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 TALES 3장 - 88개 별자리 33. 백조자리(CYGNUS)

2024. 11. 24. 13:512. 별자리 이야기/STAR TALES

소유격 표기 : Cygni
약어 표기 : Cyg
별자리 크기 순위 : 16번째.
기원 : 프톨레마이오스가 알마게스트에 기록한 48개 별자리 중 하나 
그리스어 표기 : Ὄρνις(오르니스)
표준국어대사전 등재명 : 백조자리, 백조좌

백조자리는 그 유명한 남십자자리(CRUX)보다 훨씬 더 크고 분명한 십자 형태를 보여주는 별자리입니다. 

그래서 북십자성(the Northern Cross)이라고도 불립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이 형태를 기다란 목과 뭉툭한 꼬리에 양 날개를 활짝 펼친 고니로 봤습니다. 

이 고니는 미리내를 따라 날고 있습니다. 
아라토스(Aratus, 315~243BC)가 '백조자리에 안개가 자욱하게 낀 듯하다'고 묘사한 부분은 의심의 여지없이 백조자리를 가로지르는 미리내를 언급한 것입니다. 

고대의 시인들은 백조자리가 고니로 변장한 제우스를 상징한다고 보았습니다. 
제우스가 고니로 변장하여 무수히 많은 연인 중 하나를 향해 날아가는 중이라고 보았죠. 
하지만 이 이야기의 정확한 출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백조자리 이야기는 에라토스테네스(Eratosthenes, 276~194BC) 시대인 기원전 3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어느날 제우스는 아테네 북동쪽 람누스에 사는 네메시스(Nemesis)라는 님프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네메시스는 제우스로부터 빠져나가기 위해 여러 형태의 동물로 변신하며 강으로 뛰어들기도 하고 숲으로 도망치기도 했습니다. 
네메시스의 마지막 변신은 거위였습니다. 
이에 질세라 제우스 역시 여러 형태의 동물로 변신했습니다. 
매번마다 네메시스보다 더 크고 빠른 짐승으로 변했죠. 
마지막으로 고니로 변한 제우스는 기어코 네메시스를 따라잡았습니다. 

히기누스(Hyginus) 역시 유사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다만 히기누스는 네메시스의 변신 이야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히기누스에 의하면 제우스는 고니로 변신하여 독수리에게 쫓기는 척 했다고 합니다. 
그런 고니를 네메시스가 숨겨주죠.  
네메시스는 고니를 무릎에 숨기고 잠들었는데 이게 곧 그녀의 실수가 되고 말았습니다. 

두 개 이야기 모두 네메시스가 알을 낳는 것으로 귀결됩니다. 
이 알은 스파르타의 여왕 레다에게 바쳐졌습니다.  
어떤 이야기에서는 헤르메스가 레다에게 전해 준 것으로 나오고 어떤 이야기에서는 알을 발견한 목동이 레다에게 바치는 것으로 나옵니다. 
이 알에서 후에 트로이 전쟁의 불씨가 된 헬렌이 태어났습니다. 

레다와 고니

좀더 단순한 신화로 제우스가 자신의 유혹에 넘어오지 않는 레다를 유혹하기 위해 에우로타스 강가에서 고니로 변신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염두에 두고 게르마니쿠스 카이사르(Germanicus Caesar, BC 15년~AD 19년)는 고니를 '날개를 가진 간통꾼'으로 불렀습니다. 

레다는 스파르타의 왕 틴다레오스의 아내입니다. 

레다가 한 밤에 제우스와 남편 모두와 동침을 했다는 이야기는 다소 복잡한 결말로 이어집니다. 

그 결과 레다는 알을 낳았고, 이 알에서 카스토르(Castor)와 폴리데우케스(Polydeuces), 그리고 헬렌이 한꺼번에 탄생했습니다. 

또 다른 이야기에서는 레다가 두 개의 알을 낳았다고 합니다. 
한 개의 알에서는 카스토르와 폴리데우케스가 탄생했고 또 다른 알에서는 헬렌과 클리타임네스트라(Clytemnestra)가 탄생하였습니다. 

여기서 이야기를 복잡하게 만드는 요소가 등장합니다. 
폴리데우케스와 헬렌은 제우스의 아이이고 카스토르와 클리타임네스트라는 틴다레오스의 아이라는 것입니다. 

카스토르와 폴리데우케스는 쌍둥이자리(GEMINI)의 인물로 전해집니다.  
폴리데우케스는 폴룩스(Pollux)라는 라틴어식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아라토스는 백조자리를 간단하게 Ὄρνις(오르니스), 즉 '새'라고 불렀습니다. 
이 별자리를 오늘날의 의미와 동일한 '고니'라 부른 사람은 아라토스로부터 반 세기 후 인물인 에라토스테네스입니다. 
에라토스테네스가 사용한 Κύκνος(퀴크노스)를 라틴어로 바꾸면 바로 이 별자리의 명칭인 Cygnus가 됩니다. 
하지만 350년 후 프톨레마이오스는 에라토스테네스를 따르지 않고, 아라토스처럼 이 별자리를 그냥 보통명사인 '새'로 언급했습니다. 


그림 1
프톨레마이오스의 묘사를 충실히 따르고 있는 마쉬 144(Marsh 144, 10C추정)에 그려진 백조자리

 

 

데네브와 알비레오, 독특한 변광성

백조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 데네브(Deneb)는 고니의 꼬리를 장식합니다.
이 이름은 아라비아어로 '꼬리'를 의미하는 '다나브(dhanab)'로부터 온 이름입니다. 

