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 11. 23:46ㆍ1. 별과 하늘의 이야기/하늘 에세이
초등학생 때 한 어린이 잡지를 통해 외계인과 교신을 하는 방법을 읽은 기억이 난다.
높은 곳에 올라가 양손을 하늘로 벌리고, 손가락을 모두 편 채로 서서 외계인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라고 되어 있었다.
원리인 즉, 두 손의 손가락은 전파탑이고, 우리의 메시지는 텔레파시가 되어 양 전파탑을 통해 전달될 거라는 것이었다.
아직은 올망졸망한 가옥들이 가득했던 어렸을 적, 우리 집 옥상에서 이걸 그대로 따라한 기억이 난다.
물론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지만, '정말 내 앞에 외계인이 나타나면 어떡하나'라는 생각에 겁이 나기도 했다.
1992년 겨울, 아마 이맘 때 쯤이었던것 같다.
남들보다는 좀 늦게 사춘기를 겪은 나는 지금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 고민으로 밤을 새우기 일쑤였다.
그 때 집 근처의 어두운 공원에 나가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다가 남쪽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거기에는 유난히 밝은 별 하나가 빛나고 있었는데 - 한 겨울이었으니 시리우스였으리라 -
갑자기 그 별에서 나와 같이 고민에 휩싸인, 내 또래의 젊은 청년이 고개를 들어 이쪽을 쳐다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순간 내가 선 이곳과 그 사람이 서 있을 그 곳 사이의 광활한 공간이 가슴을 채우며 들어왔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간혹 그 때의 감격을 잊을 수가 없다.
어쩌면 나는 전혀 과학적이지 않아서, 증명될 수도 없는 방법으로 순간적인 편지와 답장을 받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 사람의 경험으로는 충만할지 모를 이 감격은 인류에게 나눠주기에는 너무나 초라한, 더군다나 표현하기에도 쉽지않은 그저 개인의 감정일 뿐이다.
1972년, 인류는 처음으로 외계 존재에게 편지를 썼다.
전 인류와 함께 소유하게 될 이 소중한 자산은 누구나 공유할 수 있는 객관적 방법으로 실행되었다.
그 객관적 방법이란 당연히 과학적인 방법을 말한다.
아무리 신비주의를 신봉하는 사람일지라도, 이런 일을 추진하는 시점에 하늘을 향해 손가락을 벌리는 방법론을 타당하다고는 생각지 않을 것이다.
이 편지에는 우리 인간의 형상, 그리고 우리 인간의 삶의 터전이 되어온 지구의 위치가 기록되어 있다.
이 최초의 편지는 산화피막처리를 한 알루미늄 명판에 새겨져 파이오니어 10호와 파이오니어 11호의 전파지지대에 부착되어 보내졌다.
인류가 최초로 보내는 수취인 불명의 편지.
이 편지를 파이오니어 플래그(Pioneer Plaque)라 부른다.
이 역사적인 과업은 미국의 유명한 행성물리학자 칼 세이건과 프랭크 드레이크 박사에 의해 이루어졌다.
파이오니어 호에 인류의 메시지를 담자는 의견은 마리너9호 임무중 제트추진연구소를 방문한 에릭 보그스(Eric Burgess)에 의해 제안됐고, 이 의견을 가장 환영한 사람은 칼 세이건이었다.
칼 세이건은 그의 모든 저작에서 알 수 있듯이 외계 생명체의 존재에 대한 과학적임과 동시에 서사적인 접근의 최고봉을 이루는 과학자였다.
NASA에서 이 계획을 승인하면서 할당한 기간은 고작 3주였다.
이 계획과 기간을 할당받은 칼 세이건이 얼마나 즐거워했을지는 충분히 상상이 가고도 남는다.
아마 그의 머릿속에는 그의 작가적 상상력과 과학적 사고가 프로젝트 내내 끊임없이 요동치고 있었을 것이다.
자, 그렇다면 이 세기의 작가가 쓴 편지에는 어떤 내용을 담겨 있을까.
각 그림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1. 수소의 미세 전이 양상에서 나타나는 단위를 기준으로 삼다.
수소는 가장 단순한 구조를 가진 원자이다.
가장 단순한 구조이기 때문에 이 우주 어디에나 가장 흔하게 존재하기도 한다.
(우주에 존재하는 수소의 밀도는 대략 10세제곱 센티미터당 하나 꼴이다.)
