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왕성 VS 플루토 : 행성옹립과 폐위의 역사

2015. 6. 12. 22:591. 별과 하늘의 이야기/하늘 에세이

들어가기 전에.
    플루토(Pluto)는 '명왕성'을 말합니다.
    명왕성은 더 이상 행성으로 분류되지 않습니다.
    '명왕성'이라는 한자식 표현은 '해왕성, '천왕성'등과 동급의 표현으로 행성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표현입니다.
    본 글은 2015년 7월 14일, NASA 뉴호라이즌 호의 역사적인 플루토계 통과를 앞두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쓰인 글이며 
    플루토가 행성의 지위를 획득한, 그리고 그 지위를 박탈당한 역사를 그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플루토가 행성으로서의 지위를 박탈당하기 전의 시점에는 '명왕성'으로,

    그리고 박탈당한 후의 시점은 '플루토'로 표현합니다.

 

명왕성 VS 플루토 : 행성옹립과 폐위의 역사

 


바야흐로 플루토 시즌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아마도 당분간 천문학계에서는 플루토에 대한 뉴스들이 주요 화두가 될 것입니다.

2015년 7월 14일 NASA의 뉴호라이즌 호가 무려 10여년 간의 항해 끝에 플루토 계를 통과하기 때문입니다.

 

사진 1> NASA 홈페이지(http://www.nasa.gov/)

         2015년 6월 12일 현재 NASA에서 추진중인 수많은 우주탐사 임무 중에서도

         뉴호라이즌 호의 플루토 탐사 임무가 당당히 대문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사진 2> 2006년 1월 19일, 뉴호라이즌 호를 싣고 발사되는 아틀라스 V 로켓의 모습

 

플루토는 지금까지 토성 바깥의 외행성을 탐사한 유일한 우주선이었던 보이저 2호에 의해서도 탐사되지 않았던 천체입니다. 
21세기 과학문명의 만개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허블우주망원경을 비롯한 강력한 망원경들에 의해 우주를 속속들이 들여다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건 어느 정도만 사실입니다.

첨단 망원경들이 아무리 대단한 광학적 성능을 자랑하더라도 사실 그 대상이 되는 우주는 너무나 광활합니다. 
플루토 역시 아무리 최첨단의 망원경이라 하더라도 그 모습을 거의 알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는 천체입니다.
   
천체 관측기구의 대명사인 허블우주망원경이 바라본 플루토의 모습은 사실 이렇습니다. 

 

Credit: NASA, ESA, H. Weaver (JHU/APL), A. Stern (SwRI), and the HST Pluto Companion Search Team

사진 3> 2006년 2월 15일 허블우주망원경이 촬영한 플루토의 모습.

중앙에 가장 크게 빛나는 밝은 원이 플루토, 그 오른쪽 바로 아래 약간 작게 보이는 것이 카론(Charon)입니다.

그 오른쪽으로 순서대로 보이는 밝은 점은 각각 닉스(Nix)와 하이드라(Hydra)입니다.

플루토의 달인 닉스와 하이드라는 이 사진을 통해 처음으로 발견되었습니다. 

 

                                             

 

Credit: NASA, ESA, and M. Buie (Southwest Research Institute)

사진 4> 2002년부터 2003년까지 허블우주망원경으로 촬영한 여러 사진을 디더링(dithering)이라는 기법으로 표현한 사진

플루토 표면의 명암 구분으로 인해 해당 구획의 조성을 유추하는 자료로 주로 사용되었습니다.

 

 

Credit: NRAO/AUI/NSF

사진 5> 오늘날 최고 해상도를 자랑한다는 ALMA에 의해 촬영된 플루토의 모습입니다. 오른쪽은 카론입니다. (뉴스보도 참고)

 

그 모습을 식별하기가 어려울만큼  플루토는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는 작은 천체입니다.
그러나 이 작은 천체는 사실 그 어느 행성 못지 않은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플루토의 이야기와 함께 행성에 오르고자 했던 천체들, 그리고 끝내 그 꿈을 이룰 수 없었던 천체들의 이야기를 다뤄볼까 합니다.
  
  
1. 플루토(명왕성)의 발견.

    플루토는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 천체일까요?
    아래의 표를 보시면 대충 감이 잡히실 것 같습니다. 

 

 
표1> 태양계의 천체들의 거리
태양부터 지구까지의 거리를 1로 보았을 때(1AU) 플루토까지는 무려 39입니다.

