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9. 24. 13:38ㆍ4. 끄저기/끄저기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Past Lives)
참 실망스러웠다.
'인연'이라는 한국적 감성을 소재로 하긴 했지만 한국적 감성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등장인물이 서양인이었을 때 대사나 감정, 상황설정이 더 잘 들어맞을 것 같았다.
그저 외국 영화에 '인연'이니 '전생'이니 하는 동양적 감정이 어설픈 데코레이션으로 얹어져 있는 기분.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하기까지 했다.
이와 같은 불편함을 예전에 소설 '빠칭코'에서도 느꼈었다.
도대체 이 불편함은 무엇 때문일까?
생각해보니 그 불편함은 이 영화의 감독이나 빠칭코의 저자가 그리고 있는 대한민국이 '전형화'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서양 주류 사회가 아시아를 바라보며 흔히 저지르는 그 전형화의 오류 말이다.
바로 그 전형화가 한국인 2세 작가들에 의해 저질러 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 불편함을 표현하기 위해 생각해 낸 문구가 'Korean Orientalism'이다.
혈연은 혈연일 뿐,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
작품의 원동력이 되는 사람의 감정과 사고는 모두 환경의 지배를 받는다.
비록 셀린송 감독과 이민진 작가가 '한국계'이긴 하지만 이건 그저 명패에 지나지 않고
이들의 감정은 한국인이라기 보다는 캐나다인, 미국인의 감정에 가깝다.
그래서 감독에게 이런 말을 하고 싶다.
한국을 소재로 하는 어떤 작품을 만들고 싶으면
지금의 대한민국에 대해 좀 더 알아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더 나아질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참고로 같은 한국인 2세 작가이지만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에서는 이런 불편한 감정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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