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 여행 - 전남 화순, 고흥

2020. 4. 20. 22:331. 별과 하늘의 이야기/하늘앓이 - 별지기의 이야기들

2020년 첫 번째 미리내 알현 여행으로 전남 화순과 고흥을 다녀왔습니다. 

 

작년에 밤하늘 사진을 찍으러 천불천탑으로 유명한 화순 운주사를 여러 번 찾아간 적이 있습니다. 
그때 운주사 근방에 고인돌 유적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요.  
고인돌과 함께 밤하늘을 담아도 괜찮겠다 싶었고 그래서 2020년 첫 번째 미리내 알현 여행으로 화순 고인돌 유적지를 찾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에는 고흥으로 넘어가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 이정양 전남지부장님을 뵙는 것으로 일정을 구성하였습니다.
이정양 지부장님께서 산청에 오고 싶어하셨는데 제가 자리를 자주 비우다보니 초대를 못했었습니다. 
죄송한 마음에 먼저 찾아뵈어야 되겠다 싶었죠. 

그런데 찾아뵙겠다고 연락을 드리자 오히려 이정양 지부장님께서 화순으로 넘어오겠다고 하셨습니다. 
덕분에 첫 날부터 외롭지 않은 여행이 되었고 이정양 지부장님의 안내로 남도땅의 관측지들도 돌아볼 수 있는 멋진 여행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상당히 익숙해진 아름다운 국도를 따라 전남 화순으로 향했고, 오후 2시 경 화순 고인돌 유적지에 도착하였습니다. 

미리내를 담아내는 데 있어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부분은 구도를 잡는 것입니다. 
그런데 화순 고인돌 유적지에서는 이 구도를 잡는 게 참 어려웠습니다. 

육중한 고인돌이 화각에서 멋진 자태를 뽐낼 것이라 생각했는데 하늘을 함께 담아야 하다보니 고인돌의 규모감이 사진에 잘 담겨들지 못했죠.
더더군다나 달도 없는 어두운 밤이다보니 고인돌의 질감을 담아내는 게 쉽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조금만 생각해도 미리 알 수 있는 부분이었을텐데, 꼭 이렇게 경험해봐야 아는 걸 보니 
역시 아둔하기 이를데 없다는 나 자신을 한 번 더 깨닫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사진 1> 화순 고인돌 유적지 풍경 :  미리내가 피어오를 하늘과 육중한 고인돌의 모습을 함께 담고 싶은 마음에 이런저런 구도를 테스트 해 보았지만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익히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우리나라에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의 고인돌이 남아 있습니다. 
화순 고인돌 유적지는 2000년 12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북쪽으로 효산리, 남쪽으로 대신리에 이르는 약 4킬로미터 구간에 공원이 깔끔하게 조성되어 있습니다.

 

사진 2> 나무와 고인돌, 그리고 하늘 : 뭔가 괜찮은 구도가 될 듯 하여 한참을 이리보고 저리보고 했지만 모자란 느낌이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사진 3> 그냥 담백하게 고인돌과 하늘만 담아보면 어떨까?  하지만 저 아래쪽 자동차 옆에 있는 쓰레기통들로 인해 포기하였습니다.  

 

사진 4> 그냥 담아본 고인돌 풍경입니다.  이 방향은 남쪽이 아니라서 이 구도로는 미리내가 담아지지 않습니다.  말 그대로 그냥 담아본 고인돌 풍경입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화순고인돌 유적지에서 구도를 잡기 어려웠던 이유는 결국 고인돌이 무덤이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묘자리를 잡을 때는 양지바른 자리를 찾게 되죠. 
이건 묘자리가 남향이 됨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인식은 고대 청동기 시대에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습니다.
고인돌은 모두 남쪽으로 내리막 경사가 진, 말 그대로 '양지바른' 위치에 있었죠. 
미리내는 남쪽 하늘에서 피어오릅니다.
즉 남쪽 방향으로 카메라 렌즈가 향하도록 해야 하는데, 경사면도 남쪽이고 그 경사면에 고인돌이 있다보니 아래에서 올려다본 고인돌과 미리내를 함께 담을 수 있는 화각을 만들 수가 없었죠. 

사진 5> 최종 선정 위치


결국 고개 넘어 대산리쪽 내리막길에 있는 이 위치에 카메라를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고인돌의 육중한 규모감을 살리면서 하늘을 동시에 잡기가 어렵다 보니 그 느낌은 포기하는 대신 고인돌 군락이라는 느낌을 살려내기로 했죠.  

