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별자리 이야기/BABYLONIAN STAR LORE

바빌로니아 별자리와 천문전승 - 서문

다락방별지기 2025. 4. 28. 15:47

 






그림 1 : 재구성한 바빌로니아 별자리 배치도

 






그림 2 : 고대 그리스 별자리 배치도 (각 별자리 그림은 아라비아 버전을 참고하였음)

 

바빌로니아는 점성술과 천문학이 싹튼 곳이라는 영예를 안고 있습니다.

기원전 1천 년 기에 이곳에서 점성술이 생겨났고 황도 12궁은 물론 수학적으로 접근한 천문학도 태동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인기 있고 오늘날까지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은 점성술과 관련된 예술작품일 것입니다.

 

바빌로니아 점성술사들은 기원전 13세기부터 이웃 국가와 민족에게 점성술을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황도12궁은 점성술을 총괄한 체계라 할 수 있습니다.

 12개 형상은 하늘에 펼쳐진 불멸의 드라마의 근거이며, 태양과 달, 행성이 연출하는 끊임없는 변화의 의미와 해석으로서의 이야기를 제공해 줍니다.

따라서 황도 12궁은 이후 그리스와 아랍, 인도와 페르시아의 천문 전승에 그대로 녹아들었으며, 인류가 만든 상징체계 중 가장 널리 알려지고 광범위하게 전파된 체계가 되었습니다.

 

지금도 황도 12궁은 천문전승의 한 부분으로 남아 있습니다.

현재까지 남아 있는 자료를 보면 50개 별자리가 바빌로니아 별지도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별자리는 자신만의 상징과 이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별자리야말로 고대로부터 유래한 상징 중 가장 복잡한 상징인 이유가 됩니다.

선사시대를 살아간 이들의 세계관을 이해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별지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고대 별자리 지도는 문명의 여명기를 열어젖힌 고대인들이 어떻게 신을 바라보고 우주를 이해했는지, 어떻게 운명을 받아들였는지 알아낼 수 있는 통찰을 제공해 줍니다.

그 통찰은 우리가 고대 별지도를 재구축할 수 있는 만큼, 그리고 그 상징을 읽어낼 수 있는 만큼 얻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고대 별지도를 재구축할 때, 결코 해결할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문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바로 고대 중동지역 그 어느 곳에서도 별지도나 천구의 비슷한 것이 일체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또한 별이나 행성에 담긴 전조를 기록한 여러 문서에서조차 별자리 형상을 묘사하거나 기록한 정보는 극히 예외적인 한, 두 개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점성술이나 마술에서 별자리가 어떻게 사용되었는지에 대한 그럴듯한 이해 정도를 얻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별자리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그려졌는지에 대해서는 일체 알 수가 없습니다.

 

또한 안타깝게도 별자리 이름 역시 확실한 설명이 되지 못합니다.

어떤 경우 별자리 이름은 해당 별자리의 형태에 대한 어떠한 단서도 제공하지 않을 뿐더러 심지어 그 별자리를 잘못 이해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일례로, 별자리를 구성하는 별의 이름은 '', '머리', '' 등으로 언급되는데 해당 별자리가 사람인지, 동물인지 구별되지 않기 때문에 도움이 안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 모든 것이 의미하는 점은, 오늘날 어느 정도의 신뢰도를 유지하면서 재구축 가능한 별자리 수가 대략 25개 정도 뿐이라는 것입니다.

이 중 반은 이미 잘 알려진 황도 12궁이므로 이것을 빼면 독립적인 별자리로서 그 형상을 알 수 있는 별자리는 더더욱 얼마 되지 않는 셈입니다. 

 

고대 별지도를 재구축하는데 진전을 보기 위해서는 메소포타미아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발견되는 자료를 활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행히 바빌로니아 문화는 오랜기간 주변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특히 천문전승도 그 중 하나죠.

이러한 문화 전파의 결과 바빌로니아 별자리를 직접적으로 품고 있는 놀라울 정도로 많은 정보가 고대 그리스와 로마시대의 이집트, 중세 아라비아의 별지도 및 천문전승에 숨어있습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외부자료에서는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이 자료들이 불확실성이 훨씬 더 많은 바빌로니아 별자리에 대해 값진 단서를 제공해준다 하더라도, 여기에는 외부 문화의 상징적, 예술적 특성이 묻어있다는 점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우리는 단순한 오해부터 완전한 문화적 동화까지 셀 수 없이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하며 규명도 해야 합니다.

