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끄저기/끄저기(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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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찾아가는 거친 여정
이산하 작가의 장편서사시 시를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제주 4.3 사건동안 억울하게 죽어야만 했던 수많은 제주 사람들이 정말 공산주의 혁명을 찬동하여 항쟁을 한 것처럼 오해할만한 표현이 곳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이런 시각이 순진무구한 제주 인민을 빨갱이로 몰아 죽인 잔악한 군경세력과 뭐가 다르단 말인가? 하지만 이산하 작가의 후기를 읽으니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측면이 있었다. 이 시가 쓰인 1986년 대한민국에는 4.3사건에 대해 알 수 있는 자료라곤 정부 입맛에 맞는 자료 외에는 전무하다시피 했던 것이다. 이산하 작가가 밝히고 있듯 당시 4.3 사건에 대해 그나마 접할 수 있었던 자료로서 정부와는 다른 시각을 가진 자료는 가 전부였다.하지만 이 책은 일본에서 조총련으로 활동하는 인..
2024.11.18 -
문상길 중위님, 손선호 하사님 진혼제
2024년 9월 23일. 문상길 중위님과 손선호 하사님 진혼제가 열린 고양시 용두동에 다녀왔다. 문상길 중위님은 1948년 9월 23일 3시 25분, 손선호 하사님은 잠시 뒤인 3시 45분 총살 당하셨다. 이분들이 총살당한 이유는 바로 직속상관 박진경을 살해했기 때문이다.박진경은 제주 4.3사건 당시 협상을 통해 사건을 해결하려 했던 김익렬 연대장이 해임된 후 후임으로 연대장에 임명된 사람이다. 그는 임명된 후 강경 진압에 나섰으며 고작 40여일 동안 무려 5천명에 달하는 제주도민을 체포했다. 박진경은 강경진압으로 공을 인정받아 대령에 진급했다.그리고 진급 축하연을 벌인 그날(48년 6월 18일) 숙소에 돌아와 잠든 중에 손선호 하사가 쏜 두 발의 총에 살해됐다. 혹자는 박진경 살해를 주동한 문상길..
2024.09.24 -
Korean Orientalism? 영화 페스트 라이브스가 불편한 이유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Past Lives) 참 실망스러웠다. '인연'이라는 한국적 감성을 소재로 하긴 했지만 한국적 감성은 느껴지지 않았다.오히려 등장인물이 서양인이었을 때 대사나 감정, 상황설정이 더 잘 들어맞을 것 같았다. 그저 외국 영화에 '인연'이니 '전생'이니 하는 동양적 감정이 어설픈 데코레이션으로 얹어져 있는 기분.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하기까지 했다. 이와 같은 불편함을 예전에 소설 '빠칭코'에서도 느꼈었다. 도대체 이 불편함은 무엇 때문일까? 생각해보니 그 불편함은 이 영화의 감독이나 빠칭코의 저자가 그리고 있는 대한민국이 '전형화'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서양 주류 사회가 아시아를 바라보며 흔히 저지르는 그 전형화의 오류 말이다. 바로 그 전형화가 한국인 2세 작가들에 의해 저..
2024.09.24 -
왜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해? - 영화 거인
넷플릭스 알고리즘이 타임라인에 올려준 영화야 아마도 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이나 '혼자 사는 사람들' 같은 영화에 더블 엄지를 날려준 영향인 것 같아. 영화 소개문부터 끌렸어. '고아', '보호시설' 이라는 단어가 단숨에 내 눈길을 사로잡았어. 바로 플레이를 눌렀지. 그리고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주의깊게 봤어. 이제는 영화 '기생충'으로 세계적 배우가 된 최우식 배우가 2014년에 찍은 영화야. 봉준호 감독이 최우식 배우의 이미지가 요즘 젊은 청년들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취지의 얘기를 했던 것 같아. 유약하기 때문에 손에 들어온 것은 어떻게든 놓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 그런 이미지랄까? 그런 최우식 배우의 2014년 버전인데, 여기서도 이미지가 아주 잘 맞았던 것 같아. 나는 사실 이런 류의 바닥 리얼..
2024.02.20 -
Shalom lach Mirjam
shalom lakh Mirjam שָלוֹם לָךְ, מִרְיָם 마리아께 경배드리나이다 meleat ha-khesed מְלֵאַת הַחֶסֶד, 은혜가 가득하시며 Adonai imakh ה׳ עִמָּךְ 주님께서 함께 하시는 분 berukha at banashim .בְּרוּכָה אַתְּ בַּנָשִׁים, 모든 여인 중에 축복을 받으신 분 u-varukh pri bitnekh Yeshua וּבָרוּךְ פְּרִי בֵּטְנֵךְ יֵשׁוּעַ 잉태하신 예수님 또한 축복받으시나이다. Mirjam hakedosha מִרְיָם הַקְּדוֹשָׁה, 거룩하신 마리아시여. em haElohim אֵם הָאֱלהִים, 신의 어머니이신 분이시여 hitpaleli baadenu..
2024.02.17 -
시인이란?
두 권 있는 네루다 시집은 그냥 정신 나간 낙서인것 같다. 별 감흥도 없고 감동도 없다. 물론 인상적인 표현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길 잃은 기차’ 처럼 말이다. 하지만 뭐든 헛소리를 두 권 분량 써 놓으면 아무리 미친넘이라도 한 문장 정도는 인상깊게 들리기 마련이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도 들었다. 사유를 하거나 사색을 하거나 잡념에 빠지는 건 사람을 크게 괴롭히고 상하게 하는 일이다. 그게 힘든 일이라는 걸 난 최근 1,2년 사이에야 알았다. 글도 안 써지고 걷지도 못하겠고 무기력에 빠지면 하루종일 생각에 빠지는데 그런 상태는 이러다 죽겠다 싶은 상태까지 나를 몰고 간다. 그러고보니 시인이란 위대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강력한 잡념의 소용돌이에서 용케 살아남은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2024.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