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끄저기/끄저기(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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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촛불 집회
2016년 겨울에 나는 월급쟁이였고 그러다보니 별은 악착같이 금요일에 보러 다니고 토요일에는 촛불 집회에 참석했었다. 지금은 매인 곳 없는 프리랜서다. 별은 평일에 보고 토요일에 촛불 집회에 참석하면 된다. 더 널널해졌고 더 여유있어졌다. 놀라운 건 이젠 더 이상 이런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촛불 집회를 또 하는게 아니라 또한번 똑같이 무능한 대통령이 선출된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하지만 상관없다. 나는 내 할일을 하면 그만이다. 집회에는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았고 끊임없이 사람들이 몰리면서 시청에서 남대문까지 차단되는 차선도 점점 늘어만 갔다. 지난 일주일간 뉴스를 보며 분노가 쌓이고 쌓였다. 집회에서 윤석열은 퇴진하라! 를 외쳐부르니 속이 다 시원했다. 한편 가슴 절절한 추도사도 있었다. 특히 세월호..
2022.11.07 -
참사랑 묘역 위령미사.
시간이 참 많이도 흘렀다. 용인 천주교 공원묘지 참사랑 묘역에 안장된 시신기증자들을 위한 위령 미사에 참여했다. 예전에 내가 이 미사에 참여했을 때는 아버지를 추모하기 위해서였다. 그때가 2009년 11월 3일이었다. 만 13년의 세월이 지났다. 그리고 같은 곳에 이제는 장모님을 추모하기 위해 참석했다. 날씨는 쌀쌀했지만 그 덕에 공기가 맑고 상쾌했다. 날라리 신자인 나는 실로 오랜만에 묵주기도를 드렸다. 이렇게 참사랑 묘역에 유가족들이 함께 모여 미사를 드리는 것도 팬데믹으로 인해 3년 만에 재개된 것이라고 한다. 미사를 집전하시는 신부님도 유가족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해부학교실 주임교수도 학생대표도 사람은 모두 변했지만 그 분위기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었다. 이렇게 마음 포근한 자리에 가족으로서 참..
2022.11.07 -
해바라기가 피기까지
초봄에 든든집 베란다 앞에 심은 해바라기가 드디어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이 해바라기가 피기까지 몇 가지 일이 있었다. 서울에 두 개밖에 남지 않은 대단지 구축 시영아파트 중 하나에 우리 든든집이 있다. 돈에 눈이 멀어 용적률을 마구잡이로 높여 놓은 요즘의 아파트와 달리 오래 전에 지어진 이 아파트는 높이도 적당하고 아파트간 거리도 넓을 뿐더러 아파트 주위로 널찍널찍한 화단과 공원이 갖춰져 있다. 그 덕에 우리 든든집은 하루 종일 수풀 냄새가 가득하고 이른 아침에는 새 소리가, 한 낮에는 매미 소리가 요란하다. 최근에는 앞쪽 화단 수풀에 너구리 가족이 자리를 잡고 살기 시작했다. 한 낮의 태양빛이 제법 열기를 뿜어내기 시작하던 지난 4월 초. 이름 모를 풀들이 가득하던 베란다 앞 공터에 작은 틈의 흙을 ..
2022.07.27 -
메소포타미아 문명전 관람.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메소포타미아 유물 전시를 한다길래 부리나케 갔다 왔다. 내가 아는 한 고대 수메르는 별자리를 만들어낸 문명이다. 최초로 문자를 만들어낼만큼 대상을 분절하여 바라볼 줄 알았던 지적인 사람들, 그리고 이 세상을 구성하는 모든 특성을 신으로 인격화하고 거기에 이야기를 덧붙일 줄 알았던 낭만적인 사람들이 바로 고대 수메르인들이었다. 지식과 낭만은 오늘날의 인간사회에도 부족한 자질이다. 하지만 한반도에서 곰과 호랑이가 사람이 되겠다고 쑥과 마늘을 먹던 시절보다도 훨씬 더 오래전부터 수메르는 지식과 낭만이 넘치는 사회였다. 그들은 학교를 만들어 아이들을 교육시킬 줄 알았고, 맥주를 만들어 인생을 즐길 줄 알았다. 그러한 그들이 하늘에 총총 떠 있는 별들을 나누어 형태를 만들고 거기에 이야기를 담아..
2022.07.26 -
인생의 문제.
가만 생각해 보면 인생은 이게 더 좋으냐 저게 더 좋으냐의 비교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내가 겪고 있는 것을 얼마나 충실히 즐기느냐의 문제인 것 같다. 지금 내 주변의 모든 것은 변할 것이고 한 번 변해버린 것은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2022.07.23 -
블로그 이사 (다음 → 티스토리)
다음 블로그 서비스 종료로 티스토리로 이사왔습니다. 블로그 이전 서비스를 제공 받은 건 고마운 일이지만 안타깝게도 댓글이나 방명록, 친구나 외부 사이트 링크 등은 타인의 계정, 개인정보와 연관된 부분이라서 이관이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결국 그 정보들은 여태껏 숱하게 떠나보내야 했던 많은 순간들처럼 지나간 시간의 영역에 남겨놓아야 했습니다. 처음에 블로그를 만들고 꾸밀 때 스킨을 직접 만드는 등 온갖 호들갑을 떨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시간을 겪어내고 보니 그런 건 전혀 중요한 게 아니더군요. 그래서 새로 이사를 오긴 했지만 간단하게 빗자루질과 걸레질을 하듯 틀만 깔끔하게 다듬는 것으로 이사를 마쳤습니다. 카카오스토리를 시작으로 트위터, 구글플러스, 핀터레스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여러 SNS를..
2022.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