여기 등장하는 그림은 이처럼 흔하게 존재하는 수소를 나타낸다.
수소 원자는 원자의 핵과 그 주위를 공전하는 전자라는 고전적 모형으로 표시되어 있다.
주목할 것은 그림의 상단에 그려진 세로선에서 두꺼운 점의 위치이다.
왼쪽 그림과 오른쪽 그림에서 점의 위치는 정반대에 위치한다.
이것은 수소의 전자가 스핀업 상태에서 스핀다운 상태로 바뀌었음을 의미하며, 이를 스핀 반전(spin-flip transition)이라고 한다.
이러한 스핀 반전 현상이 일어날 경우 발생하는 파장은 그 길이가 21cm이며, 진동은 1420MHz이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를 나타낸 수소원자의 연결선 아래에 '|'라는 기호가 표시되어 있다.
이것은 이진법에서 나타내는 기호 1에 해당한다.
즉, 파이오니어 플래그에서 1은 길이로는 21cm에, 진동으로는 1420MHz에 대응됨을 의미한다.
칼 세이건과 드레이크 박사는 이하에 나타날 내용을 이해하는 첫 번째 열쇠로 이와 같은 기준을 정립했다.
2. 태양의 위치를 기록하다.
방사형으로 뻗어나간 선들은 태양의 위치를 나타내기 위한 그림이다.
이 중 14개의 선은 지구로부터 관측되는 주요 중성자별을 나타낸다.
이 중성자별은 하나같이 강한 자기장을 가지고 맹렬한 속도로 자전하면서 단속적인 펄스를 방출하고 있다.
각 선에는 이 펄스의 진동이 '수소의 스핀 반전 1420MHz를 이진수 1로 환산한다'는 서두의 기준에 의해서 이진수로 표현되어 있다.
이 선들이 하나로 뭉쳐진 곳이 바로 태양의 위치이다.
가장 오른쪽, 인간의 형상 뒤로 길게 뻗어나온 선 하나는 우리 은하의 중심으로부터 태양이 존재하는 위치를 표현한 것이다.
태양의 위치를 부각시키는데 중성자별의 펄스 방출을 사용한데는 보다 더 깊은 이유가 있다.
중성자별은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펄서의 방출 주기가 느려지게 된다.
언제, 어떤 존재에 의해서 이 편지가 읽혀지게 될지는 모르지만, 그 외계 존재가 여기 쓰인 기호들을 충분히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면, 그래서 각 중성자별의 위치까지 파악해서, 이 편지가 의도한대로 태양의 위치까지 계산해 낼 수 있다면, 이 편지에 쓰인 주기가 실제 태양에서 관측되는 주기와 오차가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오차를 교정할 만큼의 변수를 구하게 되면, 그 변수가 곧 우주선이 발사된 후 얼마만큼의 시간이 흘렀는지를 말해 주게 되는 것이다.
또한 한두 개가 아닌 14개의 중성자 별을 그린데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다.
각 선의 끝부분에는 약간 두껍게 표시된 선이 보이는데 이는 우리 은하의 평면으로부터 수직 방향의 Z좌표를 나타낸다.
이 우주선이 어디서 회수될 지는 아무도 모르고, 설령 어떤 존재에 의해 회수된다고 하더라도 이 14개의 중성자 별을 모두 알고 있을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
따라서 그 중 일부만 파악된다 하더라도 삼각 측량 기법으로 각 선들이 집중되는 태양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3. 우주선과 인간을 묘사하다.
이 부분은 바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인간은 각각 나체의 남성과 여성, 그리고 그 남성과 여성 뒤에 이 편지를 배달한 우편배달부 파이오니어 10호(와 11호)의 형상이 그려져 있다.
이 그림은 실물 비례로 표현되었기 때문에 우주선을 회수한 생명체는 구태여 여성의 옆에 여성의 키를 나타내기 위해 표시된 지시선안의 이진수 8을 이해하지 못한다 해도(8 * 21 = 168Cm) 충분히 여기 그려진 인간이라는 생명체의 크기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4. 태양계와 지구의 위치를 묘사하다.
가장 밑에 그려진 그림도 직관적인 이해가 가능한 부분이다.
왼쪽의 가장 큰 동그라미는 태양을, 그리고 수성부터 순서대로 각 행성이 그려져 있고 우주선이 발사된 위치와 그 궤적이 표시되어 있다.