빛의 속도로 달려가도 다섯 시간이 넘는 엄청난 거리입니다.

 

그럼 이토록 멀리 떨어져 있는 플루토는 어떻게 발견한 걸까요?

인류는 옛날부터 하늘의 다섯개 행성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이 그것인데요.
아시다시피 이 행성들은 밤하늘에서 어느 별보다도 밝게 빛나기 때문에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행성들입니다.
  
이 다섯 개 행성 이외에 맨눈으로는 볼 수 없었던 천왕성과 해왕성은 망원경이 발명되고 나서도 한참의 시간이 지난 18~19세기에서야 발견됩니다.
그런데 이 행성 발견의 역사에서 해왕성의 발견은 바로 뉴턴의 중력이론이 입증되는, 즉, 이론 천문학이 관측 천문학의 성과를 이끈 실례로서 자주 다뤄지는 사례입니다.  

플루토 역시 이와 비슷한  과정을 거쳐 발견되었고요.

 

천왕성은 이미 망원경을 통한 천체 관측이 널리 퍼진 서양에서 1781년 독일의 천문학자인 윌리엄 허셜(William Herschel)에 의해 발견되었습니다.
그런데 천왕성은 이때보다 무려 백여년 전인 1690년에 별로서 오인되어 관측된 기록이 있었습니다.
오랜 시간 간격을 두고 있는 이 기록 덕분에 1790년 허셜은 천왕성의 궤적을 계산할 수 있었는데 문제는 그 계산 결과가 관측 결과와는 일치되지 않는 양상을 보였다는 점에 있었습니다.
이러한 불일치 양상은 다른 천문학자나 수학자가 계산을 해도 동일하게 나타났습니다.

1843년 영국의 수학자였던 존 코치 아담스(John Couch Adams)는 이를 뭔가 발견되지 않은 다른 행성의 영향 때문일 것이라고 가정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연구 결과를 1845년 영국 왕립천문학자였던 에어리(George Airy)에게 전달하면서 미지의 행성이 있을 가능성이 있는 위치를 찍어주게 되죠.

한편 비슷한 시기에 프랑스 수학자 르베리에(Urbain J. J. Leverrier) 역시 같은 문제를 고민하였고, 1846년 자신의 생각과 미지의 행성의 위치에 대한 책을 출간하였습니다. 

 

사진 6> 존 코치 아담스와 르베리에
천왕성의 궤도가 이론상의 궤도와 맞지 않음을 발견하고 이를 발견되지 않은 모종의 행성 때문이라고 가정하였습니다. 

이들은 순전히 계산상으로 모종의 행성이 발견될 수 있는 위치를 예견하였고, 실제 그 위치에서 해왕성이 발견되었습니다.


에어리는 이 두 학자가 꼽은 지역이 1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음을 알고 캠브리지 천문대장인 찰리스(James Challis)에게 이 천체를 찾아보도록 제안하였습니다만 찰리스는 이 행성을 찾지 못했습니다.

반면 르베리에는 베를린 천문대 천문학자인 갈레(Johann Galle)에게 이 행성을 찾도록 제안했는데, 바로 갈레에 의해 1846년 9월 23일 해왕성이 발견됩니다.

 

사진 7> 1846년 9월 23일, 베를린으로 시뮬레이션 해본 스텔라리움의 모습입니다. 
사진에서처럼 물병자리를 지나고 있는 토성 바로 위에서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해왕성이 발견되었습니다.
해왕성의 위치는 중력이론을 바탕으로 수학적 계산을 통하여 예견된 것으로서 이론이 도출하는 위대한 발견의 사례로 오늘날에도 자주 인용되고 있습니다.
  

그로부터 시간이 지난 후 1900년대 초반 몇몇 천문학자들은 천왕성과 해왕성의 궤도가 여전히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고 생각하고 아홉번째 행성이 있을 것으로 가정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주장을 한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퍼시벌 로웰(Percival Lowell 1855 ~ 1916) 입니다.
로웰은 자신의 사재로 아리조나 프랙스테프 고원에 천문대를 건설하고 24인치 망원경으로 화성을 관측하며 화성 전역에 운하가 뻗어있다고 주장한 사람으로 유명합니다.

