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레시보 메시지(5만년의 기다림) : 우주로 띄운 편지 - 4 -

2008. 1. 28. 03:171. 별과 하늘의 이야기/하늘 에세이

우주로 띄운 편지 - 4 -   아레시보 메시지(5만년의 기다림)

 

"우주에서 빛보다 빠른 것은 없다."

 

빛은 1초에 30만 킬로미터를 움직인다.
인간이 여태까지 만들어 쏘아올린 우주선 중 가장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보이저 우주선의 속도가

대략 시속 7만 5천 킬로미터라고 하니 1초에 약 21킬로미터를 움직이는 셈이다.

 

요컨대, 아직까지 인간의 기술은 빛의 속도의 1만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으니

가히 빛의 속도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이다.

 

그러나 언젠간 인간의 기술이 빛의 속도에 근접하는 비행체를 만들 날이 올 것이다.
만약 유사이래 인간이 증가시켜온 속도의 증가 패턴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면

아마 2040년 경이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낙관적인 견해도 있다.

 

어쨌든 인간의 기술 진보 역사에 한 획을 긋게 될 그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것이 중요하긴 하지만
구태여 빛의 속도로 추진되는 비행체가 아니라 하더라도 인간의 목소리나 신호 정도를
빛의 속도로 보낼 수 있는 수단이 이미 100여년전에 발견된 상태인데 '전파'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림1 : 빛의 분류 > 빛의 일종(엄밀히 말해 전자기파)인 '전파'에 인간의 메시지를 담아 전송하면 빛의 속도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전파'를 통한 외계 생명체의 탐색은
SETI(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 계획이 잘 알려져 있듯이
저렴하고 손쉬운 운용이 가능한 덕택에 광범위하게 시도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수동적으로 보이는 외계 생명체의 탐색을 뛰어넘어
1974년 우주 공간에 우리의 존재를 알리는 기념비적인 전파 송신이 있었으니
그것이 곧 '아레시보 메시지(The Arecibo message)'라는 편지이다.
 
푸에르토리코섬 소재의 단일규모로 세계 최대의 전파 망원경인 아레시보 전파망원경은
골짜기를 여러 반사판으로 덮어서 만든 전파 망원경으로 그 지름이 305미터에 이른다.

 

비록 지금은 거리상으로 서로 떨어져 있는 전파망원경의 자료를 근거로
보다 더 정확한 위치 및 화상을 얻을 수 있는

전파간섭 기술인 VLBI(very long baseline interferometry)가 일상적으로 쓰이기 때문에
단일 규모의 거대한 전파 망원경에 대한 수요가 계속 존재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1974년 당시 아레시보 전파 망원경은 1만 5천 광년 이내의 행성에

동일한 규모의 전파 망원경이 있을 경우 대화가 가능할 정도의

강력한 신호를 발산할 수 있는 망원경이었다.


1974년 11월 16일 발사된 아레시보 메시지는 아레시보 전파 망원경의

리모델링을 기념하기 위한 일환으로 발사되었는데,
그 목적지는 지구로부터 2만 5천 광년 떨어진 M13(헤르쿨레스 자리 구상성단, NGC6250)이었다.

전파의 수신지로 이 구상성단이 선정된 이유는,

이 구상성단이 우리 은하의 원반에서 위로 높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성간 소광의 영향을 적게 받는 것으로 예측되었기 때문이다.


 

아레시보 메시지의 재원과 의미

 

아레시보 메시지는 1679비트(209.87 바이트에 해당함)로 구성되어 있으며
1000킬로와트의 전력을 사용하여 10Hz 주기로 변조되어 2380MHz대역으로 전송되었다.

 

이 전파신호는 극히 좁은 대역으로 만들어졌는데, 만약 이 전파가 전방향으로 전송된것으로 가정할 경우

그 출력은 20조 와트에 대응되어 당시까지 인류에 의해 만들어져 전송된 가장 강한 신호라 할만하다.

아레시보 메시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송출하는데 걸린 시간은 169초이다.

