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끄저기(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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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 흘리는 시 - 왜 일해왔을까?
노동자 생활 체험(?)관 가산디지털단지 역 옆에 '구로공단 노동자생활체험관'이 있다. 다세대 건물 하나를 개조하여 만든 작은 박물관이다. 점심시간을 빌려 구경하고 돌아오는 길, 횡단보도에 서 있자니 체험관에서 본 사진 속 공돌이 공순이들의 모습과 횡단보도에 서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전혀 다르게 보이지 않았다. 물론 딱 하나 차이는 있었다. 21세기 공돌이 공순이들의 손에는 하나같이 커피가 들려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고보니 의아했다. 어차피 다 노동자로 살텐데 왜 '박물관'이나 '기념관'이 아닌 노동자생활'체험'관 일까? 시인의 눈 고마운 분이 생일을 맞으셔서 생일 축하를 드렸는데 뜻밖의 선물로 이 '시집'을 받았다. 난 시를 읽을 줄 모른다. 시를 읽을 줄 몰라 마치 산문을 읽듯이 시집을 읽어 버렸다. ..
2023.01.24 -
의자놀이 - '약자를 공격하는 약자' 시스템
자료조사차 읽은 책. 나는 2009년 여름 쌍용차에서 일어났던 사태의 내막을 잘 모른다. 다만 노동자들이 점거 중인 공장에 식량과 의료지원은 물론 물조차 반입을 금지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분노했던 기억은 있다. 사형수나 전쟁포로에게도 당연하게 주어지는 권리가 차단당하는 것을 보고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 '우리나라에서 노동자는 사형수보다도, 전쟁포로보다도 못한 존재구나...' 이 사건은 내 인생에 큰 방점을 남겼다. 나는 이때 어떻게든 회사를 그만두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고, 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결국 회사를 그만둘 수 있었다. 그래서... 그러면 내 지위는 저 바닥의 노동자를 벗어나 최소한 사형수나 전쟁포로보다 높아지긴 한 걸까? 대답은 당연히 'No'다. 나는 여전히 위태로운 일이 닥쳤을 때 살아..
2023.01.17 -
혼자 사는 사람들 - 이게 진짜 한국 영화지.
넷플릭스에서 우연히 눈에 띠어 보게 된 영화이다. 영화를 다 보고나니 기분이 좋다. 너무 좋은 영화를 봤다. 이거지! 이게 우리나라 영화지! 최근 인도 마살라 영화인 RRR을 보고, 배우들은 분명 한국 배우들이지만 전혀 한국영화같지 않은 브로커를 보고 나서인지 이 영화야말로 한국의 색깔이 묻어나는 진짜 한국영화라는 느낌이 더더욱 생생하게 느껴졌다. 이 영화가 진짜 우리나라 영화라고 느끼게 만든 건 딱 하나다. 비틀거나 미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현실에 관객을 푹 담가 버린다는 것이다. 지리멸렬한 현실을 잊게 만드는 인도영화나 날선 현실을 무디게 다듬어 표현하는 일본영화와는 확실히 다른 한국 영화만의 매력이다. 영화를 보며 많은 공감을 했다. 왜 사람들은 화가 나 있을까? 왜 미안하다는 말은 엉뚱한 사람..
2023.01.12 -
RRR : 내가 마살라를 보게 될 줄이야...
골든글로브 비영어권작품상 후보에 영화 '헤어질 결심', '서부전선 이상없다', 'RRR' 등이 올랐다고 한다. (MBC뉴스 멘트, 실제로는 2작품 더 있음) 마침 '헤어질 결심'과 '서부전선 이상없다'는 이미 본지라 어떤 영화가 상을 타게 될지 가늠해 보고자 'RRR'도 마저 봤다. 난 정말 몰랐다. 내가 이렇게 마살라를 보게 될거라곤 말이다. 그리고 이런 마살라 영화가 골든글로브 후보에 오른 것도 정말 놀라웠다. 어색한 더빙 대사에 밥말아 먹은 개연성과 저세상 CG에 처음에는 정말 황당무계한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이 영화가 왠만한 마블 히어로 영화보다 백배 천배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선악 대립의 개연성이 충분하고 싸우고자 하는 등장인물들의 명분도 구체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원래 노..
2023.01.11 -
사람을 거르는 법
나는 예나 지금이나 사람을 만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성격에도 불구하고 회사를 19년 동안 다닐 수 있었던 건 업무 특성 상 만나는 사람들의 편차가 그다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별보는 생활을 하면서는 별의별 사람을 다 만나게 되었고 사람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상당히 심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떤 사람을 걸러야 하는지 알게 됐다. 그건 바로 '별을 보지 않는 사람'이다. 별을 본다는 구실로 만들어진 많은 단체가 있다. 하지만 그 속을 보면 '별을 보지 않는 사람'도 상당히 많다. 게중에는 과거에 이미 많이 봤다는 사람도 있고 꼭 시골에서 별을 봐야 별을 보는 건 아니라는 사람도 있다. 구구절절한 말은 다 필요없다. 별을 보지 않는 사람. 그런 사람을 피하..
2022.11.30 -
2022년 김장
이소월 지부장님과 김옥경 총무님께서 감사하게도 오종종한 배추 네 포기를 주셨다. 올해는 원래 김장을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이래저래 해야 할 일들도 많고 가족이래봐야 나와 안쥔마님 단 둘이라서 김치가 많을 필요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추가 생긴 김에 김장을 했다. 어제 배추를 절여 말려 놓았고 오늘 아침 무와 쪽파, 생강을 사서 김치속을 만들었다. 배추를 절이는 것도 김치속을 만드는 것도 두 번째 하는 거라서 그런지 예전보다 훨씬 잘됐다. 그래서인지 김치맛도 예전보다 훨씬 좋아졌다. 냉장고 가득 찬 김치를 보니 뿌듯했다. 김치는 확실히 직접 담가 먹는게 최고다. 두 번째 한 김장도 경험이라고 첫 번째보다 훨씬 수월하게 끝났다. 이제 게으름 피지 말고 김치 떨어지면 그때그때 배추 한 두 포기 사서 직..
2022.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