한편 젊은 시절인1883년에는 조선을 방문하여 '고요한 아침의 나라 조선(Choson, the Land of the Morning Calm)' 이라는 책을 써 우리나라와 각별한 인연이 있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사진 8> 1883년 최초로 미국에 파견된 보빙사절단 대표들, 앞줄 왼쪽 두번째 인물이 퍼시벌 로웰(Percival Lowell )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진출처 : http://www.samuelhawley.com/maninkorea1.html)

 

말년의 로웰은 이 아홉번째 행성 X를 찾는 일에 집중합니다.
그러나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하고 세상을 뜨고 말죠.  
하지만 그의 바램은  결국 같은 미국인인 젊은 청년 클라이드 톰보우(Clyde Tombough)에 의해 성취됩니다.
  
미국인들이 플루토에 애착을 갖는 것은 오늘날 천문학에 있어서 초강대국인 미국인이 발견해서이기도 하지만 그 발견자인 클라이드 톰보우의 드라마틱한 성공신화와 인간적인 매력도 어느 정도 일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톰보우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농사일에 매진하던 보통 청년이었습니다.
좀 남다른 점이 있다면 천체관측에 흥미를 가지고 있었고, 자신이 직접 망원경을 만들어 농장에서 관측을 하곤 했다는 것이죠.
그런데 톰보우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 기회가 찾아옵니다.   

1928년, 22살의 젊은 농사꾼 톰보우는 우박으로 농사를 망치자 생계를 돕기 위해 취업자리를 알아보게 됩니다.
그는 취미로 망원경을 만들곤 했기 때문에 이 소질을 살려 취직이 가능한지를 로웰 천문대에 문의하게 되죠.

당시 로웰 천문대는 아홉번째 행성을 찾는 일에 몰두해 있었습니다.
망원경 제작 기사는 필요하지 않았지만 저임금에 인내심있게 관측 및 사진 건판 비교를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죠. 
여기에 톰보우 같은 사람이 딱 제격이었다.
따라서 톰보우는 낮동안 밤에 찍은 사진 건판을 비교하는 일을 수행하도록 고용되었습니다. 
그렇게 일을 시작한 톰보우가 1930년 2월 18일, 새 행성을 발견하게 되고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되죠.

 

 

사진 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Clyde_Tombaugh#/media/File:Pluto_discovery_plates.png

사진 9> 명왕성이 발견된 그 유명한 유리건판 사진
1930년 1월 23일과 1월 29일의 사진 속에서 움직이는 천체가 화살표로 지목되어 있습니다.       
이 천체는 로웰이 예측한 곳에서 불과 6도 떨어져 있는 지점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사진 10>  클라이드 토보우(Clyde Tombough, 1906~1997)
명왕성 발견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톰보우는 1932년 캔자스 대학에 입학하고 이후 대학원을 거쳐 1955년 뉴멕시코 주립대학의 교수가 되었습니다.

아홉번째 행성의 발견은 미국이 천문학계에 새로 떠오르는 강자임을 만방에 알리는 사건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톰보우는 그 인품과 독특한 성공신화로 미국인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천문학자이기도 하죠.
이 부분은 명왕성에 대한 미국인들의 각별한 애정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사진출처 : http://www.collectspace.com/news/news-102808a.html

사진 11> 2015년 7월 14일 플루토를 통과하게 될 뉴호라이즌 호에는 톰보우의 유해 일부가 실습니다.
캡슐에 새겨진 명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플루토의 발견자이자 태양계 세번째 구역의 발견자 미국인 클라이드 W. 톰보우가 여기 잠들어 있다.
아델과 뮤론의 아들이자 패트리시아의 남편, 안네뜨와 알덴의 아버지, 천문학자이자 교사이며 익살꾼인 우리의 친구 클라이드 W. 톰보우 (1906~1997)"

 

명왕성의 행성 직위 박탈은 미국인들에게 정말 슬픈 소식이었을 겁니다.
비록 고인이 되긴 했지만 평생 행성으로서의 명왕성을 방어해온 톰보우에게도 정말 가슴 아픈 소식이었겠죠.

하지만 그 천체가 행성이든, 행성이 아니든, 명왕성이든 플루토이든 태초부터 그 천체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태양 주위를 돌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뉴호라이즌 호가 톰보우를 싣고 부지런히 플루토로 향하고 있고요.
   
뉴호라이즌 호가 플루토를 통과할 때, 톰보우는 분명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 중 한 명이 될 겁니다. 