그것은 어떤 상징에 대한 요체가 하나의 문화에서 다른 문화로 전이될 때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기도 하죠.

이러한 변화는 그리스의 별자리가 아라비아의 별자리로 전이되는 과정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훨씬 이전 시기인 바빌로니아 천문전승이 주변에 전이될 때도 똑같은 현상이 발생했을 거라 추측할 수 있습니다.

 

전혀 관련이 없는 원천 정보로부터 별지도를 재구축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하더라도 이는 긴 호흡을 가지고 임해야 하는 지루한 작업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각각의 원천 정보를 따로따로 다루기로 결심했습니다.

그 결과 만들어진 별지도가 <그림1>입니다.

추측에만 의지했던 몇 가지 사례를 제외하고 저는 이번 작업이 바빌로니아의 별지도를 재구축하려는 최초의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별자리를 접하는 초보자를 실망시키는 것 중 하나는 별지도에 그려진 별자리 형상이 실제 하늘에서 별 배치가 그리는 형상과는 거의 관계가 없다는 점입니다.

사실 많은 별자리 형상이 이름과 잘 들어맞지 않습니다.

그리스 별자리에서 볼 수 있는 두 곰 이야기(작은곰자리큰곰자리)가 적절한 예가 될 것입니다.

이 별자리 형상을 실제 별 배치와 일치시키기 위해서는 곰이 터무니없이 긴 꼬리를 가지고 있다고 가정해야 합니다.

그 모습은 차라리 여우에 가깝죠. (그림3 참고)

 


그림 3 : 중세 아라비아 별지도에 등장하는 작은곰자리 그림 (출처 : 마쉬 144)

 

이는 별자리가 별을 이어 만든 형상을 그저 하늘에 투영한 결과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단적인 예입니다.

별자리 형상을 만들어낸 동기는 인간 정신세계에서 훨씬 깊은 층위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별지도는 세계에 대한 인류의 이해와 그 속에서 인간이 점유하고 있는 위치를 알 수 있는, 의미로 가득한 환경을 만들고자 한 인류의 욕망이 실현된 체계로 간주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아직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백색 도화지로서의 하늘은 사실은 철저하게 조직화된 공간으로서 결코 지워지지 않을 공간적, 시간적 질서의 분할체계를 새겨놓은 곳입니다.

 

하늘의 시간적 질서는 태양과 달, 행성이 늘어서 있는 황도 상의 별자리에서 가장 명확하게 나타납니다.

고대 메소포타미아 전통 양식을 그대로 담고 있는 별자리들은 태양이 뜨기 전, 동쪽 지평선에서 관측되었습니다.

별들은 매일매일 동일 지역에서 나타났지만, 서서이 변화하는 양상도 보였습니다.

태양이 매일 약 1도의 비율로 별자리와는 달리 움직이기 때문이죠.

매 달마다 황도대의 별자리는 변화를 보였고, 이러한 변화는 매우 단순하지만 실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달력으로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이 달력은 특히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대단히 유용했을 것입니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태양이 만드는 1년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음력을 사용했습니다.

매 년마다 동쪽에서 황도의 별자리가 출현하는 양상은 연간 별뜨기(annual rising)’ 또는 아침의 첫 별뜨기(morning first appearance)’ 등으로 다양하게 불렸습니다.

특정한 별이 자신만의 연간 별뜨기를 하게 되는 시기는 해당 별에 상징적 속성을 부여했습니다.

예를 들어 물병자리에서 물이 흘러넘치는 항아리는 늦은 겨울과 이른 봄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한 것입니다.

이때는 비가 많이 내려 물이 풍부한 시기이고, 강물이 주기적으로 범람하는 시기입니다.

 

유사한 방식으로, 여름의 강렬한 태양은 사자의 강렬한 갈기로 형상화되었습니다.

봄은 외양간에서 양과 송아지가 태어나는 때로서 이 시기는 양자리황소자리로 상징됩니다.

 

황도대 별자리에서 가장 확실하게 나타나는 이러한 시간적 질서와는 대조적으로 공간적 질서는 천구의 북극을 감싸고 있는 별에서 가장 명확하게 나타납니다.

북쪽 별자리는 황도대 별자리와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북극을 감싸고 있는 별자리는 자전축에 너무 가깝게 있다보니 천구의 회전에도 불구하고 밤새 볼 수 있고, 심지어는 1년 내내 끊이지 않고 천구의 북극을 휘감아 도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러한 양상은 그리스인들이 왜 이 지역에 곰을 설정해 놓았는지를 설명해 줍니다.