 

메시지의 구성에 1679 바이트가 선택된 이유는 이 숫자가 2개의 소수에 의해 구성된 숫자로서
오직 23줄 x 73컬럼 또는 73줄 x 23 컬럼의 비율로만 쪼개질 수 있기 때문이며,
누군가 이 메시지를 받아 분해했을 때 직사각형 형태로 정렬하는 것으로 고려했기 때문이다.

 

그림 2 : 아레시보 메시지, 출처 : 칼 세이건 <코스모스 P472>

 

 

만약 이 메시지를 23줄 x 73컬럼으로 정렬한다면 형태가 뒤죽박죽되어 무슨 의미인지 알기 어려울 것이다.
반면 이 메시지가 73줄 x 23컬럼으로 정렬된다면 제대로 된 형태를 볼 수 있게 된다.
(물론 것은 각 바이트가 왼쪽으로부터 오른쪽으로, 그리고 각 줄이 위에서 아래로 정렬된다는 것을
가정했을 때이다. 그렇지 않다면 뒤집힌 모양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아레시보 메시지는 모두 7개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각각의 내용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참고 : 아레시보 메시지를 설명하는 자료로 주로 참조되고 있는 위키피디아의 자료와

          본 내용에서 다루는 아레시보 메시지의 자료는 오른쪽과 왼쪽이 바뀌어 있는 상태입니다. 

          본 내용에서 다루는 아레시보 메시지는 칼 세이건, <코스모스 Ep12>에 나와 있는

          자료를 근거로 하였습니다.

          비록 오른쪽과 왼쪽이 바뀌어 있으나 해석에는 별 차이가 없으며 개인적으로 이러한 차이가

          메시지를 해석하는데 더 큰 재미를 준것 같습니다.)

 

1. 1부터 10까지의 숫자를 설명함.

 

 

2. DNA를 구성하고 있는 원소인 수소, 탄소, 질소, 산소, 인 의 원자번호

 

 

3. DNA 뉴클레오티드의 인산-당과 핵산의 구조

 

 

 

 

 

4. DNA의 뉴클레오티드 숫자와 이중 나선 구조

 

 

 

5. 인간의 형상과 평균 신장 크기, 지구의 인구

6. 태양계와 지구의 형상

 

 7. 아레시보 전파 천문대의 형상과 전파를 쏘아 올린 안테나의 직경

 

 

 

상징으로만 치부될 수 없는 5만년의 기다림.

 

아레시보에서 쏘아올린 전파 신호는 곧잘 외계생명의 탐구열, 인간의 도전과 패기 따위의 상징적인 의미로서 해석이 되곤한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M31구상성단에 설령 지능을 갖춘 생명체가 살아서 우리의 메시지를 수신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2만 5천년이 지나야 가능한 일이고, 이 2만 5천년의 시간이라는 것이 인간의 직관적 한계에 들어오지 않는 시간범위이다보니 필연적으로 뭔가 지금 의미를 찾으려면 상징성 부여에 더더욱 집착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더더군다나 그 외계 생명체가 우리의 메시지를 해석하여 동일한 방식으로 회신을 하게 된다고 한들,
그 회신이 지구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또한 2만 5천년이므로
웜홀과 같은 획기적인 방법이 개발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꼼짝없이 5만년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5만년의 기다림이라면 그것은 하나의 과학적 사건이 전설과 신화로 잦아들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그러니 현대를 사는 사람에게 아레시보 메시지는 어쩌면 아레시보의 리모델링에 대한 축하, 아니면, 단순 전파세레모니,

심지어는 치기어린 일회성 이벤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으로 충분히 치부될 수 있을만도 해 보인다.

 

그러나 누군가 우주에서 우리가 혼자가 아님을 뼈져리게 느끼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면
우리 앞에 놓인 5만년의 시간에 좌절하기보다는 지난 34년간 319조 킬로미터 이상을 날아가고 있을 아레시보 메시지 자체에 희망을 걸수 있을 것이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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