 

원본출처 : http://solarsystem.nasa.gov/news/display.cfm?News_ID=49243 (번역문)
사진 12> 플루토를 향하고 있는 뉴호라이즌 호가 최근에 보내온 사진
허블우주망원경으로도 하나의 점처럼 보이던 플루토가 점점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2. 행성의 직위 박탈

2006년 8월 24일 국제천문연맹(International Astronomical Union, IAU)은 행성의 정의를 새로 결의하였고 그에 따라 명왕성은 더 이상 행성이 아닌 난쟁이 행성(왜성)으로 강등됩니다.
이는 명왕성의 발견국가이자 현대 천체 물리학의 종주국으로 자부하는 미국의 자존심에는 엄청난 상처가 되는 사건임에 틀림없었습니다. 

 사진 13> 명왕성의 행성퇴출에 항의하는 각종 시위들  

그러면 문제의 그 결의문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요?
아래 링크로 IAU 사이트에 들어가면 2006년 8월 24일에 있었던 문제의 결의문을 볼 수 있습니다. 

    http://www.iau.org/administration/resolutions/general_assemblies/

 

사진 14> IAU 사이트의 결의문 B5, B6 부분. 해당 링크에 접속하시면 PDF 파일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 결의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결의문 B5
태양계 행성의 정의


현대 관측은 행성계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변화시키고 있으며, 용어는 천체에 대한 현재 우리의 이해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서 매우 중요하다.

이 결의문은 특별히 "행성“의 지정에 대한 것이다.


"행성"이라는 단어는 원래 "방랑자"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하늘에서 움직이는 별로 알려져 있는 것이다.

최근의 발견성과는 우리로 하여금 과학적 사실에 타당하면서 현재에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정의를 만들도록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IAU는 태양계에 존재하는 위성들을 제외한 행성들과 또다른 천체들을 다음의 방법에 따라 세가지 명백한 범주로 한정하도록 결의한다.


(1)행성1은 천체로서 (a) 태양 주위를 공전하며, (b) 강체의 힘을 극복할 수 있는 자체 중력을 유지하기에 충분한 질량을 가지고 있으며 그 결과 유체정역학적인 평형(거의 구에 가까운) 형태를 띠고 있어야 하고, (c)공전궤도 주위에 이웃 천체들을 제거한 천체를 말한다.


(2) "난쟁이 행성은"천체로서 (a) 태양 주위를 공전하며, (b)강체의 힘을 극복할 수 있는 자체 중력을 유지하기에 충분한  질량을 가지고 있으며 그 결과 유체정역학적인 평형(거의 구에 가까운) 형태2를 띠고 있어야 하고,  공전궤도 주위에 이웃 천체가 거되지는 않은 천체이며 (d)위성이 아닌 천체이다.


(3) 태양 궤도를 도는 위성들을 제외한 다른 모든 천체3는 총칭하여 "작은 태양계 천체들"로 언급되어야 할 것이다.


각주 :

1 여덟 개의 행성은 :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을 말한다
2 경계선상의 천체들을 난쟁이행성이나 또 다른 범주로 할당하기 위한 IAU 위원회가 설치될 것이다.
3 여기에는 현재 대부분의 태양계 소행성들, 해왕성 궤도 경유 천체들, 혜성들과 작은 천체들이 포함된다.


결의문 B6
플루토


IAU는 추가로 다음을 결의한다:
플루토는 결의문 B5에 따라 "난쟁이행성"이며 해왕성궤도경유천체(Trans-Neptunian Objects)1라는 새로운 유형의 원형으로 간주한다.


각주 :

1 이 유형의 이름을 선정하기 위한 IAU의 위원회가 설치될 것이다.

 

 

내용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명왕성이 행성의 직위를 박탈당한 이유는 행성의 정의 세번째 항목을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공전궤도 상에서 이웃 천체를 제거하지 못했으며 그 이웃 천체로서 달이 아닌 천체가 있기 때문이죠. 

명왕성의 경우 카이퍼벨트라고 불리는 수많은 소규모 천체들이 태양주위를 공전하고 있는 구역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 카이퍼벨트에서 속속 새로운 천체들이 발견되면서 '공전궤도 상에서의 주도권'을 더 이상 인정하기 어렵게 된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카론도 걸림돌이 되는데요. 카론은 명왕성의 위성이 아니라 명왕성과 함께 짝행성으로 인정되는 천체입니다. 
명왕성대 카론의 직경비는 3 : 1, 질량비는 8 : 1이며 공전 시 질량 중심점은 명왕성과 카론 사이에 위치하기 때문입니다. 