여기서 강조되는 이미지는 말뚝에 매여 있는 곰입니다.

말뚝에 묶여 지치지 않고 도는 곰은 하늘이 극점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돌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천구의 북극을 감싼 별은 지평선에 가깝지 않아 뜨지도, 지지도 않습니다.

따라서 이들은 시간적 질서 바깥에 존재하는 것으로 간주되었습니다.

이에 걸맞게 천구의 북극 주위에 자리잡은 별자리는 사후세계 또는 영생으로 가는 길과 관련된 사상을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러한 시간적, 공간적 특성이 별을 별자리라는 의미있는 배열로 바라보게 된 틀을 제공해 준다고 믿습니다.

따라서 시간적, 공간적 질서라는 원칙은 이 모든 현상을 되돌아보며 오래전 잊혀진 별자리를 찾는 우리에게 필수불가결한 열쇠가 될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별자리 형태를 현대적인 관점에서 접근했고 계절의 본성을 표현하고자 하는, 인류의 상상에 의해 만들어진 특정한 상징을 담은 배열로 묘사해왔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다시 생각해볼 별자리는 물병자리입니다.

물병자리는 강우량의 증가와 홍수의 상징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는 메소포타미아의 늦겨울과 초봄의 기후를 상징화한 것이죠.

 

그러나 고대 점토판 기록에 따르면 바빌로니아에서는 이 별자리를 다르게 바라봤습니다.

그들이 바라본 물병자리는 애초에 사람이 아닌 신을 상징하는 것이었죠.

그 형상 역시 계절을 나타내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었습니다.

바빌로니아 사람들은 이 별자리를 인류에게 훨씬 효과적이고 직접적이며 실제적인 영향을 끼치는 무언가로 생각했습니다.

 

당시의 물병자리는 그저 우기라는 계절적 상징이 아니라 하늘에서 흘러넘치는 물의 물리적 원천으로 간주되습니다.

물병을 들고 있는 존재는 비를 더 내리게도 하고, 덜 내리게도 하는 등, 하늘의 물을 통제하는 주체로 다뤄졌습니다.

다시말해 고대인들은 별자리를 신 또는 신을 상징하는 무엇으로 간주했던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별자리는 천구의 움직임을 직접적으로 조종하고 영향을 미치는 존재를 상징하는 것이 됩니다. 

 

이러한 추정을 명확히 하면 좀 더 많은 예시를 다룰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리이삭을 들고 있는 것으로 묘사되는 처녀자리는 성공적인 수확기가 될지, 안 좋은 수확기가 될지를 통제하는 것으로 생각되었습니다.

 

닌마흐(Ninmah) 여신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닌마흐는 아이를 키워내는 어머니로 형상화되는 여신입니다.

또한 닌마흐는 혈족집단간의 유대감뿐 아니라 갓 태어난 어린 가축을 수호하는 신이기도 하죠.

 

같은 방식으로, 별자리에는 여러 동물 상징이 존재합니다.

이 상징은 기본적으로 해당 짐승과 연관있는 신을 대표합니다.

 

물고기자리는 물을 신성하게 하는 신, 엔키(Enki)와 연관이 있습니다.

엔키는 홍수를 통제할 뿐 아니라 바다와 강에 물고기가 풍성하게 존재하도록 만드는 신이기도 하죠.

 

든든한 무장을 갖추고 딱딱한 껍질을 두른 전갈은 전쟁의 여신을 상징합니다.

따라서 이 별자리는 전쟁에 참가하는 왕의 운명을 결정짓는 것으로 간주되죠.

 


그림 4 : 중세 아라비아 별지도에 등장하는 물병자리 (출처 : 마쉬 144)

 

별자리에 부여된 경향성으로서의 힘에 해당하는 이 방향성은 '운명'을 가장 잘 설명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세상에 영향을 주는 본질적 권력으로서 별자리를 정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측면에서 운명의 개념은 점성술의 근간이 되며, 너무나 당연하게도 별자리와 세상에서 펼쳐지는 사건 간의 본질적인 연관성을 전제로 합니다.

 

바빌로니아 점성술에서 하늘과 땅 사이에 존재하는 연관성은 대개 천상의 상징이라는 형태로 표현됩니다.

