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9. 24. 16:21ㆍ4. 끄저기/끄저기
2024년 9월 23일.
문상길 중위님과 손선호 하사님 진혼제가 열린 고양시 용두동에 다녀왔다.
문상길 중위님은 1948년 9월 23일 3시 25분, 손선호 하사님은 잠시 뒤인 3시 45분 총살 당하셨다.
이분들이 총살당한 이유는 바로 직속상관 박진경을 살해했기 때문이다.
박진경은 제주 4.3사건 당시 협상을 통해 사건을 해결하려 했던 김익렬 연대장이 해임된 후 후임으로 연대장에 임명된 사람이다.
그는 임명된 후 강경 진압에 나섰으며 고작 40여일 동안 무려 5천명에 달하는 제주도민을 체포했다.
박진경은 강경진압으로 공을 인정받아 대령에 진급했다.
그리고 진급 축하연을 벌인 그날(48년 6월 18일) 숙소에 돌아와 잠든 중에 손선호 하사가 쏜 두 발의 총에 살해됐다.
혹자는 박진경 살해를 주동한 문상길 중위와 손선호 하사를 남로당 세포, 또는 빨치산 끄나풀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을 믿지 않는다.
문상길 중위님의 법정 최후 진술 때문이다.
이 법정은 미군정의 법정이며
미 군정장관의 딘 장군의 총애를 받던
박진경 대령의 살해범을 재판하는 인간들로 구성된 법정이다.
우리가 군인으로서 자기 직속상관을 살해하고 살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죽음을 결심하고 행동한 것이다.
재판장 이하 전 법관도 모두 우리 민족이기에
우리가 민족 반역자를 처형한 것에 대하여서는 공감을 가질 줄로 안다.
우리에게 총살형을 선고하는 데 대하여 민족적인 양심으로 대단히 고민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고민은 할 필요가 없다.
이 법정에 대하여 조금도 원한을 가지지 않는다.
안심하기 바란다.
박진경 연대장은 먼저 저 세상으로 갔고, 수일 후에는 우리가 간다.
그리고 재판장 이하 전원도 저 세상에 갈 것이다.
그러면 우리와 박진경 연대장과 이 자리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저 세상 하느님 앞에서 만나게 될 것이다.
이 인간의 법정은 공평하지 못해도
하느님의 법정은 절대적으로 공평하다.
그러니 재판장은 장차 하느님의 법정에서 다시 재판하여 주기를 부탁한다
박진경은 취임식 때 이미 '폭동 진압을 위해서라면 30만 제주도민을 모두 희생시켜도 무방하다.'라고 말한 사람이다.
참으로 친일파 출신다운 말이다.
나는 문상길 중위님의 행동이 주권자를 알아보지 못하는 미친 군인을 처단한 의거라고 본다.
또한 남로당 세포니 빨치산 끄나풀이니 하는 말은 체포 후 두 달 동안 당해야 했던 모진 고문의 결과라고 본다.
(실제 문상길 중위님은 재판 때 박진경 살해가 김달삼의 지시였다는 말은 고문에 의한 허위자백이라고 진술하셨다.)
앞으로 문상길 중위님에 대한 자료를 좀더 찾아볼 생각이다.
자료를 찾다가 정말 문상길 중위님이 빨치산 끄나풀이었다는 증거가 나오면
자료 찾기를 중지할 생각이다.
중요한 건 가치가 아니라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료 찾기에 착수하는 지금은 문상길 중위님이 빨치산 끄나풀이 아니라는 확신이 있다.
왜냐하면 고작 끄나풀 짓이나 하는 사람이라면
위와 같은 최후 진술을 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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