 

결의문 서두에 나오는 "최근의 발견성과는 우리로 하여금 과학적 사실에 타당하면서 현재에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정의를 만들도록 요구하고 있다." 는 부분은 카이퍼벨트에서 명왕성과 같은 천체가 자꾸 발견되어 가는 상황을 반영하는 문구입니다. 

그럼 어떤 천체들의 발견이 행성으로서의 명왕성에게 치명타가 된 것일까요?

 

Illustration Credit: European Southern Observatory

원본출처 : http://apod.nasa.gov/apod/ap121226.html

번역문 : https://big-crunch.tistory.com/12346389
사진 15>마케마케의 상상화
2005년 칼텍의 마이크 브라운이 이끄는 연구팀에 의해 발견된 난쟁이 행성 마케마케(Makemake)의 상상화입니다.
이 천체는 명왕성보다 약간 작은 크기에 공전궤도는 명왕성보다 약간 더 멀리 떨어져 있고, 밝기는 명왕성보다 약간 더 어두운 상태이지만 그 공전궤도면은 황도면에 대해 명왕성보다 훨씬 큰 기울기로 기울어져 있습니다.

 

 

 

Image Credit: S. S. Sheppard (CIS) & C. Trujillo (Gemini Obs.), NOAO

원본출처 : http://apod.nasa.gov/apod/ap140331.html

번역문 : https://big-crunch.tistory.com/12347184
사진 16> 태양을 공전하는 천체로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천체로 알려진 난쟁이 행성 2012 VP113 이 사진 오른쪽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gif 파일이므로 사진을 클릭하시면 움직이는 난쟁이 행성 2012 VP113 의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2014년 2012 VP113은 태양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거리까지 접근했는데, 향후 대략 2천년 이내에 이 천체는 현재 거리에서 다섯배는 더 멀어질 것입니다.

 

Credit: M. Brown (Caltech), C. Trujillo (Gemini), D. Rabinowitz (Yale), Samuel Oschin Telescope

원본출처 : http://apod.nasa.gov/apod/ap090325.html

번역문 : https://big-crunch.tistory.com/12345663

사진 17> 2004년 발견된 90482 오르쿠스(90482 Orcus)라는 천체입니다. (역시 gif 파일이므로 사진을 클릭해서 보시기 바랍니다.)
명왕성보다는 약간 큰 크기를 가지고 있으며 마치 명왕성의 반대파인듯 항상 명왕성 반대쪽에서 궤도를 유지하고 있는 난쟁이 행성입니다. 

 

 

Credit: NASA, ESA, and M. Brown (California Institute of Technology)    

원본출처 : http://hubblesite.org/newscenter/archive/releases/solar-system/2007/24/

번역문 : https://big-crunch.tistory.com/8530302
사진 18> 명왕성의 행성 지위 박탈에 결정타를 날린 그 유명한 난쟁이 행성 에리스(Eris, 2003 UB31)입니다.
명왕성보다도 큰 천체이고 현재까지 식별된 카이퍼 벨트의 난쟁이행성 중 가장 큰 천체입니다.
 

이처럼 관측기술의 발달로 명왕성과 유사한 천체들이 속속발견되면서 행성으로서의 명왕성의 지위는 점점 위태로워질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게 된 것입니다.
어떻게든 정리가 되지 않았다면  태양계 행성 목록에 1천여 개가 넘는 카이퍼 벨트 천체가 포함될지도 모르는 상황이 되고 말았죠.
  
그런데 사실 이처럼 새로운 발견으로 인해 기존의 학설이 뒤집히고 새로운 기준점이 수립되는 것은 과학계에서는 그리 낯선 풍경이 아닙니다.
더더군다나 새로운 천체의 발견으로 인해 새로운 행성의 정의가 필요했던 유사한 사건이 2백 년도 훨씬 전에 한차례 있었죠.
  
그럼 2백년 전 유럽으로 가볼까요?
  
3. 행성 논쟁의 역사    
    
    옛날부터 한다하는 철학자들은 하늘을 누비고 다니는 다섯 개의 행성과 함께  태양, 달, 지구를 합쳐 그 움직임을 파악함으로써 신의 섭리를 파악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천동설, 지동설에서 말하는 모든 행성의 움직임에 대한 추적은 순수한 지적 탐구와 함께 신의 섭리에 한 발짝 다가서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에는 신의 섭리가 단순하고 그래서 아름다울 것이라는 직관도 깔려 있었죠.
   