각 행성에 표시된 이진수는 태양으로부터의 상대적인 거리를 나타내고 있다.
파이오니어 10호는 여기 그려진 궤도대로 태양계를 벗어났지만,
파이오니어 11호는 목성통과 이후 궤도를 변경하여 토성까지 접근했기 때문에 실제 궤도와 그림간에 차이가 발생했다.
파이오니어 플래그에 대한 이야기들
개인적으로 입사시험을 준비하던 대학교 졸업반 때, 가장 곤란했던 부분은 '자기 소개' 부분이었다.
그 '소개'라는 것이 남이 아닌 내 의식과 일생을 함께 한 '나'의 소개였음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을 글로 표현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뿐더러, 더더군다나 면접 시험때 한정된 말로 표현한다는 것이 너무나 곤혹스럽게 느껴졌던 기억이 있다. 하물며, '나'가 아닌 '우리'를 '돌고래'한테 소개한다면 어떤 방법을 쓸 수 있을까?
돌고래는 외계의 알지못하는 생명체에 비하면 훨씬더 쉽게 우리를 이해시킬 수 있는 존재이다.
그 모습을 정확히 알고, 그 생태를 어느 정도 알고, 더군다나 몸무게 대비 뇌의 무게를 봤을 때, 돌고래의 지능이 우리보다 떨어진다고 자신만만하게 보장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방법을 '쉽다'고 느끼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물며 그 형체와 재질, 생태, 습성을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외계 생명체가 우리가 상정한 편지의 수신인이라면?
바로 이러한 점에서 이 편지의 어마어마한 가치가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마치 '만물의 근원은 물'이라고 일갈한 탈레스에 대한 평가가 과학적 사실 유무와 상관없이 역사적 평가를 가지는 이유와 같다.
물론 우리는 엄청나게 잘못 짚은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잘못 찍힌 지점이 아니라, 이로부터 다양한 형태의 의사소통의 편차를 측정할 수 있는 기준이 만들어 졌다는 점이다.
한 눈에 보기에도 이 편지는 너무나 인간 중심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과학자들조차 완전한 해석이 불가능했다.
즉, 이도 저도 아니다.
그러나 이도 저도 아니기 때문에 전부이기도 한 역설이 이 편지에 그대로 담겨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일이 그렇듯 이 편지 역시 첫 시도의 홍역을 단단히 치루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남성과 여성의 그림에 대한 직관적 이해가 가능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각종 평가, 비판, 비난, 심지어는 욕설도 난무했었던 것 같다.
그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벌거벗은 남녀로부터 빚어진 선정성 문제였다.
이 편지의 도안을 제작하는 단계에서부터 칼 세이건 역시 이 문제를 고려했었던 것 같다.
칼 세이건이 맞닥뜨린 더 복잡한 문제는 바로 여성의 성기를 묘사하는 문제였다.
원래 그림에는 여성의 성기가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었다고 한다.
과학적 관점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들의 시각이란 그렇게 단순하게 치부할 문제가 아니었다.
그런 측면에서보자면 과학적 입장에서 사실을 보다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음모를 제거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를 정도이다.
이에 대한 칼 세이건의 의견을 직접 인용하자면 다음과 같다.
명판의 여성 음부에서 짧은 세로선을 지우기로 결정한 것은
부분적으로는 고대 그리이스의 조각상에서 나타나는 전통적인 표현관례에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여기에는 다른 이유도 있다.
우리가 바라는 바는 파이오니어 10호와 함께 이 메시지가 성공적으로 발사되는 것이었다.
회상해 보건데 우리는 아마 NASA 의 과학적 또는 정치적인 권력자들이
실제보다 더욱더 청교도적이라고 판단해 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그동안 열린 NASA의 직원부터 대통령 과학 자문단이 참여한 수많은 회의에 이르기까지
빅토리아 시대에나 걸맞을 법한 도덕적인 항변은 어느 곳에서도 나오지 않았고,
오히려 우리를 격려하는 훌륭한 원조들이 제공되었다.
어쨌든 너무나 쉽게 이해되기 때문에, 쏟아진 각종 비난들 중에는 "시민들의 세금을 NASA가 우주에 '음란물'을 보내기 위해 낭비하고 있다."는 원색적 비난부터, 여기 등장한 인물이 백인만을 묘사하고 있다는 인종차별에 대한 비판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만약 파이오니어 플래그에 제작 당시의 분위기도 담을 수 있었다면 외계인에게 인간 존재를 알려주기 위한 정말 훌륭한 자료가 되고도 남지 않았을까?
