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중심의 관점을 넘어서 : 우주로 띄운 편지 - 3 -

2008. 1. 16. 01:301. 별과 하늘의 이야기/하늘 에세이

우주로 띄운 편지 - 3 - : 인간 중심의 관점을 넘어서. 

 

목성과 같은 거대한 가스 행성에 생명체가 있다면 그 생명체는 어떠한 모습일까?

아래 사진은 칼 세이건과 샐피터가 과학적 근거를 고려하여 계산해 본 거대한 가스 행성의 생명체에 대한 상상이다.

 

<사진출처 : 칼 세이건 '코스모스' Chapter2 우주 생명의 푸가>

 

찌(Floater)라는 이름을 붙힌 이 생명체들은 끝없는 나락과 엄청난 대기압이 존재하는 이 행성의 특성에 걸맞게 진화된 생명체들이다. 목성형 행성들을 구성하고 있는 공통적인 대기 성분은 수소, 헬륨, 메탄, 수증기, 암모니아 등이다.
이러한 기체 행성들은 그 고도가 낮아지면 낮아질수록 대기압이 극적으로 높아지기 때문에 기체의 압력에 따른 온도의 상승 역시 극적으로 높아진다.

 

따라서 이 행성에 사는 생명체들은 중력에 무작정 순응하다가는 바짝 타 버리거나, 납작하게 찌그러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래서 마치 인간의 몸이 체액으로 가득차 있는 것처럼 대기 성분 중 가장 가벼운 수소로 몸을 채우고, 몸속의 수소 에너지를 따뜻한 온도로 유지하여 항상 몸이 어느정도 떠 있는 상황을 지속하기 위해 외부의 에너지를 섭취하여야 한다. 

이 생명체들은 행성 대기 상에 원래부터 존재하는 유기물질을 섭취할 수도 있고, 지구의 식물들처럼 햇빛과 공기로부터 자신이 필요로 하는 유기물질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사실 이 그림을 보다보면 과학적 근거에 입각한 상상력이 왠만한 공상과학영화의 상상력보다 뛰어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것은 아니지만, 단적으로 느껴지는 감정들 중 하나는 그리 '낭만적이지 않다'라는 것이다.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 자체에서 일체의 대화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느낌이 너무나도 선명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아마 목성에서 정말 이와 같은 생명체가 발견된다면,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는 되겠지만, '수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 고작 문어 비스무리한 동물을 보는 것'에 대한 흥미는 금방 사그라들고 말 것이다.
  

 

인간의 관점 그 너머를 바라보기 시작하다. 

 

하나의 가르침 또는 사고체계가 권위와 맞물려 맹목적인 지침으로 변했을 때, 이를 일컫는 단어로 '도그마'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도그마에 대한 설명자체가 암시하듯, '하나의 가르침 또는 사고 체계가 맹목적인 지침으로 바뀌는 현상'은 본질적으로 이러한 현상을 다반사로 만들어내는 '종교'에서 자주 목격된다. 

천주교의 경우 중요한 교리로 대표되는 몇몇 개념들 뿐만 아니라, 최초에 이런 교리들이 생성될 당시 사용되었던 로마의 언어인 라틴어 표현 자체에도 '도그마'로서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내가 종교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을 쓸때, 천주교를 자주 언급하는 이유는  이 종교가 내가 자라온 환경이었고, 그래서 다른 종교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를 빼고서, 사실 요즘의 대한민국 상황을 봤을 때,  천주교에 대한 비판은  사치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표현의 대표적인 예 중 하나로서 '하느님의 모상(Imago Dei)'이라는 표현을 들 수 있다.

이 말은 창세기에서 신이 아담을 빚을 때 등장하는 말이다. 

인간은 하느님의 모상에 따라 지어졌다.
즉, 인간을 형태에 있어 신과 비슷하게 만들었고, 이 점 자체가 신학적으로 중요하게 다루어지긴 하지만, 이보다 더 큰 함의는 인간 하나하나에 신의 거룩함이 깃들어있고,
그래서 인간의 소중함을 강조하는 의미로서 더 중요하게 다뤄진다는 데에 있다. 

 

그러나 구태여 이런 까다로운 종교적 해석의 문제를 따지지 않더라도, 인간은 누구나 인간중심적인 시각에 편향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
물론 그것은 종교에서 말하는 인간에 대한 존엄과는 다소 동떨어진 인식이긴 하지만 말이다.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지구에 존재하는 수십만 종의 생명체 가운데,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그리고 심지어는 의사소통이 가능한 종은 인간의 입장에서 인간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으로 봤을 때, 앞서 "우주로 띄운 편지 - 2 -"에서 인류가 최초로 우주로 보낸 편지인 파이오니어 플래그에 대한 소소한 비판들을 언급한 바 있지만, 정작 이 역사적인 편지가 비판을 받을 만한 점을 언급한다면,  인간 중심적인 사고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그 단적인 근거는 이 편지가 외부를 '시각'에 의해서 인식하는 생명체가 아니라면, 인식이 불가능하다는 점에 있다. 