고대 그리스의 위대한 천문학자인 프톨레미(Claudius Ptolemy)의 주전원론에 입각한 천동설 모델은 오늘날의 시각으로 봤을 때는 매우 복잡해 보이지만 이 모델 역시 모든 천체가 한결같이 단순한 원운동을 해야 한다는 직관에 의해 도출된 모델입니다. 

사실과 다르다는 측면에서, 그리고 과학문명이 만개한 오늘날의 시각에서 쉽게 간과하곤 하지만 하나의 원리로 우주의 움직임을 설명하려했던 프톨레미의 번뜩이는 천재성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이후 뉴턴에 의해 만유인력의 법칙이 밝혀지기 전까지 행성 모형은 사변적인 탐구의 대상으로 유지됩니다.

코페르니쿠스가 지동설을 주창하긴 했지만 그의 방법론 역시 수학적 방법론보다는 사변적 방법론으로 접근한 결과였으며 케플러 1, 2, 3 법칙으로 유명한 케플러 역시 처음에는 다섯 개의 정다면체에서 발현되는 친족관계로 행성들의 배치를 연역했죠.

이후 티코 브라헤의 화성 관측자료를 기반으로 케플러의 행성 운동 1, 2, 3법칙이 도출되면서 그리고 아이작 뉴턴에 의해 운동의 법칙과 중력 법칙이 도출되면서 행성 탐사는 사변적 방법론을 떠나 수학적 방법론으로 제 자리를 찾아가게 됩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케플러의 행성 운동 3법칙 즉, 행성의 공전 주기의 제곱은 궤도 장반경의 세제곱에 비례한다는 법칙에 의해 행성간 궤도의 상대적인 거리비가 도출되면서 이를 기반으로 재미있는 법칙이 하나 도출됩니다. 

 

표2> 티티우스 보데 법칙

3으로 시작되어 2배로 숫자를 늘려나가는 수열에 4를 더하고 이것을 10으로 나눴을 때 떨어지는 숫자가 케플러 제3법칙에 의해 도출된 각 행성의 장반경 거리비와 맞어떨어지는 양상이 보입니다.

       

이 표를 보면 행성간의 상대적인 거리가 마치 특정 수열을 따르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따라서 하나의 공식이 도출될 수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1760년과 1770년 경에 이를 예견한 학자들의 이름을 따서 티티우스-보데 법칙으로 불리는 이 법칙은  보는 이에 따라 그럴듯하게 보일 수도,  터무니 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1781년 천왕성이 발견되고 천왕성의 거리가 이 법칙에서 예견하는 거리비에 맞아 떨어지는 것이 입증된 후 행성 발견에  불을 당기게 됩니다. 

 

사진 19> 독일  비텐베르크대학의 수학 교수 티티우스(J. D. Titius)와 베를린 천문대장 보데(Johann Elert Bode)
   

즉, 티티우스-보데 법칙은 화성과, 목성 사이에 반드시 행성이 있어야 한다는 '당위성'의 근거가 되었죠. 
이로부터 유럽의 수많은 과학자들이 행성을 찾아 명성을 획득하기 위한 경쟁에 몰입하게 됩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성과가 나타나게 되죠.
   
1801년 이탈리아의  천문학자 주세페 피아치가 세레스를 발견함으로써 그 포문을 열게 됩니다.
세레스는 소행성 벨트에 존재하는 최대 규모의 천체로서 오늘날 난쟁이 행성으로 분류되는 천체입니다만, 주세페 피아치는 이 발견으로 당당히 행성 발견자가 되고, 세레스는 태양계 행성의 반열에 오르게 됩니다.  

 

사진 20> 세레스의 발견자인 주세페 피아치와 왜소행성 세레스의 근접 촬영사진 
현재 세레스에는 우주선이 하나 공전하고 있습니다. 

NASA의 던 우주선이 2015년 3월 6일 세레스 궤도에 접어들었고 이 천체의 생생한 모습을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죠.

다음 링크를 통해 던 우주선이 보내온 생생한 사진으로 구성된 세레스의 동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big-crunch.tistory.com/12347997

 

 

사진 21 >   이듬해인 1802년에는 독일의 천문학자 올베르스가 팔라스를 발견하며 행성 발견자의 반열에 오르게 됩니다. 

