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끄저기/끄저기(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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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을 풀어내다 -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4년 전, 칠레 일식여행을 준비하다가 읽었던 책 를 다시 한 번 읽었다. 역시 좋은 책답게 두 번째 읽으니 또다른 생각할 거리를 내준다. 이 책이 이번에 내게 던진 화두는 '욕망'이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욕망은 잘못되고 악한 것이라고 배우며 자랐다. 나이를 먹은 지금 아직도 나에게 솔직해 지지 못하고 이런 저런 가식과 치장을 두르고 사는 삶이 아마도 그때부터 시작된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며 즐거웠던 것은 그렇게 힘들이지 않고 사는 사람들의 모습 때문이었다. 마리오의 아버지는 그저 아버지가 살아온데로 살아가는 반면 마리오는 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는다. '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대개 '하고 싶은 일을 한다'고 생각하는데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규정하는 것 역시..
2023.07.29 -
악에 대항할 수 있는 무기 -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착짱죽짱'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착한 짱개는 죽은 짱개'의 줄임말이다. '짱개'란 중국인을 비하하는 말이니 '착한 중국인은 죽은 중국인 뿐...그러니까 지금 우리 눈에 보이는 중국인은 죄다 나쁜 중국인'이라는 섬뜩한 뜻을 가진 말이다. 어떻게 이런 말이 온라인에서 아무렇지 않게 쓰일 수 있을까? 중국인에 대한 강렬한 혐오의 근저에 흐르는 선동과 왜곡은 20세기 초, 유럽에 만연했던 유대인들에 대한 혐오와 그렇게 달라보이지 않는다. 물론 21세기 중국인과 20세기 유대인은 분명 다르다. 하지만 내가 주목하는 것은 혐오의 대상인 중국인이나 유대인이 아니라 그때도 이방인 집단을 혐오하고 지금도 이방인 집단을 혐오하는 사람들의 인식에 대한 것이다. 평소 봐야겠다고 생각했던 책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
2023.07.24 -
삶의 정수 - 윤정모 단편소설집 '밤길'
글을 쓰다보면 멋진 글이 나올 수도 있고 식상한 글이 나올 수도 있다. 뭐든 상관없다. 중요한 건 글을 쓴다는 거니까. 고등학생 때 성당친구의 권유로 ‘고삐’라는 소설을 통해 윤정모를 만났다. 그때 그 소설을 읽고 마음이 무척 아팠던 기억이 있다. 워딩이 정확히 기억나진 않는데 표지에 이런 글이 있었던 거 같다. “남자는 왜 배설하고 돈을 주고 여자는 왜 몸을 파는 역할을 하는가” 표지의 글이 도발적이었던 만큼 내용 역시 도발적이었다. 내가 당시 이 소설을 보고 마음이 아팠던 이유는 단순히 책의 내용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때 우리 나라는 사람의 가치가 중요한 나라가 아니었다. 영등포역 길건너 시외버스 정류장까지 가는 길에는 몸을 파는 누나들이 지나가는 이 남자 저 남자를 잡아 채는 풍경이 일상적이었고 이..
2023.07.22 -
오십견 극복기 : 나의 왼팔
발병 - 2023년 1월, 7월 왼쪽 팔이 신경통으로 아프다.그냥 아픈게 아니라 너무너무 아프다.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었다. 의사말로는 경추에 이상이 있어 왼팔로 내려가는 신경을 건드리고 있다고 한다. 약을 처방 받았다.소염 진통제.그냥 진통제로 아픔을 잊으며 평생 살아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마저도 약이 안맞아서 다른 병원을 예약했다. 이제 이병원 저병원 찾아다닐 나이가 시작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 저녁 된장찌개를 만들 때였다. 가만 보니내 오른팔은 주로 정교한 일을 하고내 왼팔은 주로 힘쓰는 일을 하고 있었다. 평소엔 신경쓰지 않았던 거다.아프니까 알게 되는, 경험이 알려주는 지식이었다. 마늘을 수돗물에 씻은 후 물기를 털어내는데한 두 알을 왼손에 담고마치 손에 ..
2023.07.15 -
뜻밖의 진주 - 경남 진주 여행(7월 10일~12일)
1. 내겐 익숙했던 진주 난 진주라는 도시가 많이 익숙하다. 산청 채울집 생활을 할 때 와인에 한참 맛을 들였었다. 그런데 시골 하나로마트에는 와인 종류가 많지 않아 순전히 와인 한 병 살 생각으로 진주에 나가 이마트에 들렸었고 이왕 나선 길에 진주성도 한 바퀴 돌아보곤 했다. 그때 제법 비싼 와인을 사 마신 기억이 있다. 당시 나는 회사를 갓 그만둔 처지였고 딱히 벌이가 없었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돈을 쓰기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비싼 와인을 덜컥 샀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낯선 시골 생활을 하는 나에 대한 선물이었던 것 같다. 생판 처음 하는 시골 생활에 애써 한 잔 따라 마시는 와인이 맛이 없으면 맘이 더 상할 것 같아 돈을 썼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와인 맛은 괜찮았고 돈이 아깝지 않았던 것 같..
2023.07.14 -
여름엔 모히또
여름엔 모카포트로 진하게 우려낸 커피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즐거움이 있었는데 올 여름엔 즐거움이 하나 더 늘었다. 바로 모히또. 서호주 카리지니 국립공원, 에코리트리트에서 저녁식사를 할 때 막상 음료를 뭘 시켜야 할지 몰라 고른게 모히또다. 모히또라는 걸 그때 처음 마셨는데 너무나 좋았던 기억이 있고 시간이 지나자 서호주 여행의 추억이 담긴 음료가 되었다. 그때 그 모히또가 그리웠다. 그러다가 '내가 직접 만들어 먹으면 되지!' 하는 생각을 했다. 유튜브에서 이런저런 레시피를 보고 나름 공식을 만든 후 재료를 구해서 모히또를 만들어 보았다. 처음에는 비율을 맞추지 못해 그냥저냥 했다. 하지만 시행착오 끝에 이젠 제법 카리지니의 그 순간이 생각날 만큼의 맛을 낼 수 있게 되었다. 부담없이 마시고 싶..
2023.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