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신성과 중성자별(또는 블랙홀)의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밝혀지다.

2024. 1. 18. 09:553. 천문뉴스/유럽남부천문대(ESO)

초신성 SN 2022jli 이후 남겨진 초고밀도 천체와 그 짝꿍별을 그린 상상화  Credit:ESO/L. Calcada


천문학자들이 무거운 별의 최후와 블랙홀(또는 중성자별) 탄생 간의 직접적 연관성을 찾아냈다. 
ESO VLT(초거대 망원경, Very Large Telescope)와 NTT(신기술 망원경, New Technology Telescope)를 활용한 두 연구팀이 가까운 은하에서 발생한 초신성 폭발 여파를 관측하였는데 폭발 후 수수께끼의 고밀도 천체가 만들어졌다는 증거를 확인한 것이다. 

무거운 별이 최후를 맞으면 자체 중력에 빠르게 붕괴되어 초신성이라 알려진 강력한 폭발을 일으킨다. 
천문학자들은 폭발 후 초 고밀도의 핵, 또는 잔해가 남는 것으로 믿는다. 
최후를 맞은 별이 얼마나 무거우냐에 따라 이 초고밀도 잔해는 중성자 별이 될 수도 있고 블랙홀이 될 수도 있다. 

천문학자들은 사건이 이렇게 진행된다는 것을 암시하는 여러 단서를 찾아왔다. 
게 성운 한 가운데 있는 중성자별과 같은 것이 그 예이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이 실시간으로 목격된 적은 없다. 
이는 초신성 폭발로 고밀도 잔해가 남는다는 것이 사실은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스라엘 와이즈만 과학연구소(the Weizmann Institute of Science)의 연구원인 핑 첸(Ping Chen)은 초신성과 초고밀도 잔해와의 직접적인 연관관계를 찾았다고 밝혔다. 
그의 연구를 담은 논문이 2024년 1월 10일 네이처에 개재되었으며 243차 전미천문학회에서 발표되었다. 

행운은 2022년 5월에 찾아왔다. 
당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마추어 천문학자 베트로 모나드(Berto Monard)는 7,500만 광년 거리에 있는 NGC 157은하의 나선팔에서 초신성을 발견했다. 
이 초신성은 SN 2022jli로 명명되었다. 

두 개 연구팀이 이 폭발 여파에 주목했고 독특한 현상을 발견했다. 

대개 초신성은 폭발 후 서서히 어두워 진다. 
하지만 SN 2022jli는 뭔가 특이했다. 
전반적인 밝기가 감소하긴 했는데, 그 과정이 순탄치 않았고 대략 12일 주기로 밝기가 튀는 현상을 보인 것이다. 

작년 말 아스트로피지컬 저널에 초신성 연구 논문을 개재한 벨파스트 퀸즈 대학의 박사과정 연구원인 토마스 무어( Thomas Moore)는 SN 2022jli의 밝기가 밝았다가 어두워졌다를 반복하는 현상을 보였다고 말했다. 
무어는 그의 논문에서 초신성에서 이처럼 밝기 변동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것은 처음 겪는 일이라고 기록했다. 

무어와 첸의 연구팀은 이러한 현상이 인근에 또다른 별이 있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했다. 

 

사실 무거운 별이 짝꿍별을 거느린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이러한 별은 이중별로 알려져 있거니와 이는 SN 2022jli라고 해서 특별한 일도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독특한 점은 이 짝꿍별이 파괴적인 폭발에도 살아 남았고 마치 폭발 잔해와 상호 공전하는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무어 연구팀이 수집한 자료로는 빛의 주기 곡선을 만드는 두 천체의 상호작용이 정확히 무엇인지 밝혀내기가 어려웠다. 
첸 연구팀 역시 추가 관측을 통해 동일한 현상을 관측했다. 
첸 연구팀은 여기에 더해 이곳에서 수소가스의 주기적인 움직임과 감마선 폭발을 찾아냈다. 

두 연구팀은 이러한 모든 단서를 종합하여 문제의 짝꿍별이 초신성 폭발 잔해로 남겨진 물질과 상호작용을 함으로써 짝꿍별의 수소 대기가 일반적인 경우보다 훨씬 더 부풀어 올라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한 폭발 이후 남겨진 이 초고밀도 천체가 이 짝꿍별의 대기를 통과할 때마다 수소 대기를 강탈하여 주위에 강착원반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보았다. 

 

Credit: ESO/L. Calcada

이 일련의 상상화는 SN 2022jli에서 빛의 주기적인 변동을 일어나는 과정을 묘사한 것이다. 

우선 두 개 이중별이 있다가(위 왼쪽), 한 별이 초신성으로 폭발하여(위 가운데), 초고밀도 천체가 남는다(위 오른쪽)
이 폭발 와중에 짝꿍별은 살아남았는데 그 대신 대기가 크게 부풀어 올랐다. 
초신성 폭발 여파로 남겨진 초고밀도 천체가 이 짝꿍별의 부풀어 오른 대기를 주기적으로 통과하면서 이 대기 물질을 강탈한다. (아래 그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순차적으로)
이로서 초고밀도 천체 주변에 강착된 물질이 관측을 통해 주기적인 빛의 변동을 일으키는 현상 및 주기적인 수소가스의 움직임으로 포착된 것이다. 

이러한 주기적인 행동 와중에 상당한 에너지가 방출되면서 주기적인 밝기 변화가 만들어졌고 이번 관측에서 바로 이 현상이 포착된 것이다. 
비록 이 초고밀도 천체 자체가 복사하는 빛은 관측하지 못했지만 연구팀은 이러한 현상이 눈에 보이지 않는 중성자별 또는 블랙홀일 가능성이 있는 천체에 의해 가능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첸은 연구팀이 모은 모든 증거가 이 문제를 풀 수 있었다면서 모든 조각조각의 증거는 진실을 향해 도열해 있었다고 말했다. 

이 초고밀도 천체가 블랙홀인지 중성자별인지 규명하는 것을 포함하여 이 초고밀도 천체의 특성이나 이 이중천체계의 최후 등 아직 풀어야 할 과제는 많다. 
향후 ELT(초대형망원경, Extremely Large Telescope)와 같은 차세대 망원경이 운용을 시작한다면 유례없는 세밀한 관측을 통해 이러한 수수께끼의 천체를 규명해 나가는 여정에 도움을 주게 될 것이다. 

출처 : 유럽남부천문대(European Southern Observatory) Press Release  2024년 1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