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천문뉴스브리핑 1. 솜브레로 은하의 수상한 과거

2020. 2. 24. 13:403. 천문뉴스/최신천문뉴스브리핑

 

 

안녕하십니까?

별지기마을 촌장 다락방별지기 이강민입니다.



오늘은 2020년 2월 20일 아스트로피지컬 저널(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3847/1538-4357/ab64e9 )에 발표된 M104 솜브레로 은하의 수상한 과거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메시에 목록에 104번째로 등재된 천체이자 NGC 4594로 등록된 솜브레로 은하는 많은 아마추어천문인들의 사랑을 받는 은하입니다.

독특한 형태 때문인데요. 

솜브레로는 스페인, 미국 남서부, 멕시코 등지에서 쓰는 테가 넓고 높은 모자를 말합니다. 

이 은하의 이름이 솜브레로인 이유는 이 은하가 바로 이 모자를 닮았기 때문인데요. 

허블우주망원경이 촬영한 사진을 보시면 왜 이 은하가 솜브레로은하라고 불리는지 확실히 아실 수 있으실 겁니다. 

꼭 허블우주망원경과 같은 우주공간의 첨단 망원경이 아니라 아마추어천문인들의 망원경으로도  다른 은하와는 다른 독특한 형태의 솜브레로 은하를 볼 수 있습니다. 

뾰족하고 날카로운 느낌을 주는 원반에 유난히 밝은 헤일로가 이 은하를 독특한 은하로 만들어주죠. 



솜브레로 은하는 처녀자리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 유명한 처녀자리 은하단의 남쪽 모서리에 외따로 존재하는 지름 5만 광년의 나홀로 은하입니다.  

거리는 2,800만 광년이며 처녀자리와 까마귀자리의 경계에 위치하고 있는데 3등급의 까마귀자리 델타별에서 이어진, 5등급 별들을 통해 쉽게 찾아갈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솜브레로 은하가 나선은하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2012년 4월 24일 발표된 스피처 적외선우주망원경이 촬영한 솜브레로 은하의 사진을 통해 과연 솜브레로 은하가 나선은하인가에 대한 논쟁이 촉발되었습니다.



바로 이 사진인데요.

 

 

(참고 :  https://big-crunch.tistory.com/12346093 )



사진에서 청록색으로 보이는 것은 3.5에서 4.6 마이크론 파장의 적외선으로 포착해낸 별빛들입니다.

가시광선으로 촬영된 사진들은 은하의 평평한 원반을 가장 두드러진 특징으로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가시광선 데이터는 이 은하의 본질인 훨씬 둥근 형태의 타원형 구조를 놓치고 있었죠. 

이는 타원형 구조를 주로 형성하고 있는 별들의 빛이 희미해서, 가시광선 파장에서는 감지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로서 솜브레로 은하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나선은하와 달리 오히려 타원은하와 동일한 형태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중앙에 분명 원반구조가 보이기도 하죠. 

따라서 솜브레로 은하는 나선은하의 특징도 가지고 있고 타원은하의 특징도 가지고 있는 하이브리드 은하라고 불립니다. 

하지만 아직 은하를 구분하는 공식 분류에 하이브리드 은하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아직 대부분의 공식 분류 체계에서는 여전히 솜브레로 은하를 나선은하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이번 논문을 발표한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의 로저 코엔(Roger Cohen)과 폴 고드프로이즈(Paul Goudfrooij)는 하이브리드 은하인 솜브레로 은하의 생성원인을 밝히기 위해 허블우주망원경을 이용하여 솜브레로 은하를 관측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와중에 이상한 사실이 밝혀지죠.  

바로 이 은하의 헤일로에 있는 별들이 다른 은하와 달리 금속성 원소를 많이 포함하고 있었으며 금속성 원소가 없는 늙은 별들은 보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아주 먼 옛날 빅뱅으로부터 만들어진 원소는 대부분의 수소와 약간의 헬륨이 전부였습니다.

따라서 이 때 만들어진 별들은 수소와 헬륨으로 만들어져 있었죠. 

이 별들이 행성상성운으로 또는 초신성으로 폭발하면서 우주에는 수소와 헬륨보다 무거운 원소들과 금속성 원소들이 생겨났습니다. 

따라서 금속성 원소를 많이 포함하고 있는 별이란 상대적으로 나중에 만들어진 젊은 별들을 말합니다. 



지름 5만 광년에 달하는 솜브레로 은하와 같은 거대한 은하들은 이미 만들어진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은하들입니다. 

새로운 별은, 별을 만드는 주 재료인 가스와 먼지가 가득한 원반에서 탄생하기 때문에 은하의 외곽을 감싸고 있는 헤일로에는 아주 오래전 만들어진 늙은 별들만이 존재합니다. 

따라서 헤일로에서 발견되는 별들은 주로 수소와 헬륨과 같은 빅뱅으로부터 만들어진 원소를 품고 있는 별들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솜브레로 은하에서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죠.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금속성 원소가 거의 없는 늙은 별들로 구성된 수많은 구상성단들입니다. 

금속성 원소가 얼마 없는 늙은 별들은 성단에서 떨어져 나와 헤일로에 뿌려지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하지만 솜브레로 은하의 구상성단에서는 이러한 일이 전혀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보이죠. 



천문학자들은 어떻게 이러한 현상이 가능한지를 알기 위해 정교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 솜브레로 은하가 거대한 은하들 간의 충돌의 결과물이라는 가설이 수립되었죠. 

하지만 솜브레로 은하의 모습은 대단히 안정적이며 원반의 물질 분포도 균일해서 이 은하가 과거에 거대한 은하 간의 충돌을 겪었다는 단서를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문제가 있습니다.



충돌은하라고 하면, 충돌하는 은하들은 강력한 중력조석작용으로 완전히 찢기고 뒤틀린 모습을 보여줍니다. 

또한 거대한 나선은하들이 충돌하는 경우 각 은하의 모습은 완전히 해체되고 그 결과 별이나 가스, 먼지를 비롯한 은하의 모든 구성 성분이 균일하게 분포하는 거대한 타원은하가 남게 되죠. 



다시 솜브레로 은하의 모습을 보시겠습니다. 

 

 

(참고 :  https://big-crunch.tistory.com/12347697 )

하지만 솜브레로 은하는 보시는 바와 같이 매우 안정된 모습을 보여줍니다. 
솜브레로 은하 주변에는 위성은하도 없고 동반 은하도 없습니다. 
과연 솜브레로 은하는 과거에 이미 거대한 은하들간의 충돌이 완료된 은하일까요?
그렇다면 언제, 어떻게 그런 충돌을 겪었기에 지금 이렇게 완전히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무거운 원소가 거의 없는 늙은 별들은 은하 외곽 헤일로에 주로 분포하고 금속성 원소를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는 젊은 별들은 은하 원반에 주로 분포한다는 기존의 이론이 잘못된 것일까요?

독특한 외양을 자랑하는 솜브레로 은하가 그 독특한 외양만큼이나 독특한 현상을 보여주었고, 그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천문학자들은 당분간 골머리를 앓게 될 거라 합니다. 

이상 솜브레로 은하의 수상한 과거에 대한 최신 천문 뉴스 브리핑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