상징은 하늘에 나타나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묘사되며 해석을 통해 지상의 언어로 변화합니다.

점성술적 상징을 담고 있는 EAE(에누마 아누 엘릴)에서 뽑은 몇몇 대조적 예시는 이러한 원칙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왕의 별이 찬란한 빛을 뿜어낸다면 : 아카드의 왕은 완전한 지배권을 행사할 것이다.

왕의 별이 반짝반짝 빛난다면 : 그 해 모든 땅의 왕들은 죽게 될 것이다.

물고기자리가 정시에 떠오른다면 호수의 수면이 높아질 것이다.

물고기자리가 늦게 떠오른다면 비도 오지 않고 호수의 수면도 낮아질 것이다.

 

모든 상징적 사건의 개념과 이에 대한 해석은 점성술과 불길한 상징(Astrology and Ominous Signs)’ 부분에서 상세하게 다룰 것입니다.

 

신화 전통에 따르면 신은 하늘과 땅을 창조할 때 별과 별자리의 운명을 설정하였습니다.

명백하고도 단순한 이 행동은 고대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이라는 측면에 있어 대단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별의 운명을 정함으로써 신은 궁극적으로 전 우주에 적절한 기능을 부여했음을 보증하기 때문입니다.

 

별이 가득한 하늘의 순환은 메마른 여름이 지나면 비 내리는 가을이 온다는 것, 과일과 열매라는 혜택을 준다는 것, 들판은 매년 소출을 만들어내고, 가축이 새끼를 낳아 그 수가 늘어난다는 것을 보증하는 것입니다.

간단히 말해, 풍부한 소출을 만들어내는 자연은 바로 우리 앞에 실재하는 것이며 별이 주관한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림 5 : 별은 가축의 번성을 보증합니다.

 

자연으로부터 얻은 모든 것은 별의 리듬에 의해 통제됩니다.

인간의 삶 역시 동일한 포괄적 원칙에 따르는 것이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인간과 별자리의 연관관계에 대해 말할 때, 대부분의 사람은 오늘날의 점성술에서 가장 인기있는 유형인, 탄생 시점에 하늘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에 따라 각 개인의 성격을 예측하고자 하는 출생과 연관된 점성술을 생각합니다.

 

출생점성술은 바빌로니아에서 시작된 것이 확실합니다.

다만 시기는 기원전 5세기를 넘어가지 않습니다.

기원전 5세기에 이르러서야 황도 12궁이 기록으로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살펴보고 있는 별점(celestial divination)과 달리 출생점성술은 천문관측과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출생점성술은 사람이 태어날 때 태양과 달, 행성의 위치를 계산하기 위하여 수학적으로 구성된 표를 이용합니다.

 

출생점성술의 기본 데이터는 기원전 7세기 또는 8세기 경 구축되었습니다.

따라서 그 이전의 점성술을 담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했습니다.

출생점성술이 탄생하기 이전에는 별이 만들어내는 사건으로부터 아이의 성격을 예측하는 방법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이러한 유형의 점성술은 기본적으로 아이가 몇 월에 탄생한다면 어떠어떠한 성격을 갖는다는 식으로 구성됩니다.

 

오늘날 전하는 이론적 모델을 상세하게 설명하는 문서는 바빌로니아 별자리 상징체계로부터 파생된 것이 확실합니다.

심지어 관련 문서가 바빌론 중심부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다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별자리에 대해 가장 기초가 되는 지식이라 하더라도 이러한 모델의 영향을 받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기 때문에 앞선 시대로부터 전달된 점성술적 요소가 통합되었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앞에서 인류의 삶이 기본적으로 별과 연결되어 있다는 신비주의적 사상을 언급하긴 했지만 바빌로니아 전통에서 발견되는 바와 같이 인류가 별자리와 맺고 있는 관계의 범위는 결코 줄어들지 않습니다.

사실 인류의 본성과 관련된 가장 주목할만한 교리(doctrine)은 기록으로 전파된 것이 아니라 별자리 형상에 아로새겨져 있습니다.

인류와 연관이 있는 이 교리는 자연스럽게 자연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쳤고, 궁극적으로 모든 개개인의 운명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 교리의 주요 요소는 수 세기 뒤 로마 철학자 마크로비우스(Macrobius)에게까지 영향을 미쳤습니다.

마크로비우스는 그의 저작, <스키피오의 꿈 해설(Commentary on the Dream of Scipio)>에서 천상의 두 개 문 전승을 분석하였습니다.