 

그런데 마치 에리스의 발견이 행성으로서의 명왕성의 입지를 흔들리게 만든 것처럼 팔라스의 발견은 이들이 과연 행성이 맞는지에 대한 의문을 끄집어냅니다.

이 행성들은 하나같이 망원경으로도 관측이 쉽지 않을만큼 작았고, 특히 망원경 너머로 보이는 모습이 원형이 아니라 불가사리와 같은 형태를 띄면서 더더욱 의문을 불러 일으키게 되었죠.

윌리엄 허셜은 불가사리처럼 보이는 이 천체들의 모습으로 인해 이들을 처음으로 Asteriod(소행성)라고 부르며 이들이 전통적 개념의 행성이 아닐 것이라는 주장을 처음으로 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의심과 상관없이 행성 탐사는 계속되고  1804년 독일의 천문학자 하딩이 주노를 발견하게 됩니다. 

 

사진 22> 하딩과 주노

 

이어서 1807년에는 베스타라는 천체가 다시 올베르스에 의해 발견되면서 올베르스는 두 개의 행성을 발견한 발견자가 됩니다. 

 

 

 Image Credit: NASA, JPL-Caltech, UCLA, MPS, DLR, IDA

원본출처 : http://apod.nasa.gov/apod/ap120919.html

번역문 : https://big-crunch.tistory.com/12346252

사진 23> 베스타  

 

결국 1820년 천문학 교과서에 등장하는 태양계의 행성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수성 - 금성 - 지구 - 화성 - 베스타 - 주노 - 세레스 - 팔라스 - 목성 - 토성 - 천왕성   

만약 딱 여기까지였다면 새로 발견된 천체들의 행성으로서의 수명은 좀더 오래갈 수 있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1845년 말, 다시 비슷한 거리에서 아스트라이아(Astraea) 라는 천체가 발견되면서 상황은 점점 달라져갑니다.
그리고 연이어 발견이 계속되면서 1851년까지 비슷한 거리의 천체는 총 15개까지 늘어나게 되죠.

 

결국 천문학자들은 화성과 목성 사이에 작은 천체들이 몰려있음을 알게 되고, 이들을 태양계의 새로운 집단으로 기술하기 시작하게 됩니다.
그 이름으로는 1802년 허셜이 사용한 Asteriod를 그대로 사용하게 되죠.
 
결국 베스타, 주노, 세레스, 팔라스를 비롯한 이 지역의 천체들은 모두 소행성(Asteriod)로 강등되고 수많은 작은 천체들이 발견된 이곳은 '소행성 벨트(Asteriod Belt)' 가 됩니다.
 
마치며.

과학에서 새로운 발견은 기존의 법칙에 의해 배제되기도 하지만, 그 발견에 의해 기존의 법칙이 전복되기도 합니다.
지금은 비록 수성부터 해왕성까지 태양계에 단 8개의 행성이 있는 것으로 인정되고 있지만 어느날 태양계 외곽 멀리에서 거대한 가스상 행성이 또 발견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특히 현대 천문학을 이끄는 외계 행성계의 발견은 이 우주에 다종 다양한 행성계가 존재할 수 있음을 반증하고 있으며 하나같이 그 폭이 태양계보다 훨씬 큰 규모임을 말해주고 있죠.

 

 

Credit: A.-M. Lagrange, D. Ehrenreich (LAOG), et al., ESO

사진 24> 화가자리 베타별과 이 별을 둘러싼 먼지 원반 및 행성의 모습 
우측 상단에 토성의 궤도 크기가 비교되고 있습니다.
과연 태양계에서 해왕성이 행성의 끝일까요? 정답은 "아직 아무도 알지 못한다." 입니다.

 

어쨌든 우리 태양계에서도 새로운 발견이 계속되어 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그 발견은 역사에 기록되고 새로운 장을 열어나가겠죠.

우리나라도 언젠가는 이처럼 새로운 문을 열어나가는 당당한 인류의 구성원이 되길 바랍니다.

 

뉴호라이즌 호의 성공적인 명왕성 통과를 기원합니다.

 

참고 : 뉴호라이즌 호의 플루토 탐사를 비롯한 난쟁이행성에 대한 다양한 포스팅은 하기 링크 INDEX를 통해 조회할 수 있습니다. 
           https://big-crunch.tistory.com/123469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