 

사진 6> 카메라를 설치하는 모습 : 때마침 도착하신 이정양 지부장님께서 사진을 한 장 남겨주셨습니다. ^^


카메라를 설치하고 이정양 지부장과 함께 나주에 나가 추어탕으로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태어나서 토하젓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맛보았습니다. 
남도의 밥상은 어디든 실망하는 법이 없죠. 
추어탕도 맛있었고, 토하젓도 아주 맛있었습니다. 

식사 후 다시 화순고인돌유적지로 돌아와 화장실이 있는 자그마한 운동장에 망원경을 세우고 관측을 함께 했습니다. 
김치찌개를 만들어 끓이고 소주도 한 잔 했습니다. 

새벽 1시가 넘어가니 물안개가 차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지대가 낮아 차오르는 물안개에는 어찌할 방도가 없었죠. 

 

사진 7> 고인돌과 미리내 : 이날 담아낸 화순고인돌유적지의 미리내입니다. 


다행히 카메라가 설치된 곳은 망원경을 설치한 곳보다 약간은 더 높은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여명이 밝아오기 바로 전, 카메라가 있는 곳까지 물안개가 엄습해 오르기 바로 전에 최대한 높이 떠오른 미리내를 담아낼 수 있었습니다. 

아침이 밝았습니다. 
물안개가 온통 주위를 둘러싸고 있어 한치 앞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물안개 속에서 카메라를 걷고 이정양 지부장님의 안내를 받아  이곳 남도땅 별지기들께서 관측을 하실 때 찾아 가신다는 별포인트를 구경하러 갔습니다. 

 

사진 8> 주월산 정상 

처음 간 별 포인트는 주월산 정상, 패러글라이딩 활강장이었습니다. 

 

사진 9> 주월산 동쪽 풍경

 

사진 10> 주월산 남쪽 풍경

 

사진 11> 주월산 서쪽 풍경.


해발 557미터 밖에 되지 않았지만 바다에 접해 솟아오른 산이어서 그런지 고도감이 상당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바다가 보인다는 게 너무 좋았습니다. 

 

일반적으로 별지기들은 집어등과 해무로 인해 바다 인근의 관측지를 선호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저는 바다가 함께 있는 것을 너무 좋아합니다. 
하늘의 별들과 어우러진 집어등의 풍경을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기도 합니다. 

 

북동쪽 바로 아래에 골프장이 있는 것이 단점이긴 했지만 야간 개장을 항상 하는 건 아닐테니 기회가 된다면 꼭 이곳에 다시 와서 관측을 하리라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사진 12> 주월산 정상 풍경


깨끗한 하늘 아래에서 제가 챙겨온 도시락을 열어 이정양 지부장님과 함께 아침식사를 했습니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이정양 지부장님께서 별포인트 한 군데를 더 알려주신다고 하여 그곳으로 이동했습니다. 

사진 13> 일림산 한치재 제2주차장 : 밤새 물안개에 젖은 물건들과 차 내부를 말리는 중. 


두 번째로 찾은 별 포인트는 일림산 한치재 제2주차장이었습니다. 
고도는 그리 높지 않지만 마을들로부터 적절하게 떨어져 있고, 화장실도 있어 역시 관측하기에 좋은 곳 같았습니다. 
볕이 좋아서 차와 트렁크를 활짝 열어 차를 말렸습니다. 

지부장님의 댁이 있는 고흥으로 넘어가기 전에 보성청소년과학관을 찾아 박형호 원장님을 뵈었습니다. 


보성청소년과학관은 2017년부터 2급 천문지도사 과정 연수를 위해 매년 9월에 꼭 한 번씩 찾아가던 곳이었습니다. 
반딧불이가 빛나는 깨끗한 자연과 아름다운 밤하늘을 보여주던 곳이었고,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 광주지부와 박형호 원장님의 넘치는 배려아래 항상 2급 천문지도사 마지막 차수 연수를 진행했던 곳이다 보니 기억과 느낌이 각별한 곳이었습니다. 

 

사진 14> 원장님께서 만들어주시는 드립커피 : 독특한 필터로 만들어지는 커피의 맛이 정말 훌륭했습니다.  