한편 과학적 견지에서 봤을 때, 파이오니어 플래그의 그림은 상당히 부정확하다고 평가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평가가 21세기의 과학적 성과에 입각한 1970년대의 과학에 대한 평가라면 분명 공정한 판단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수소의 모형을 말한다면, 오늘날 원소의 원자모형은 명판처럼 표현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우주공간을 떠돌고 있는 우주선이 어떤 행성에 추락한 후 돌도끼를 들고 다니는 생명체에 의해 발견되는 상황이 아니라, 우주공간에서 회수되는 것이라면, 그 문명은 분명 현재의 우리보다 앞선 문명이므로, 이러한 오류로 인해 쉽게 의미가 오해되지는 않을 것이다.
태양의 위치를 묘사한 부분은 사정이 더욱 복잡하다.
파이오니어 플래그에서 그려진 14개의 중성자별이 정확하게 어떤 어떤 것인지를 찾아보지는 못했지만, 현재까지 발견된 펄서는 300여개에 달하기 때문에, 이 편지를 개봉할 누군가가 그 중 14개를 추려내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되진 않는다. 물론 14개의 펄서 각각이 선정된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긴 했을 것이다.
또한 은하중심으로부터 태양까지의 거리 역시 논란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 우주에는 수도 없이 많은 은하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은하 자체가 어떤 은하인지에 대한 정보의 단서조차 없는 상태에서 그 은하의 중심으로부터의 거리는 무의미한 표시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우리의 과학 수준은 이 우주에서 은하의 위치에 대해 대답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 물리학은 이 우주가 평평할 것이라는 추측만 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위로가 되는 점이 두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이 우주선이 우리 은하 자체를 벗어나는데도 수없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점,
또 하나는 우리 은하만으로도 외계 생명체의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는 점이다.
즉, 우리 은하의 다른 생명체에 의해 이 우주선이 회수된다면, 그 우주선 자체의 속도와 우주선의 모든 구성 부품들에서 알 수 있는 생성년도 추측을 통해 발사 위치를 쉽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간단한 형태일 수 있는 인간의 묘사에도 고려할 과학적 문제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앞서 언급한 수소 원자라든가, 펄서의 진동수 등은 솔직히 대단히 기술이 발달한 문명이 아니라면, 그리고 어느 정도의 과학적 훈련이 덧붙여진 사람이 아니라면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어쨌든 지구에서 인류의 역사를 통틀어 과학문명의 꽃이 피어오른 비중 자체가 0.00001 %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놓고 볼 때, 앞서의 기호들은 의사소통을 하기에는 대단히 확률 낮은 기호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사실 사람의 모양을 그린 그림 역시 그닥 의사소통의 확률이 높다고 말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다.
아니 엄밀히 말한다면 확률 자체를 말할 수가 없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아직 우리는 지구 문명을 뭔가 확률적으로 평가해낼 만한 분모자체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림은 대단히 효과적인 의사소통 수단이다.
거듭 반복되는 평가이지만, 이 그림을 직관적으로 이해못하는 사람은 분명 드물 것이다.
그러나 이 그림을 가시광선으로 이 세상을 인식하지 않는 생명이 본다면 어떨까?
만약 냄새로 이 세상을 인식하는 생명체라면?,
아니, 초음파 또는 진동으로 이 세상을 인식하는 생명체라면?(이런 생물체는 우리 지구에도 얼마든지 있다.)
태양계의 묘사 역시 시간이 흐를수록 왜곡이 증가됨을 피할 수 없는 그림이다.
우선, 이 그림이 고안되던 당시에는 목성과, 천왕성, 해왕성의 고리는 알려지지 않았었다.
그래서 태양계를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단서라고 여겨졌던 토성의 고리가 오히려 사실의 오해를 부채질하는 꼴이 되어 버렸다.
또한 각 행성의 크기 역시 정확한 비례와는 확실히 차이가 있을 뿐더러, 명왕성은 행성의 지위를 박탈 당한 상태이다.
그러나 어찌됐든 이 모든 지적들은 써놓고 보면 유치한 지적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다른 사람이 닦아놓은 길을 뒤따르며 이래저래 불평하기는 쉬운 일이다.
