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천문뉴스브리핑 5. 곰팡이가 알려준 우주의 비밀

2020. 3. 12. 13:363. 천문뉴스/최신천문뉴스브리핑

 

안녕하십니까? 

별지기마을 촌장 다락방 별지기 이강민입니다. 

1980년대 대규모 은하탐사가 본격화되면서 과학자들은 우주에 모종의 물질들이 퍼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눈에 보이는 은하나 은하단이 아무렇게나 정렬해 있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퍼져 있는 모종의 물질 다발을 따라 정렬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죠.  
이렇게 우주 전역에 걸쳐 수억 광년의 길이로 펼쳐져 있는 구조를 코스믹웹(Cosmic Web)이라 합니다. 
'천문학용어집'을 비롯하여 이에 대한 우리나라말 번역이 존재하지 않아 많이 아쉽습니다. 
저는 여기서 코스믹웹을 직역한 '우주거미줄'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겠습니다. 

천문학자들은 지난 반세기동안 이 우주거미줄의 분포양상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우주거미줄은 암흑물질로 구성되어 있죠. 
하지만 아직 암흑물질을 직접적으로 관측할 수 있는 기술은 없습니다. 
다만 암흑물질을 따라 분포하는 차가운 수소가스가 있는데 천문학자들은 이 가스를 이용하여 우주거미줄의 분포를 추적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가스조차 너무나 희박해서 관측이 쉽지 않다는 것이죠. 

천문학자들은 퀘이사를 이용하여 이 가스를 추적합니다. 
머나먼 곳에서 우주공간을 가로질러온 퀘이사의 빛은 우주거미줄을 따라 분포하는 희박한 가스를 통과합니다. 
이렇게 가스를 통과하는 퀘이사의 빛에는 가스의 단서인 수소가 새겨지게 되죠. 
하지만 우주가 워낙 광활하다보니 퀘이사의 빛에 새겨진 단서를 통한 우주거미줄의 분포 추적도 결코 만만한 작업이 아닌 상황입니다. 

2020년 3월 10일 아스트로피지컬 저널에는 이처럼 추적이 쉽지 않은 우주거미줄의 분포를 지구로부터 1억 광년 폭의 국부 우주 범위 내에서 그려낼 수 있었다는 놀라운 소식이 발표되었습니다. 
더더욱 놀라운 것은 이 우주거미줄의 분포를 그려내는데 곰팡이보다도 원시 생명체에 해당하는 점균류, 보다 정확하게는 황색망사점균(Physarum polycephalum)의 도움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연구팀의 일원으로 알고리즘을 설계하고 시뮬레이션을 개발한 캘리포니아 대학 컴퓨터 과학자인 오스카 엘렉은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미디어 아티스트 자게 옌손의 작품에 주목했다고 합니다. 
옌손의 작품들 중에는 점균류의 성장을 예술적으로 표현한 작품들이 있었는데 이 점균류가 다른 먹이를 찾아 이동할 때 뻗어내는 연결체의 모습이 마치 기존에 모델링 되어 있는 우주거미줄의 분포와 비슷했다는 것입니다. 
엘렉은 옌손의 작품이 웨스트잉글랜드대학교 제프 존스가 2010년 발표한 점균류의 성장 시뮬레이션에 근거를 두고 있다는 것을 알아내고 제프 존스의 논문에 등장하는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우주거미줄 분포를 예측하는 알고리즘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알고리즘을 37,000개 이상의 은하 좌표 정보를 가지고 있는 슬론디지털온하늘탐사(the Sloan Digital Sky Survey)데이터에 적용하여 3차원 우주거미줄 지도를 그려냈다고 하죠. 

연구팀은 이어서 허블관측데이터 보관소로부터 추출해낸 350개 퀘이사의 분광 데이터를 분석하여 실제 우주거미줄의 분포를 검증해냈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 우주거미줄 구조를 구축하고 있는 암흑물질 다발과 그 암흑물질 다발을 따라 존재하는 차가운 가스의 존재를 규명해낼 수 있었고 은하로부터 무려 1천만 광년이나 떨어져 있는 희미하기 그지 없는 가스다발까지도 포착해 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우주거미줄 구조의 규명은 은하와 은하단과 같은 눈에 보이는 천체들의 분포와 생성 뿐 아니라 중력이 빚어내는 우주의 뼈대에 대한 규명 등, 우주론에서 우리 우주의 본질적인 비밀을 밝혀 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항목으로 다뤄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중요한 부분의 비밀을 한 거풀 벗겨내는데, 세포벽조차 없는, 우주에서 가장 미천한 생명체라 할 수 있는 점균류가 활용되었다니 그저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편 천문학 연구를 진행하는데 있어 완전히 다른 영역인 예술가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고, 또 그 예술가의 작품은 다른 과학자의 작업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니, 하나의 전문분야를 깊게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분야에 대해서도 폭넓은 관심을 유지하는 이른바 '통섭의 힘'이 가져오는 위력이 느껴지는 뉴스가 아닌가 합니다. 

보다 자세한 뉴스는 아래 기록한 제 블로그 주소를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끝으로 유럽 우주국 허블 사이트에서 발표한 우주거미줄 시뮬레이션을 보여드리며 뉴스를 마치겠습니다. 
어두운 방에서 전체 화면으로 보시면 마치 우주를 비행하고 있는 듯한 멋진 느낌을 받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별지기마을 채널을 구독하시면 최신 천문소식에 뒤쳐지지 않는 멋진 아마추어천문인이 되실 수 있습니다. 

이상 최신천문뉴스 브리핑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뉴스원문 :  https://big-crunch.tistory.com/12349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