 

사진 15> 원장님표 핸드드립 커피

커피가 너무 맛있어서 원장님을 졸라 핸드드립커피도 얻어마셨습니다. 
핸드드립 커피맛도 너무 좋았습니다.             

떠나올 때 원장님께서 원두커피도 한 봉지도 챙겨주셨습니다. 
정말 맛있는 커피도 얻어 먹고 선물로 커피까지 받아 너무 감사했습니다. 
기회되면 또 놀러가겠습니다. ^^

박형호 원장님께 인사를 드리고 고흥으로 넘어갔습니다. 
예전에 나로우주센터를 방문하기 위해 경유한 적은 있지만 고흥을 직접 방문하기는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사진 16> 이정양 지부장님께서 선사해 주신 고흥의 점심식사


과역리에 있는 동방기사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역시 모자람이라고는 전혀 없는 넘치는 밥상을 받았습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이정양 지부장님과 함께 거금도 생태공원으로 향했습니다. 
지부장님께서 정말 아름다운 샛별을 봤다는 곳이었습니다. 

 

사진 17> 고흥과 소록도를 잇는 소록대교. 소록도를 지나 거금대교를 지나면 거금도입니다. 


 

사진 18>거금도 생태공원에서 내려다본 아름다운 바다 풍경. 

           
생태공원에서 이정양 지부장님께 작별 인사를 드렸습니다. 
24시간동안 별도 함께 보고, 맛난 식사도 대접해 주시고, 멋진 별포인트도 알려주시고 너무 감사했습니다. 

이후 거금도를 두루두루 돌아다니며 아름다운 거금도의 풍경을 구경했습니다. 

 

사진 19> 아름다운 거금도 오천항 풍경 



사진 20> 바다를 꿈꾸고 있는 올망졸망한 배들.  



사진 21> 아담한 오천몽돌 해변 



사진 22> 신양 선착장   

 

사진 23> 마을 언덕에서 바라본 고즈넉한 신촌리 풍경  


섬을 두루두루 돌아다니다보니 해가 지기 시작했습니다.
서둘러 오늘밤을 지낼 곳을 잡아야 했죠. 

금산면 하나로마트에서 이것저것 저녁 거리를 마련한 후, 섬을 돌던 중 발견한 금의시비공원으로 향했습니다.
남쪽 바다가 환히 보여 바다와 하늘을 함께 만끽할 수 있을거라 생각하여 선택한 곳이었습니다. 

 

사진 24> 금의시비공원 데크에 텐트를 쳤습니다.  텐트는 중고마트에서 구입해서 처음 설치해 봤네요.

텐트 앞에 탁자를 펴고 의자를 놓았습니다.

그 의자에 앉아서 밤새 아름다운 하늘과 바다위를 분주히 오가는 배들을 바라봤습니다.
           

사진 25> 거금도에서 만난 하늘과 미리내, 그리고 삶이 계속되고 있음을 알려주는 어부들의 빛

비록 강제상황이긴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지구가 잠시 쉬어가고 있습니다. 

 

요즘 하늘은 전에 없이 깨끗하고

그 덕에

별들이 다시 찾아왔습니다.

 

어느 순간, 하늘에는 별들이,

바다에는 별처럼 불을 밝힌 집어등이 

함께 어우러집니다.

 

폭풍이 지나가면

물질 나간 어부들이 삶을 이어가듯

우리 삶도 계속 되겠지요?

 

그렇게 삶이 이어지고 

깨끗한 그 하늘도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사진 26> 이른 새벽부터 분주히 움직이는 배들.  그리고 지난 밤을 함께한 미리내가 여명과 함께 사그라져갑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참입니다. 
그래서 과연 움직여도 될지 고민도 되긴 했지만,  꼭 이번 일이 아니어도 워낙 제 인생 자체가 고강도 거리두기 삶이라서 홀가분하게 길을 나설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정양 지부장님께서 오랜 시간 함께 해 주시고 뜻밖에 박형호 원장님도 만나뵙고, 거금도에서 밤을 지낼 때는 은퇴 후 나홀로 여행을 하시는 중이라는 이름모를 나그네도 한 분 만나뵈었습니다. 

 

전 세계가 쉬어가는 중이라서 그런지 여행을 하는 내내 하늘 역시 평소보다 훨씬 깨끗한 투명함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렇게 모든 것에 감사를 드리며 2020년 첫 번째 미리내 알현 여행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하늘 아래에서 함께 해 주신 이정양 지부장님께 특별한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