두 개 문 중 하나는 신의 문이라 불리며 동지점(Winter Solstice)에 위치합니다.

이 문은 지구로부터 올라온 죽은 영혼이 내세로 가는 경로입니다.

이 문이 신의 문(Gate of the Gods)’이라 불리는 이유는 지상에서 육체를 벗어버린 영혼이 천상으로 돌아오는 문이기 때문입니다.

 

마크로비우스는 이를 다음과 같이 표현하였습니다.

 

죽은 이의 영혼은 신이 각자에게 합법적으로 부여한 불멸의 거처로 돌아온다.

 

하지점(Summer Solstice)에 자리잡은 또다른 문은 인간의 문(Gate of Men)’으로 불립니다.

이 문은 영혼이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나기 위해 지구로 내려오는 문입니다.

 

마크로비우스는 이러한 도식에 중요한 세부내용을 더했습니다.

인간의 영혼이 머무는 거처가 미리내에 있다고 기록한 것입니다.

미리내는 지구를 내려다보고 있는 별의 왕국입니다.

영혼은 물질세계로 내려와 인간으로 탄생하며 죽은 후에는 찬란하게 빛나는 세계로 돌아갑니다.

 

피타고라스에서 플라톤에 이르는 많은 그리스의 철학자들은 영혼의 불멸성을 옹호했을 뿐만 아니라 그 기원은 하늘에 영원히 평온한 상태로 있다고 믿었습니다.

 

비록 그리스의 철학자들은 그리스 원전에 대해서만 말하지만 그들의 사상을 바빌로니아 전통과 비교해 보면 그들의 철학이 고대 메소포타미아 사상을 광범위하게 참고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계는 마크로비우스의 천상의 문 사상과 바빌로니아의 별지도를 비교하면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동지 즈음에 떠오르는 별자리 사이에는 지옥으로 내려가는 죽은 이의 영혼을 묘사한 부분을 볼 수 있습니다.

 

바빌로니아 전통은 지상과 지하세계를 연결한 또 다른 경로도 가르쳐줍니다.

그 중 하나는 늦여름, 위대한 조상의 축제를 위해 살아 있는 이들의 왕국으로 여행을 떠나는 영혼이 사용하는 길입니다.

똑같은 길이 새로 태어날 아이의 영혼에 의해서도 사용됩니다.

이 영혼들은 새로운 삶을 얻기 위해 선조의 왕국으로부터 이 땅의 사람들에게 가는 경로로 이 길을 사용했습니다.

사실, 이 두 개의 현상, , 죽은 이의 영혼과 새로 탄생하려는 아이의 영혼이 여행한다는 것은 문장이 다르게 기록된다는 것만 제외하면 동일한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 불멸의 영혼이 현세를 통해 끝없는 여정을 계속하는 것입니다.

 

이 교리는 그리스 철학자들이 상세하게 설명한 바와 같이 인간은 불멸의 영혼을 지닌 존재이자 별의 자손이며 하늘에 영원한 집을 거느리고 있는 신과 하등 다를 게 없는 존재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와 반대로, 우리가 감각으로 경험하는 물질세계는 그저 환상에 지나지 않습니다.

심지어 이 세상이야말로 진정한 지하세계로 간주되기도 합니다.

불멸불변의 존재인 영혼이 죽음과 쇠퇴를 맛보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들은 청명한 하늘을 바라보며 신이 살고 있는 거룩한 궁전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별이 찬란히 빛나는 밤하늘에서 우주의 운명을 점지어가는 거대한 수레바퀴를 읽었습니다.

 

오늘날 우리도 여전히 하늘을 바라봅니다.

그사이 우리가 사용하는 방법론과 용어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하지만 하늘을 바라보면서 얻고자 하는 것은 동일합니다.

그것은 '삶이 무엇인지, 우주는 어떻게 생겨났는지'에 대한 진정한 답입니다.

그런 점에서 밤하늘은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우리 영혼을 비추는 거울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여전히 모르는 것이 많지만 이 하늘은 이 세상과 우리가 서 있는 위치에 대한 심오한 통찰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번역자 주석

1. 이 글은 천문작가 Gavin White의 책으로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별자리와 천문전승을 담은 에세이집 Babylonian Star Lore (ISBN-13 : 978-0955903748)를 번역한 것입니다. 

2. 본 글은 저자의 허락을 받아 포스팅한 글입니다. 

    원문과 번역문 모두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 복제 및 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