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천문뉴스브리핑 8. 배반의 퀘이사

 

'500에서 1050 옹스트롬 정지좌표 파장에서 관측된 퀘이사 폭풍'이라는 제목의 총 6개 시리즈 논문이 2020년 3월 16일, 아스트로피지컬 저널 증보판으로 발행되었습니다.

 

이 논문이 다루고 있는 내용에서 흥미를 끄는 것은

첫째, 퀘이사로부터 몰아쳐나오는 폭풍을 분광기를 이용하여 구체적으로 포착해 냈다는 점.

둘째, 이 폭풍의 속도와 이 폭풍이 밀어내는 에너지 총량을 계산할 수 있었다는 점.

셋째, 이처럼 알아낸 구체적인 자료를 통해 은하의 성장과 관련된 우주론적 수수께끼 중 일부에 대해 답이 도출될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각각의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버지니아폴리테크닉연구소의 수석 연구원인 나훔 아라브(Nahum Arav)가 이끄는 연구팀은 허블우주망원경을 이용하여 총 13개의 퀘이사 폭풍을 연구하였다고 합니다.

 

퀘이사란 대단히 먼거리에서 높은 광도와 강한 전파를 뿜어내는 천체를 말합니다.

이들은 주변의 물질을 빨아들이는 초대질량블랙홀에 의해 추동되며 퀘이사로부터 뿜어져나오는 빛은 은하 전체가 뿜어내는 빛보다 1,000배나 더 밝습니다.

 

이렇게 뿜어져나오는 퀘이사는 주변의 물질들도 함께 우주공간으로 밀어내는데 이번에 측정된 것은 은하 전반의 물질들을 쓸어내고 있는, 퀘이사로부터 뿜어져나온 폭풍의 존재입니다.

 

퀘이사 폭풍에 의해 가속된 가스가 맹렬하게 불타오르면서 스펙트럼 상에 남겨놓은 흡수선을 통해 이 폭풍이 은하 전반에 걸쳐 얼마나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그리고 이들의 속도는 얼마나 되는지가 측정된 것이죠.

측정 결과에 따르면 퀘이사의 폭풍이 유지되는 약 1천만 년의 시간동안 퀘이사 폭풍이 쏟아내는 에너지는 감마선 폭발의 백만 배 이상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퀘이사 폭풍이 한 해 동안 은하에서 쓸어내 버리는 물질의 양은 태양 질량의 수 백 배 수준이며 이 폭풍이 운반하는 물리적 에너지의 총량은 우리은하 미리내가 쏟아내는 광량의 수백 배에 달한다고 합니다.

또한 이번에 관측대상이 된 퀘이사 폭풍 중 하나에 대해서는 가속시킨 물질의 속도가 구체적으로 측정되기도 했는데 지난 3년 간 가속된 물질의 속도는 시속 6,880만 킬로미터에서 7,360만 킬로미터수준이었다고 합니다.

빛의 속도가 초속 30만킬로미터이고 이번에 측정된 가속된 물질의 속도가 초속 2만 킬로미터이니 가속되는 물질의 속도가 무려 빛의 속도의 7%에 육박하는 셈입니다. 정말 어마어마한 속도가 아닐 수 없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 퀘이사 폭풍이 쓸어내 버리는 물질들이, 사실은 그 퀘이사를 보듬고 있는 은하에서는 별을 만드는데 투입되는 재료와 동일하다는 것입니다.

즉, 이번 측정 자료에 따르면 퀘이사 폭풍이 한 해 동안 자신의 은하에서 쓸어내 버리는 물질의 양은 태양 질량의 수 백 배 수준이라 했으니 곧 1년 동안 수 백 개 수준의 태양을 은하에서 없애 버리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입니다.

우리은하 미리내의 경우 1년 동안 만들어내는 새로운 별의 질량은 고작 태양 하나의 질량과 동일한 수준입니다.

따라서 일 년에 수백 개의 태양이 없어진다는 것은 은하입장에서는 얼마나 큰 손실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즉, 퀘이사는 은하가 성장하고, 성장한 은하가 초대질량블랙홀을 품어낸 덕분에 탄생했는데 정작 자신을 탄생시킨 은하가 더 이상 새로운 별을 만들지 못하게 함으로써, 은하의 성장을 가로막는 아이러니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죠.

 

프린스턴 대학의 저명한 우주론학자인 제레미아 오스트라이커는 거대 은하에서 어느 순간 별의 탄생이 중단되는 현상은 이론천문학자와 관측천문학자 모두가 고민하는 현상이었다고 하면서 이번에 연구된 퀘이사 폭풍이 은하의 진화와 관련된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서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이를 통해 초대질량블랙홀의 성장과 은하의 전반적인 발달 간의 연관성도 규명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우주의 진화, 은하의 탄생, 은하단의 탄생 등 거시적인 우주를 다루는 뉴스에서 자주 등장하는 초대질량블랙홀이라는 개념을 한 번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일반적으로 블랙홀을 이야기할 때 규모의 관점에서 초대질량블랙홀, 질량이 큰 블랙홀, 블랙홀 이렇게 구분합니다.

각각의 단어가 가지는 수치적 의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초대질량블랙홀이란 태양 질량 대비 백만 배 이상, 단위 수준의 질량을 가진 블랙홀을 말합니다.

우리 은하 미리내와 같은 거대 은하들의 중심에는 초대질량블랙홀들이 있습니다.

질량이 큰 블랙홀이란 태양 질량 대비 십만 배 단위 수준의 질량을 가진 블랙홀을 말합니다.왜소은하의 경우 이 정도 질량의 블랙홀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블랙홀이란 태양질량의 수 배 단위 수준의 블랙홀을 말합니다.

대개 태양 질량의 30배 이상의 질량을 가진 별의 붕괴로부터 생성됩니다.

 

끝으로 다양한 퀘이사의 모습을 보여드리며 최신천문뉴스 여덟번째 브리핑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뉴스번역문 :  https://big-crunch.tistory.com/12349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