마지막으로 인류의 역사에 하나의 기념비가 될 이 위대한 편지를 쓰는데 제작자들이 겪었을 어려움의 한 끝자락이나마 공감할 만한 칼 세이건의 언급을 기록하면 다음과 같다.
쫙 편 오른손을 들어 보이는 행위는 어떤 면에서는 문화와 시대를 뛰어넘어
호의를 나타내는 '보편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로마 황제의 근위대에서부터 아메리카 원주민인 수 족의 정찰대에 이르기까지,
이와 같은 신호는 같은 의미로 통했다.
인간의 사회에서 무기를 휘두르는 쪽은 대개 남성이므로,
오른손을 드는 것은 남성 특유의 인사법이라고 볼 수 있다.
최초로 태양계 밖으로 나간 인류의 창조물인
파이오니어 10호 우주선에 탑재한 벽장식 그림에 그려진 벌거벗은 남녀의 모습에서
남자가 활짝 편 손을 들어 인사를 보내고 있는데
여기에도 같은 의미가 담겨져 있을지도 모른다.
'우주적 연관성'에서 나는 그 장식에 그려진 인간의 모습은
우리가 외계에 보내는 메시지 가운데 가장 모호한 부분이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의문에 잠긴다.
우리와 완전히 다른 생물학적 특성을 가진 존재가
그림 속의 남성의 몸짓에 담긴 중요한 의미를 추론해 낼 수 있을까?
(칼 세이건 저, 임지원 역, <에덴의 용> 2006년 8월 11일, (주)사이언스북스, 127P)
참고> 파이오니어 계획
1958년 10월 - 파이오니어 1호 : 지구로부터 11만 km거리에 도달,
43시간에 걸쳐 관측자료를 송신함.
- 파이오니어 2호 : 실패
1958년 12월 - 파이오니어 3호 : 실패,
그러나 지구상공에 반알렌대(방사선 대)의 존재를 확인함.
1959년 3월 - 파이오니어 4호 : 달의 6만 Km상공 비행 후 인공행성이 됨.
1960년 3월 - 파이오니어 5호 :
지구 공전궤도 안쪽에서 태양 주위를 공전하며 태양의 표면활동 관찰
3개월 만에 고장
1965년 12월 - 파이오니어 6호 :
311일 주기로 태양주위를 공전하며
태양표면의 폭발로 생긴 에너지 입자를 관찰함.
1966년 8월 - 파이오니어 7호 :
403일 주기로 태양주위를 공전하며 자기장, 우주먼지 등을 관측
1967년 12월 - 파이오니어 8호 :
387일 주기로 태양주위를 공전하며 자기장, 우주먼지 등을 관측
1968년 11월 - 파이오니어 9호 :
297일 주기로 태양주위를 공전하며 태양 플레어를 관측함.
태양풍으로부터 발생하는 고에너지 입자의 관측 정보가
우주공간이상예측센터에서 처리되어
민간항공사 ·전기회사 · 전신전화회사 등에
조속한 대책 수립을 도와주고 있음.
1972년 3월 - 파이오니어10호 :
1973년 12월 3일 목성 상공 13만km의 거리를 통과.
이후 태양계를 벗어난 최초의 비행선이 됨.
우주에 보내는 편지 파이오니어 플래그를 탑재함.
1973년 4월 - 파이오니어11호 :
목성 근접 후 비행경로를 토성으로 변경함.
1979년 9월 토성 고리 통과
우주에 보내는 편지 파이오니어 플래그를 탑재함.
파이오니어 플래그의 재원재질 :
도금처리된 6061 T6 알루미늄
가로 너비 : 229mm
세로 너비 : 152mm
두께 : 1.27mm
음각 평균깊이 : 0.381mm
무게 : 0.12 kg
다음 이야기 : 인간중심의 관점을 넘어서
'1. 별과 하늘의 이야기 > 하늘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레시보 메시지(5만년의 기다림) : 우주로 띄운 편지 - 4 - (0) | 2008.01.28 |
---|---|
인간 중심의 관점을 넘어서 : 우주로 띄운 편지 - 3 - (0) | 2008.01.16 |
우주로 띄운 편지 - 1 - (0) | 2008.01.10 |
40초로 압축해서 보는 40억년 진화의 역사 (0) | 2008.01.07 |
1년으로 환산한 우주 연대기 (0) | 2008.0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