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별자리 이야기/STAR TALES

STAR TALES 4장 - 사라진 별자리 23. 프리드리히의 영광자리(Honores Friderici)

다락방별지기 2025. 3. 17. 11:31

이 별자리는 1787년 요한 보데(Johann Elert Bode, 1747~1826)가 프러시아의 위대한 왕 프리드리히를 기리기 위해 만든 별자리입니다. 
프리드리히는 이 별자리가 소개되기 1년 전에 사망했죠. 

이 별자리의 발표문은 보데 자신의 책인 1787년 판 <천문학 연감(Astronomisches Jahrbuch)>에 실렸으며 별목록 및 별자리에 대한 설명은 1792년 베를린에서 발간된 <과학과 문학 왕립학회지(Mémoires de l’Académie Royale des Sciences et Belles Lettres)>에 실렸습니다. 

보데는 원래 이 별자리를 독일어 이름인 '프리드리히의 명예(Friedrichs Ehre)'로 불렀습니다. 
독일어 'Ehre'는 '영광', '명예'로 해석할 수 있는 단어입니다. 

하지만 1801년 펴낸 우라노그라피아(Uranographia)에서는 '호노레스 프리데리치(Honores Friderici)'라는 라틴어로 표기하였습니다. 
그래서 다른 별지도에도 '프리드리히의 영광(Gloria Frederici)'이나 '프리드리히의 명예(Frederici Honores)'등의 이름이 쓰였습니다. 

 


그림 1
요한 보데, 우라노그라피아(Uranographia, 1801) 4장에 등장하는 프리드리히의 영광자리.
바로 옆으로 도마뱀자리가 보입니다. 
이 별자리는 월계수를 묶은 줄이 감긴 의장용 칼과 깃펜에 영웅이자 현자, 평화의 사도로 추앙받는 프리드리히를 상징하는 왕관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이 별자리는 안드로메다의 오른손 끝과 도마뱀자리(LACERTA) 사이에 끼어 있었습니다. 
이 별자리가 차지하고 있던 영역의 대부분은 오늘날 기준으로는 안드로메다자리(ANDROMEDA)입니다. 

보데는 북으로는 카시오페이아자리(CASSIOPEIA) 및 케페우스자리(CEPHEUS)의 별 몇 개와 남쪽으로는 페가수스자리(PEGASUS) 별 몇 개를 가져와 프리드리히의 영광자리를 구성했습니다. 
이 별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은 오늘날의 안드로메다자리 오미크론(ο)별과 람다(λ)별 및 카파(κ)별로서 모두 4등급 별입니다. 

왕홀자리(Sceptrum), 왕권의 상징과 정의의 손

보데가 '프리드리히의 영광'자리를 만들때보다 1세기 전, 프랑스의 건축가이자 천문학자였던 오귀스탱 롸예(Augustin Royer)는 동일한 지역에 자신의 애국심을 담아낸 별자리로서 '왕홀자리(Sceptrum)'를 만들었었습니다. 
이 별자리는 태양왕 루이 14세에게 헌정된 별자리로서 프랑스 왕가의 왕홀과 루이 14세를 기리는 '정의의 손'을 상징하는 별자리였었습니다. 

왕홀자리는  1679년 발행된 롸예의 별지도 <4개 표로 축소한 천문도(Cartes du Ciel reduites en quatre tables)>를 통해 소개되었습니다.  
부록 별목록에는 이 별자리에 속하는 별로 4등급에서 6등급 사이의 별 17개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롸예는 별목록 서문에서 이 별자리를 언급할 때 라틴어로는 'Sceptrum Regium & Justitiae Manus', 프랑스어로 'Sceptre Royal & de la main de Justice'로 기록했습니다. 
이는 모두 '왕홀과 정의의 손'이라는 동일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목록 본문과 별지도에서는 이름을 짧게 줄여 왕홀을 의미하는 'Sceptrum'만 기록했습니다. 

롸예는 이 별자리에 대해 다음과 같은 메모를 남겼습니다. 

 

이 별자리는 
 우리 위대한 군주께서 기거하시는 궁전의 천정과 
 그 나라의 첫 번째 도시를 통과하리라!
 

 




그림 2
1679년 발행된 오귀스탱 롸예(Augustin Royer)의 별지도에 그려진 왕홀자리.
이 별자리는 프랑스 왕가의 왕홀과 정의의 손을 상징하는 별자리였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국수주의적 의도를 담은 별자리가 계속 살아남을 수는 없었습니다. 
이 별자리는 곧 헤벨리우스(Johannes Hevelius, 1611~1687)에 의해 도마뱀자리로 교체되었습니다. 

그저 우연이겠지만, 대중 문학에서 이 별자리를 이르는 라틴어 이름으로 '정의의 왕홀과 손(Sceptrum et Manus Iustitiae)'이라는 문구가 등장합니다. 
이 문구는 1988년 줄리어스 스탈(Julius Staal)이 쓴 <새로운 별자리 패턴(New Patterns in the Sky)>이라는 책에 처음 등장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정의의 왕홀과 손'이라는 별자리 이름은 롸예 자신은 물론 스탈 이전에 그 누구도 사용한 바 없는 이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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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자 주석 
1. 공식 88개 별자리에 해당하는 별자리는 라틴어 철자를 대문자로 표기하였으며 그렇지 않은 경우는 대소문자 혼용으로 표기하였습니다. 
2. STAR TALES는 영국의 천문작가 이안 리드패스(Ian Ridpath)의 별자리 개론서입니다. 
3. 원문은 이안 리드패스가 운영하는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4. 본 글은 저자의 허락을 받아 포스팅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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