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끄저기/끄저기(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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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봄에 맞은 가족들
꽃과 풀, 흙과 화분을 사와서 분갈이를 비롯한 식재작업을 했다. 새로 들어온 아이들에게 이름을 지어주었다. 우선 가장 왼쪽에 있는 아이는 잎이 퉁퉁해서 '잎퉁이'란 이름을 지어 주었다. 그 오른쪽에 있는 아이는 '노랑이'이다. 노랑이는 작년, 필마루로 들어온 아이이다. 안쥔마님께서 선물 받은 아이인데, 예상과 달리 올해도 꿋꿋이 잘 살고 있다. 작은 화분에서 큰 화분으로 분갈이를 해주었다. 그 옆에 하얀꽃을 달고 있는 아이는 하얀꽃들이 눈송이처럼 내려앉아 있어 이름을 '눈송이'라고 지었다. 그 옆에 빨간 테두리 물받이를 하고 있는 아이는 '딸기'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물받이로 쓴 플라스틱 통이 원래 딸기를 담고 있던 통이기 때문이다. 그 옆에 하얀 화분은 올봄 안쥔마님이 사와 필마루에 두었던 아이이다...
2022.04.10 -
돈 룩 업 :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코로나 덕분에 하루 종일 소파에 늘어져 넷플릭스를 즐기는 사치를 누리고 있다. 그러다가 선택한 영화 '돈룩업(Don't Look Up)' 와! 정말 멋진 영화다! 1. 너무나 현실적인 천문뉴스를 번역하고 천문서적을 번역하고, 별자리 관련 이런저런 자료들을 찾아공부하면서 느끼는 점 중 하나가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영역이 워낙 '딴세상 이야기'라는 것이다. '대중성'이라는 걸 확보하기에는 애초에 글러먹은 영역이라 생각했는데, 우와.... 이런 소재로 이렇게 기가막힌 현실의 이야기가 나올 수 있구나! 한편, 진짜 운석이 떨어져도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겠구나 하는 생각에 섬찟했다. 2. 매력 만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그저 주어진 배역이 그렇고, 그냥 그에 맞는 연기일 뿐이려니 생각하는데도 불구하고 모든 영..
2022.03.30 -
처음 만나는 맛.
코로나 기간동안 저승문턱까지 갔다오긴 했지만, 생판 처음보는 바이러스와 싸우는 몸을 위해, 어느정도 컨디션을 회복하고나서부터는 최대한 잘 차려먹고 있다. 며칠 전에는 안주인마님께서 냉동실에 보관해둔 가자미를 꺼내놓으셨길래, 만 개의 레시피에서 적당한 레시피를 찾아 가자미 조림을 했다. 자가격리에서 해제된 오늘은 비싼 한우고기를 부위별로 사와 구워 먹었고 저녁에는 굴미역국을 끓여 마른 반찬들과 함께 먹었다. 식탁 위에는 딸기와 포도, 망고를 비롯한 과일이 그득그득하다. 문제는 코로나에 맹폭당한 후 후각을 잃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덕에 재미있는 경험을 하고 있다. 후각이 사라지고보니 음식의 간을 맞추는 건 불가능하다. 어떨 때는 묵직한 맛이 느껴지고, 어떨 때는 가벼운 맛이 느껴진다. 각각의 느낌이 어떤..
2022.03.30 -
젤렌스키는 상한가 행진 중.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렌스키가 요즘 상한가 행진 중이다. 어제는 캐나다 의회 연설을 하더니 오늘은 미국 의회 연설을 비롯해 전세계 메이저 언론에 계속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나는 젤렌스키가 이런 상황을 의도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지금 상황이 젤렌스키에게는 그다지 나쁜 상황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어쨌든 그는 전세계적인 정의의 아이콘으로 떠올랐으니 말이다. 푸틴이 전쟁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피할 수 있는 전쟁을 피하지 못한 젤렌스키의 책임도 그에 못지 않다. 제 나라를 지킬 기본적인 준비도 안 되어 있으면서 NATO 가입 운운하다가 러시아에게 침략의 빌미만 제공했다. 과하지욕. 정치인은 대의를 위해 스스로 비굴해지는 것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다행히 우리 나라는 과하지욕을 ..
2022.03.17 -
'꿈틀'대기 - 자전거도둑
대학교 1학년을 중심으로 한 전후 2년, 약 4~5년의 기간은 내겐 암흑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그냥 흘러가는 시간에 몸뚱이가 굴러다니던 시절이었다. 그때의 나를 돌아보건대 내게 유일하게 의미가 있었던 시간은 김소진의 소설을 만나는 시간이었다. 이젠 기억도 가물가물한 그 시절을 추억하면서 실로 오랜만에 그의 단편 소설집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무능한 남자. 그의 소설을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이다. 그 주제는 당시의 나와 너무나 잘 맞아 떨어졌다. 당시 나는 아마도 김소진의 소설에서 내 모습을 찾고 위로를 받았던 것 같다. 이 세상에 무능한 게 나 혼자만도 아니고 이 세상에 추악한 게 나 혼자만도 아니라고 그렇게 나 자신을 합리화 할 수 있는 유일한 도피처였다. 대학 1학년을 마치고 군대를 갔다. 그리고 군대..
2022.03.15 -
'소설'을 읽다 - 엄마를 부탁해.
이런저런 소설 공모전에서 입상한 소설들을 보다가 느낀게 있다. 요즘은 훅~ 불면 날아가버리는 글을 써야 상을 받는구나! 그렇게 엉뚱한 자신감을 갖고 글을 썼다. 인생이 워낙 천박한지라 글도 그에 못지 않은 천박한 글이 나왔다. 그리고 그 글은 모 스토리공모전에서 5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입상했다. 그럼에도 나는 '최우수'가 아닌 '우수'라는 사실에 좌절했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고 뼈저리게 깨닫고 있다. 글은 그렇게 쓰는게 아니었다. 내가 쓴 글도 글이 아니고 내게 삐뚤어진 자신감을 불어넣어준 글들도 글이 아니었다. '글'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와 같은 글 말이다. 그러고보니 내가 오랜만에 '소설'을 읽었다. 신경숙이 괜히 신경숙이 아니구나. 뼈저리게 느낀다. 난 글이..
2022.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