 

물론 현재의 인류의 과학 문명이 빛의 극히 일부분만을 구성하고 있는 가시광선 대역 뿐 아니라, 감마선, 자외선, 적외선 등 폭넓은 대역의 신호도 인식할 수 있을 만큼 발전한 점을 봐서, 우주공간에 떠도는 비행체를 포획할 수 있을 정도의 문명을 갖춘 외계 생명체가 이를 인식하지 못할 가능성은 아주 낮은 것도 사실이다.

설령 그 생명체가 외부 자극을 초음파와 같은 진동에 의해 인식을 하는 체계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그러나 구태여 '인간 중심적인 사고'를 비판하는 것은 오히려 파이오니어 플래그 자체에 대한 비판보다는 인간 중심적인 사고를 벗어났을 때 맞닥드릴 수 있는 무한한 생명의 가능성에 대한 각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과학적 교양은 생명이 살아가는데 물이 매우 중요한 원료라는 것쯤은 너끈히 알만한 수준에 도달해 있다.
최근에도 외계 행성의 대기를 관통한 별빛의 분석을 통해서 대기 상에 물성분이 발견됐다고 네티즌은 물론 주요매체의 호들갑이 이어진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것은 어찌 보면 우리의 선입견을 재확인한 일례에 지나지 않는다. 

과연 '물'이 곧 '생명'과 연결되는 이 공식이 우주적으로 통용 가능한 개념일까? 

 

'맛이나 냄새도 없고, 성질도 심하게 변해서 온화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치명적이기도 한  "산화 이수소"가 지배하는 세상에 적응해서 살려고 애쓰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산화 이수소가 경우에 따라서 당신을 익혀버리기도 하고, 얼려버리기도 한다.
유기분자와 함께 섞여 있으면, 아주 고약한 탄산 거품을 만들어서 나뭇잎을 떨어뜨리기도 하고,
 

동상의 표면을 손상시키기도 한다.  

엄청난 양이 한꺼번에 밀어닥치면 인간이 만든 어떤 건물도 견뎌내지 못한다.  

그 물질과 함께 사는 데에 익숙한 사람에게도 때로는 살인적인 물질이 되기도 한다."
 <빌 브라이슨, '거의 모든 것의 역사', P285>
 

 

여기 적혀 있는 묘사에 어떤 느낌을 받을지 모르겠지만, 이 짧막한 문장은 우리가 모든 생명의 바탕이라고 알고 있는 '물'을 묘사한 것이다.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관점 바꾸기 놀이는 사실 그 끝이 없을 것이다.

 

우리의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산소가 사실은 무쇠도 태워버리는 - 골치아픈 학구적 용어 중에 '산화'라는 말은 이상하게도 흔하게 쓰이는 용어 중 하나인 듯 하다 - 무서운 원소라는 등등 말이다. 

 

따라서 결국 귀결되는 문제, 그리고 우리가 버려야 할 모든 문제는 우리가 우리 자신의 선입견을 얼마나 인식할 수 있고 이로부터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가의 문제로 귀결된다고 할 수 있다.

 

태양으로부터 너무나도 알맞게 떨어져 있는 거리, 강렬한 태양광선을 막아주는 너무나도 쾌적한 지구의 자기장, 너무나도 알맞게 형성된 기압, 쾌적한 기온, 풍부한 수량 등등은 그러한 모든 것들이 인간을 위해 셋팅된 것이 아니라, 결국은 인간이라는 하나의 종이 그러한 환경에서 진화해 왔기 때문에 서술된 현상일 뿐이다.

 

바로 이러한 시점을 지니고 우주를 바라봤을 때, 우주는 더 이상 단순한 어둠의 공간, 무의미한 암석과 수소 덩어리로 비춰지지 않고, 생명이 넘치는 목소리로 가득한 공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밑에 나열되어 있는 사진은 우리가 예상하지 못하는 독특한 조건하에서 살고 있을 생명체를 상상한 것들이다.

한 번 스스로 이와 같은 생명들을 상상하기 시작하면 한없는 행복감에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1. 목성의 위성 에우로파의 바다 생명 : 목성의 위성 에우로파는 얼음으로 구성된 지각 밑에  엄청난 바다가 있을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 생물들은 에우로파의 바다에 서식하는 생물에 대한 상상도이다.   

'바다' 자체가 지구의 생명환경과 친숙한 개념이기 때문에,  상상의 생물들도 전혀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2. 거대 질량을 가진 행성의 생명 : 거대 질량으로 인해 중력도 덩달아 큰, 지구형 행성을 상정했을 때,  이 행성의 생명체는 거대한 중력을 지탱하기 위한 강인한 뼈대와 함께,  체중을 골고루 분산시킬 수 있도록, 땅바닥에 바싹 붙은 자세를  유지해야 할 것이다. 

 

3. 산소를 이용한 기생 생물 : 이 생물들은 극단적으로 온도가 낮은 행성을 가정한 것이다. 

이 행성에서는 우주방사선과 행성을 뒤덮고 있는 얼음으로부터 생성된 산소를 이용한 기생 생물들이 살아갈 것이다. 

 

4. 규소 생물 : 만약 탄소가 극히 부족한 별에서는 탄소를 대체할 물질로 규소가 선택되어 결정같은 몸을 만들도록 진화할 수 있을 것이다.

행성의 환경이 이와 같다면 물의 의미를 그리 절대적이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