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끄저기(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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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RR : 내가 마살라를 보게 될 줄이야...
골든글로브 비영어권작품상 후보에 영화 '헤어질 결심', '서부전선 이상없다', 'RRR' 등이 올랐다고 한다. (MBC뉴스 멘트, 실제로는 2작품 더 있음) 마침 '헤어질 결심'과 '서부전선 이상없다'는 이미 본지라 어떤 영화가 상을 타게 될지 가늠해 보고자 'RRR'도 마저 봤다. 난 정말 몰랐다. 내가 이렇게 마살라를 보게 될거라곤 말이다. 그리고 이런 마살라 영화가 골든글로브 후보에 오른 것도 정말 놀라웠다. 어색한 더빙 대사에 밥말아 먹은 개연성과 저세상 CG에 처음에는 정말 황당무계한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이 영화가 왠만한 마블 히어로 영화보다 백배 천배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선악 대립의 개연성이 충분하고 싸우고자 하는 등장인물들의 명분도 구체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원래 노..
2023.01.11 -
사람을 거르는 법
나는 예나 지금이나 사람을 만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성격에도 불구하고 회사를 19년 동안 다닐 수 있었던 건 업무 특성 상 만나는 사람들의 편차가 그다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별보는 생활을 하면서는 별의별 사람을 다 만나게 되었고 사람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상당히 심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떤 사람을 걸러야 하는지 알게 됐다. 그건 바로 '별을 보지 않는 사람'이다. 별을 본다는 구실로 만들어진 많은 단체가 있다. 하지만 그 속을 보면 '별을 보지 않는 사람'도 상당히 많다. 게중에는 과거에 이미 많이 봤다는 사람도 있고 꼭 시골에서 별을 봐야 별을 보는 건 아니라는 사람도 있다. 구구절절한 말은 다 필요없다. 별을 보지 않는 사람. 그런 사람을 피하..
2022.11.30 -
2022년 김장
이소월 지부장님과 김옥경 총무님께서 감사하게도 오종종한 배추 네 포기를 주셨다. 올해는 원래 김장을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이래저래 해야 할 일들도 많고 가족이래봐야 나와 안쥔마님 단 둘이라서 김치가 많을 필요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추가 생긴 김에 김장을 했다. 어제 배추를 절여 말려 놓았고 오늘 아침 무와 쪽파, 생강을 사서 김치속을 만들었다. 배추를 절이는 것도 김치속을 만드는 것도 두 번째 하는 거라서 그런지 예전보다 훨씬 잘됐다. 그래서인지 김치맛도 예전보다 훨씬 좋아졌다. 냉장고 가득 찬 김치를 보니 뿌듯했다. 김치는 확실히 직접 담가 먹는게 최고다. 두 번째 한 김장도 경험이라고 첫 번째보다 훨씬 수월하게 끝났다. 이제 게으름 피지 말고 김치 떨어지면 그때그때 배추 한 두 포기 사서 직..
2022.11.30 -
다시 촛불 집회
2016년 겨울에 나는 월급쟁이였고 그러다보니 별은 악착같이 금요일에 보러 다니고 토요일에는 촛불 집회에 참석했었다. 지금은 매인 곳 없는 프리랜서다. 별은 평일에 보고 토요일에 촛불 집회에 참석하면 된다. 더 널널해졌고 더 여유있어졌다. 놀라운 건 이젠 더 이상 이런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촛불 집회를 또 하는게 아니라 또한번 똑같이 무능한 대통령이 선출된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하지만 상관없다. 나는 내 할일을 하면 그만이다. 집회에는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았고 끊임없이 사람들이 몰리면서 시청에서 남대문까지 차단되는 차선도 점점 늘어만 갔다. 지난 일주일간 뉴스를 보며 분노가 쌓이고 쌓였다. 집회에서 윤석열은 퇴진하라! 를 외쳐부르니 속이 다 시원했다. 한편 가슴 절절한 추도사도 있었다. 특히 세월호..
2022.11.07 -
참사랑 묘역 위령미사.
시간이 참 많이도 흘렀다. 용인 천주교 공원묘지 참사랑 묘역에 안장된 시신기증자들을 위한 위령 미사에 참여했다. 예전에 내가 이 미사에 참여했을 때는 아버지를 추모하기 위해서였다. 그때가 2009년 11월 3일이었다. 만 13년의 세월이 지났다. 그리고 같은 곳에 이제는 장모님을 추모하기 위해 참석했다. 날씨는 쌀쌀했지만 그 덕에 공기가 맑고 상쾌했다. 날라리 신자인 나는 실로 오랜만에 묵주기도를 드렸다. 이렇게 참사랑 묘역에 유가족들이 함께 모여 미사를 드리는 것도 팬데믹으로 인해 3년 만에 재개된 것이라고 한다. 미사를 집전하시는 신부님도 유가족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해부학교실 주임교수도 학생대표도 사람은 모두 변했지만 그 분위기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었다. 이렇게 마음 포근한 자리에 가족으로서 참..
2022.11.07 -
해바라기가 피기까지
초봄에 든든집 베란다 앞에 심은 해바라기가 드디어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이 해바라기가 피기까지 몇 가지 일이 있었다. 서울에 두 개밖에 남지 않은 대단지 구축 시영아파트 중 하나에 우리 든든집이 있다. 돈에 눈이 멀어 용적률을 마구잡이로 높여 놓은 요즘의 아파트와 달리 오래 전에 지어진 이 아파트는 높이도 적당하고 아파트간 거리도 넓을 뿐더러 아파트 주위로 널찍널찍한 화단과 공원이 갖춰져 있다. 그 덕에 우리 든든집은 하루 종일 수풀 냄새가 가득하고 이른 아침에는 새 소리가, 한 낮에는 매미 소리가 요란하다. 최근에는 앞쪽 화단 수풀에 너구리 가족이 자리를 잡고 살기 시작했다. 한 낮의 태양빛이 제법 열기를 뿜어내기 시작하던 지난 4월 초. 이름 모를 풀들이 가득하던 베란다 앞 공터에 작은 틈의 흙을 ..
2022.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