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천문뉴스브리핑 6. 강철비가 내리는 행성

 

안녕하십니까? 

별지기마을 촌장 다락방별지기 이강민입니다. 
 
오늘은 2020년 3월 11일 네이처에 개재된 독특한 외계행성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WASP-76은 물고기자리 방향으로 640광년 거리에 있는 9.5등급의 분광유형 F형인 별입니다. 
이 별 주위를 지구 기준 이틀도 채 되지 않는 주기로 맹렬하게 공전하는 거대 가스 행성이 있습니다. 
WASP-76b라는 이름의 외계행성입니다. 
이 행성은 우리 지구에 대해 달이 그런 것처럼 자신의 별에 대해 중력잠금상태에 있습니다. 
따라서 공전과 자전 주기가 동일한, 결론적으로 낮은 영원한 낮, 밤은 영원한 밤인 상태죠. 
 
유럽남부천문대의 과학자들은 VLT와 외계행성 대기의 분광을 목적으로 제작된 ESPRESSO장비를 이용하여 WASP-76b 행성의 대기를 측정하였습니다. 
이 행성의 주간반구의 온도는 섭씨 2,400도, 야간반구의 온도는 섭씨 1,500도라고 합니다. 
이러한 주야 반구의 엄청난 온도 차이는 주간반구에서 야간반구로 흐르는 강력한 대기 폭풍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주야반구 경계선에서 기화된 철의 존재를 말해주는 강력한 신호가 포착되었다고 합니다. 
특이한 것은 저녁에 해당하는 주야반구 경계선에는 기화철의 신호가 존재하지만 아침에 해당하는 주야반구 경계선에는 기화철의 신호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천문학자들은 이를 다음과 같이 해석합니다. 
 
섭씨 2,400도의 주간반구에서는 금속이 증발하여 기체가 된다. 
이 기화철이 강력한 폭풍에 떠밀려 야간 반구로 이동한다. 
섭씨 1,500도의 야간반구에서는 기화된 철이 마치 빗방울처럼 응축된다. 
응축된 철방울이 비가 되어 내린다. 
 
즉, 이 시나리오대로라면 WASP-76b는 강철비가 몰아쳐 내리는 행성인 것입니다. 
하늘에서 철방울이 내리다니, 참 끔찍하네요. 
 
하지만 ESO에서는 이를 화면과 같이 유쾌한 삽화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Credit:Frederik Peeters (https://frederikpeeters.tumblr.com/)

 

주야 경계선 상에 응축되어 쌓인 구름벽을 표현한 것이라고 합니다. 
 
"이 광활한 우주에 우리뿐이라면 그것은 엄청난 공간의 낭비가 아닐까?" 
 
영화 컨택트에 등장하는 이 대사는 원작자인 칼 세이건의 신념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 대사에는 이 광활한 우주의 또다른 세상에 대한 다소 낭만적인 관점이 묻어있기도 한데요. 
 
하지만 과학이 밝혀주고 있는 외계 행성의 환경은 아직까지는 그다지 낭만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지구로부터 40광년 거리에 있는 게자리55e 역시 지독한 열기에 휩싸인 바짝 메마른 행성입니다. 온통 들끓는 용암이 행성을 뒤덮고 있죠. 
 
자신의 별이 초신성으로 폭발하는 와중에도 살아남은 끈질긴 생명력의 행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 통째로 증발되는 운명에 처해졌죠. 
이는 초신성 폭발후 남은 백색왜성의 강력한 별폭풍 때문입니다. 
 
스타워즈의 주인공 루크 스카이워커의 행성 테투인의 하늘에는 두 개의 태양이 떠 있습니다. 
하지만 켄타우루스자리 방향으로 320광년 거리에 있는 HD 131399Ab라는 행성의 하늘에는 세 개의 태양이 떠 있죠. 
이 행성의 한 계절은 무려 140년입니다. 
겨울에 태어난 사람은 아무리 오래 살아도 봄을 볼 수 없죠. 
 
2020년 2월 27일 기준으로, 존재가 확정된 외계행성은 총 4,135개입니다. 
과연 이 행성들은 또 얼마나 많은 다양한 모습들이 있을까요? 
그러고보면 다양성이야말로 우리 우주의 본질 아닐까요? 
즉, 현재 우주에는 총 4,135개의 다양성이 있는 것입니다. 
앞으로 그 숫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고 언젠가는 그 중에서 우리가 아닌 또 다른 세상도 만나게 될 거라 생각합니다. 
그 때를 준비하기 위해 지금보다 더 개방되고, 다양함에 더 관대해지는 우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끝으로 데이터가 아닌, 정말 사진으로 촬영된 외계행성들을 보여드리며 
최신천문뉴스 여섯 번째 브리핑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

 

 

 

 

뉴스원문 :  https://big-crunch.tistory.com/12349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