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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 맡기신 이 천사의 영혼을 돌려드립니다.
2021년 10월 11일 이른아침. 사랑하는 하늘이가 무지개 다리를 건너 내 곁을 떠나갔습니다. 하늘이는 이첨판 폐쇄 부전증이라는 심장병과 다엽성 뼈종양이라는 악성 종양을 앓고 있었습니다. 최근 들어 몸이 급격히 쇠약해졌습니다. 심장병의 특성상 밤에 잘 때 자세를 이리저리 바꾸어야 했습니다. 다리에 더 이상 힘이 없어 화장실을 갈 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바로 옆에서 하늘이가 뒤척일때마다 자세를 바꿔주었고 배변여부를 확인하여 그때마다 자리의 패드를 바꿔주고 몸을 닦아 불편함이 없도록 각별히 신경썼습니다. 매일 밤을 그렇게 함께 했습니다. 이 날도 새벽까지 하늘이의 자세를 바꿔주고 똥오줌을 치우고 몸을 닦아주었습니다. 그러다가 새벽 4시경 저도 모르게 깊은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아침 6시에 잠시 잠에서 깼..
2021.10.24 -
전문가 - 2021년 9월 24일.
요구사항이 있습니다. 화장실이 너무 좁아서 변기에 비데를 달 수 없어요. 하지만 비데를 달고 싶어요. 비데를 달고 화장실 문을 정상적으로 열고 닫을 수 있는 방법이 없나요? 그리고. 다용도실에 냉장고를 두고 싶어요. 그런데 다용도실은 세탁기를 위해서 설계된 곳이라서 냉장고가 도저히 들어갈 수 없을 거 같아요. 방법이 없을까요? 설령 거기에 냉장고를 둘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럼 세탁기는 어디다 두죠? 생각해 보니 요즘 나오는 싱크대에 세탁기가 빌트인으로 들어가던데 싱크대에 세탁기를 빌트인으로 넣어주실 수 있나요? 단! 그것 때문에 싱크대 전체를 갈아야 한다면 그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것 같아요. 싱크대 전체를 갈아야 한다면 다용도실은 건드리지 않을래요. 방법이 없을까요? 대부분의 인테리어 업체의 대답. ..
2021.09.25 -
와이셔츠 뎐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찢어진 청바지에 맨발 스포츠 샌달을 신고 다니던 황금과 같은 대학생활이 끝나고 회사를 다니기 시작할때 가장 적응하기가 어려웠던 것 중 하나가 복장이었다. 당시 회사 복장 규정이 '비즈니스캐주얼'이었다. 이게 좀 말이 어정쩡하게 느껴졌다. 캐주얼이라 하면 뭔가 대학생 때처럼 입고 다니면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데 앞에 붙은 '비즈니스...'는 먼 개뼉다구 수식어란 말인가? 이런 생각에 혼란해 하는데 선배들이 딱 결정을 내려주었다. 넥타이만 없는 양복! 결국 그런 식으로 옷을 입고 다닌 시간이 회사에 재직한 시간과 맞먹게 되었다. 일요일 저녁이면 한 주 동안 입을 와이셔츠를 다리면서 내가 도대체 왜 이런 불편한 옷을 다리는데 시간을 써야 하나.... 하는 불만을 항상 갖곤 했다. 그런..
2021.09.21 -
아바이 마을은 지구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속초는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동해바다가 넘실대는 곳이다. 하지만 속초도 이제는 많이 변했다. 예전에는 속초 여행을 가면 반드시 아바이 마을을 찾아가곤 했다. 속초 동명항이나 대포항에서 회 한접시에 소주 한잔 하고 허름한 아바이마을 단천식당에서 회냉면으로 해장을 한 후 청초해변 모래톱에 널부러져 바다바람을 맞으며 한숨 자고 오곤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아바이 마을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속초 코앞인데도 찾아가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속초가 청초호를 끼고 안쪽에 형성된 마을인데 피난민들은 그 쪽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청초호와 바다 사이에 만들어진 모래톱에 판자집을 만들어 정착해야 했고 그것이 곧 아바이 마을의 시작이 되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아바이 마을은 난바다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다...
2021.09.21 -
사람은 모두 자기가 떠나온 별이 있다.
사람은 모두 자기가 떠나온 별이 있다. 그러고보면 우리는 모두 어린왕자다. 누군가에게 하늘의 별을 보고 웃게 만들 임무 하나씩은 가지고 온 사람들이다. 문제는 다시 돌아가는 것이다. 내가 어린왕자에게 부러운건, 어린왕자에게는 어린왕자를 고향으로 보내줄 친구가 있었다는 거다. 맹독을 지닌 독사 친구 말이다. 그런 친구를 얻기 위해서는 두려움을 이겨내야 한다. 몸뚱이는 뱀이 무서워서 군화를 신고다니면서 머리로만 이런 생각을 하는 이상한 중년 아저씨로는 영원히 그런 친구를 얻지 못할 것이다. 2018년 3월 27일.
2021.09.21 -
아버지는 사람들 아래 누워 계신다 - 2021년 9월 14일.
오늘은 아버지 산소에 가기로 한 날이다. 어머니와 삼형제가 함께 가기로 했고 내가 흰둥이를 몰고 가기로 했다. 아침에 일어나 하늘이 식전 약을 먹이고, 주차장에 내려가 흰둥이에게 실려 있는 노브랜드 물통 4꾸러미를 꺼내 올렸다. 그리고 다시 내려가 왁스를 꺼내 차를 닦았다. 차를 다 닦아내는데 35분 정도가 걸렸다. 흰둥이가 다시 새하얘졌다. 그사이 안쥔마님께서 하늘이 밥을 먹였다. 하늘이가 밥을 잘 먹었다고 한다. 덥수룩한 수염을 깎고 샤워를 하고 옷을 챙겨 입은 후 하늘이 식후 약을 먹였다. 그리고 집을 나섰다. 어머니 댁에 큰형이 이미 와 있었다. 가족이 함께 한 차에 타기는 또 오랜만이다. 예전에는 이렇게 차를 몰고 갈 때, 큰형과 작은형이 하는 얘기들이 그닥 탐탁치 않게 느껴졌다. 하지만 오늘은..
2021.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