아주 어린 태양과 비슷하며 그 질량은 오늘날 태양 질량 대비 8%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별 역시 결국에는 우리 태양과 같은 별로 성장할 것이다. 적외선 사진은 갓태어난 어린별과 그 별로부터 쏟아져나오는 폭풍을 연구하는데 아주 유용하다. 왜냐하면 이처럼 어린 별들은 하나같이 두꺼운 분자구름 ..
2023.09.18 -
외계행성 K2-18 b의 대기에서 메탄과 이산화탄소를 발견하다.
지구보다 8.6배 무거운 외계행성 K2-18 b에 대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관측 결과 이 행성의 대기에 메탄과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유기분자가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번 발견으로 K2-18 b 행성은 수소가 풍부한 대기와 표면을 바다가 뒤덮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 하이션 외계행성(Hycean exoplanet)으로 간주될 수 있게 되었다. 생명가능구간에 존재하는 이 외계행성의 대기에 대한 연구는 허블우주망원경으로부터 시작되었으며 이후 이 행성계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밝히는 연구가 이어져왔다. K2-18 b는 사자자리 방향으로 120광년 거리에 위치하는 K2-18이라는 이름의 난쟁이별 주위를 도는 외계행성이며 표면에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는 범위인, 이른바 생명가능구간(the habitable..
2023.09.18 -
세상의 주인
촛불 집회에 나가면 기분이 좋다. 분노할 줄 아는 사람들. 그 분노를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도 나처럼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구태여 옷을 챙겨입고, 구태여 차나 지하철을 타고 구태여 시간을 내어 나왔을 것이다. 세상은 구태여 움직이는 사람들의 것이다. 그들은 그렇게 세상을 차지하고 있다. 광화문에서 마무리 집회를 하며 촛불집회가 광화문이 아닌 세종대로에서 열리는 이유를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경찰들이 광화문 광장 진입을 바리케이드를 쳐 막고 있었다. 아하! 이 넘덜이 트라우마가 있구나! 집회를 마치자 허기가 졌다. 가까운 나주곰탕 집에 들어가 밥을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왔다. 윤석열 탄핵을 외치는 목소리가 가득했던 광장 사거리는 일상으로 돌아가 있었다. 빠르..
2023.09.17 -
PSR J1023+0038 : 독특한 양상을 보이는 펄서
지상과 우주에 있는 무려 12개에 달하는 망원경이 협력한 관측 프로그램을 통해 특이한 행동 양상을 보이는 펄서를 연구하고 있다. 펄서란 빠르게 회전하는 죽은 별을 말한다. 이 펄서는 서로 다른 복사 양상을 보이는 두 개 모드를 지속적으로 왔다갔다 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아직까지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하지만 이번 관측을 통해 대단히 짧은 순간 일어나는 펄서의 물질 방출이 펄서의 독특한 복사 양상 변경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번 논문의 주저자인 마리아 크리스티아 바그리오(Maria Cristina Baglio)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이번에 우리는 아주 독특한 우주의 사건을 목격하였습니다. 굉장히 빠른 속도로 회전하는 고밀도의 작은 천체가 수십초 상관에 엄청난 양의 물질을 뱉어내는 사건이 바로..
2023.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