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 행진

2012. 4. 22. 22:344. 끄저기/끄저기

 

마치 만화책처럼 보이는 표지 디자인.
실제 내용도 만화책과 다를 바 없을 정도로 쉽게 읽힌다.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보니,

책표지 맨 뒤의 주인공 소개만 봐도
이 책을 다 읽은 것과 마찬가지일 정도로 소설의 내용은 가볍고 흘러간다.

그래서 좀 심각하거나 진중한 책을 읽는 중에

간간이 한 템포 쉬어가는 책으로 안성맞춤인 책이다.

 

저자인 오쿠다 히데오가 우리나라에서 유명세를 탄 건

아마 '공중그네(2004)' 때문이 아닐까 싶다.

대학로에 가면 '닥터 이라부'라는 제목의 연극으로 공연될 정도로
많은 인기몰이를 한 소설인데,
음습한 병원을 찾아드는 일상적인 구석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환자와
무조건 주사부터 놓고 보는 깡패같은 의사,
전혀 의학적이지 않은 엉뚱한 치료라는 패턴 속에

녹록치 않은 작가의 인문학적 시선이 담겨있던,

그래서 하나의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던 소설이다.
 
아마 안주인께서 오쿠다 히데오의 책을 다시 구입한 건

'공중그네'에서 느꼈던 가벼운 터치와 여운을 남기는 주제의식 때문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 '한밤중에 행진'은 이러한 기대감과는 전혀 상관없이
시종일관 오락으로만 흐르는 책이다.

 

 

 

 

물론 그것은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다.
어차피 이 책을 접어들었을때는 신경쓰거나 고민하거나 메모조차 할 필요없는 '휴식'이라는 컨셉에 충실한 책을 찾다가 선택한 것이고,

휴식 + 오락이라는 측면에서 이 책은 그 목적을 십분 달성했다.

 

일본의 만화를 보다가 우리나라의 만화를 보면
만화에서마저도 뭔가 교훈을 아득바득 집어넣으려고 하는 우리 나라의 만화에 부담감을 느끼곤 했었다.

 

아마 이 책 '한밤중에 행진'을 다 읽고, '이거 서평을 쓸만하기나 한가...'라는 혼란을 겪었던 것도,

뭔가 책을 덮을 때, 의미가 있고, 여운이 남아야 한다는 나의 선입견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즉, 뭔가 가르치고, 진중한 교훈이 있고.. 하는 것들이 모두에 대해 그래야 한다는 것은 잘못된 것임을 알면서도

어느덧 그런 공식에 익숙해져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던 것이다.

 

괜스런 심각함과 무게는 벗어버리고

잠시 쉬어가는데 있어 제 역할을 다해 주었다는 평가 자체에 충실하고 보면
책꽂이에 오쿠다 히데오 씨의 책은 앞으로도 새로운 책들로 간간이 또 보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생각과 함께 여전히 만화책 같은 표지의 가벼운 내용으로 잠깐의 휴식을 책임져줄 거라는 기대감도 같이 가져본다.
그것 자체도 훌륭한 가치라는 걸 결코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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