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여름 1. 별을 기다린다.

2020. 6. 13. 00:594. 끄저기/끄저기

 

 

한여름밤 비가 내렸다. 

인간 세상에 전쟁이 있듯, 
자연에는 비가 내린다. 

비온 뒤 나서는 이른 아침의 산책 길에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밀려난
처절한 생명의 부스러기들이 널려 있다. 

그 밤에 거미 한 마리가 나타나
빨래줄에 거미줄을 쳤다. 

낮에 보이지 않아 떠나 버렸나 했는데
삼일째 해가 지면 나타나 
묵묵히 마수걸이를 기다린다. 

녀석과 이 여름을 같이 보내기로 마음 먹었다. 

녀석은 먹이를, 
나는 별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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