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끄저기/끄저기(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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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왼팔
왼쪽 팔이 신경통으로 아프다. 그냥 아픈게 아니라 너무너무 아프다.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었다. 의사말로는 경추에 이상이 있어 왼팔로 내려가는 신경을 건드리고 있다고 한다. 약을 처방 받았다. 소염 진통제. 그냥 진통제로 아픔을 잊으며 평생 살아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마저도 약이 안맞아서 다른 병원을 예약했다. 이제 이병원 저병원 찾아다닐 나이가 시작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 저녁 된장찌개를 만들 때였다. 가만 보니 내 오른팔은 주로 정교한 일을 하고 내 왼팔은 주로 힘쓰는 일을 하고 있었다. 평소엔 신경쓰지 않았던 거다. 아프니까 알게 되는, 경험이 알려주는 지식이었다. 마늘을 수돗물에 씻은 후 물기를 털어내는데 한 두 알을 왼손에 담고 마치 손에 묻은 물기를 털어내듯 털어내..
2023.07.15 -
뜻밖의 진주 - 경남 진주 여행(7월 10일~12일)
1. 내겐 익숙했던 진주 난 진주라는 도시가 많이 익숙하다. 산청 채울집 생활을 할 때 와인에 한참 맛을 들였었다. 그런데 시골 하나로마트에는 와인 종류가 많지 않아 순전히 와인 한 병 살 생각으로 진주에 나가 이마트에 들렸었고 이왕 나선 길에 진주성도 한 바퀴 돌아보곤 했다. 그때 제법 비싼 와인을 사 마신 기억이 있다. 당시 나는 회사를 갓 그만둔 처지였고 딱히 벌이가 없었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돈을 쓰기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비싼 와인을 덜컥 샀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낯선 시골 생활을 하는 나에 대한 선물이었던 것 같다. 생판 처음 하는 시골 생활에 애써 한 잔 따라 마시는 와인이 맛이 없으면 맘이 더 상할 것 같아 돈을 썼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와인 맛은 괜찮았고 돈이 아깝지 않았던 것 같..
2023.07.14 -
여름엔 모히또
여름엔 모카포트로 진하게 우려낸 커피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즐거움이 있었는데 올 여름엔 즐거움이 하나 더 늘었다. 바로 모히또. 서호주 카리지니 국립공원, 에코리트리트에서 저녁식사를 할 때 막상 음료를 뭘 시켜야 할지 몰라 고른게 모히또다. 모히또라는 걸 그때 처음 마셨는데 너무나 좋았던 기억이 있고 시간이 지나자 서호주 여행의 추억이 담긴 음료가 되었다. 그때 그 모히또가 그리웠다. 그러다가 '내가 직접 만들어 먹으면 되지!' 하는 생각을 했다. 유튜브에서 이런저런 레시피를 보고 나름 공식을 만든 후 재료를 구해서 모히또를 만들어 보았다. 처음에는 비율을 맞추지 못해 그냥저냥 했다. 하지만 시행착오 끝에 이젠 제법 카리지니의 그 순간이 생각날 만큼의 맛을 낼 수 있게 되었다. 부담없이 마시고 싶..
2023.07.08 -
20230531 - 경계경보
1. 이른 아침. 핸펀에 요란한 음이 울려서 잠에서 깼어. 위급 재난 문자! 지진이 난걸까? 서둘러 내용을 봤어 전쟁이 났나??? 때마침 문자를 확인한 안쥔마님이 아주 걱정되는 말투로 이게 뭐냐고 물었어. 난 서둘러 티비를 켰어. 그런데 뉴스에서도 별 말이 없었어. 채널을 넘겨 봤어. 그제야 알게 됐어. 북한이 미사일을 쐈대. 짜증이 몰려왔어. 북한이 미사일을 쏜다고 며칠 전부터 그랬잖아. 그리고 예고대로 쏜 거잖아. 이런 일을 가지고 경계경보를 발령해??? 미친 새끼들! 2. 하루종일 기분이 안 좋았어. 그들이 저지른 짓거리와 그 이후 흘러가는 일들을 보며 분노가 치밀어 올랐어. 지금 내용이 부실한걸 따질때야? 어디로 피신하라는 거냐고 따질때냐고? 문제는 이런 문자를 보냈다는 거 자체야. 이미 예고된 ..
2023.06.01 -
토실이와의 짧은 만남.
아침 산책 중, 똥꼬발랄 넘치는 강아지 한 마리가 내 옆을 쓩~ 지나갔다. 난 그냥 내 갈 길을 계속 갔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강아지가 지나갔는데 주인이 전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뒤로 돌아 강아지 뒤를 밟았다. 주인이 나타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주인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고 나는 공원 운동장에서 결국 녀석을 잡아야 했다. "아가야~"하고 불렀을 뿐인데 내게 달려와서 폭 안겼다. 녀석을 안고 집에 들어가면 안쥔마님이 너무 놀랄 거 같았다. 그래서 바로 가까운 동물 병원으로 향했다. 보드라운 털과 깨끗한 옷, 사람을 무척 잘 따르는 발랄한 성격으로 보아 당연히 인식칩이 있을 거라 생각했고 인식칩만 확인되면 바로 주인에게 인계가 가능할 거라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인식칩이 없었다...
2023.03.31 -
장미의 이름
서가에 꽤 오래 전부터 꽂혀 있던 책. 이 책을 왜 이제서야 봤는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올해는 더 이상 책을 안 읽어도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인간이 모인 집단은 모든 고상한 가치를 똥으로 만드는 힘이 있다. 어마어마한 지식으로 기초를 만들고 그 위에 한껏 난장을 차린 작가는 이러한 인간집단의 취약성을 제대로 까발리고 있다. 위대한 신에 대해서도 그럴진대 하물며 별이야 어떻겠는가! 별을 간판으로 모인 사람들도 찬란한 별빛을 주제 넘게 '헌팅' 해서 제 뱃속에 넣어 구리게 바꾸는 멋진 마술들을 부리고 있지. 아.... 나도 지식을 쌓고 싶다. 이렇게 한 번 놀아볼 수 있다면 소원이 없겠다!
2023.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