보데(Johann Elert Bode, 1747~1826)는 우라노그라피아에서 이 별 이름으로 '데네브 에데기게(Deneb Edegige)'라는 이름을 사용했습니다. 
이 이름은 '암탉의 꼬리'를 의미하는 아라비아어 '다나브 알 다자자(dhanab al-dajāja)'의 영향을 받은 것입니다. 

 


그림 2
요한 엘레르트 보데, 우라노그라피아(Uranographia, 1801)의 백조자리

 

데네브는 확연히 눈에 띠는 별이지만 고대 그리스에서 이 별에 붙인 이름은 없습니다. 
데네브까지의 거리는 약 1,400 광년입니다. 
1등별 중 가장 먼 거리이고, 이렇게 먼 거리임에도 밝게 빛나는 초거성입니다. 

데네브는 거문고자리(LYRA) 베가, 독수리자리(AQUILA) 알타이르와 함께 여름의 삼각형에서 한 모서리를 차지하는 별입니다. 

알비레오(Albireo)는 고니의 부리를 장식하는 별니다. 
작은 망원경으로 관측하면 마치 천상의 신호등처럼, 초록색과 호박색의 아름다운 색대비를 보여주는 이중별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독일의 역사학자 파울 쿠니츠쉬(Paul Kunitzsch)는 알비레오라는 이름이 가지는 복잡한 역사를 추적하였습니다. 
이 역사는 우선 그리스어로 새를 의미하는 Ὄρνις(오르니스)가 아라비아어로 번역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이후 중세시대에 아라비아어를 라틴어로 다시 번역할 때 잘못 번역되어 '아브 이레오(ab ireo)'가 됩니다. 
이 이름은 특정한 약초 이름에서 온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이 단어는 아라비아어 이름을 잘못 번역한 것이고 후에 이 이름은 '알비레오'로 다시 변경되었습니다.  
따라서 알비레오라는 이름이 마치 아라비아어처럼 보이지만 이 단어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이름입니다. 

역자 주석 : 알비레오가 아주 친근하고 유명한 별이어서 이 별의 명칭 기원을 처음 분석한 파울 크니츠쉬의 분석 내용을 아래와 같이 추가합니다.


'새'를 의미하는 그리스어 Ὄρνις(오르니스) 가 아라비아로 건너가 '우르니스(urnis)'로 음역되었습니다. 
중세 시대, 아라비아어 알마게스트를 라틴어로 번역하던 번역가는 이 이름의 기원인 그리스어를 알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그가 참조한 아라비아어 자료가 오역된 것인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우르니스'를 라틴어로 음역하다보니 에우리짐(eurisim), 에이리순(eirisun), 에이리짐(eirisim)등 다양한 표기가 나타났습니다. 

중세시대 별자리에 대한 라틴어 부록서에 보면 어떤 주석가가 백조자리에 세운 대담한 가설을 볼 수 있습니다. 
그는 에우리짐(eurisim), 에이리순(eirisun), 에이리짐(eirisim) 등의 라틴어 단어가 향기를 풍기는 잡풀 중 하나이 이레우스(ireus)로부터 온 것이라고 봤습니다. 

이 문장의 한 부분은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eirisim... ab ireo

이 문장은 "별자리의 이름으로서 에이리짐은 이레우스(ireus)로부터 온 것이다."라는 뜻입니다. 
라틴어에서 이레우스(ireus)는 탈격으로는 이레오(ireo)로 표현하기 때문에 문장에는 ireo가 쓰인 것입니다. 

라틴어 알마게스트의 한 필사본에는 이 문장의 마지막 단어, 즉 'ab ireo'가 다음 줄로 넘어가 기록되었는데 그 줄은 하필이면 별목록이 시작되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알마게스트에서 백조자리의 별목록에 소개된 첫 번째 별이름이  'ab ireo'라는 혼동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여기에더해 이 단어가 아라비아에서 온 단어로 착각하여 아라비아어 정관사를 완성시키기 위해 소문자 엘(l)이 추가되면서 이 별의 이름이 '알비레오(albireo)'가 된 것입니다. 

 

고니의 날개를 이루고 있는 네 개 별, 즉, 백조자리 제타(ζ), 엡실론(ε), 감마(γ), 델타(δ)별은 아라비아 천문학자들에게는 '알 파와리스(al-Fawāris)'로 알려져 있는 자리별입니다.  
알 파와리스는 말을 타고 있는 '기사', 또는 '기수'를 의미합니다. 
이따금 이 자리별에 백조자리 카파(κ)별이 포함되기도 합니다. 
이 아라비아 자리별을 기념하기 위해 3등급의 백조자리 델타별에는 '파와리스(Fawaris)'라는 이름이 명명되었습니다. 

요한 바이어 (Johann Bayer, 1572~1625)는 고니의 목에 있는 3등급 별에 'P' 표기를 붙였습니다. 
(역자주 : 요한 바이어는 특별한 대상으로 생각되는 별에는 로마자 대문자를 붙였습니다.)


그림 3
요한 바이어의 우라노메트리아(Uranometria, 1603)에 그려진 백조자리
가슴과 목이 이어지는 부분에 'P'별이 보입니다. 

 

이 별은 프톨레마이오스나 티코 브라헤(Tycho Brahe, 1546~1601) 모두가 알지 못하는 별이었습니다. 
이 별이 처음 발견된 것은 1,600년으로 네덜란드의 지도제작자이자 천문학자인 빌럼 얀손 블라우(Willem Janszoon Blaeu, 1571~1638)에 의해 처음 발견되었습니다. 

처음 백조자리 P별이 발견되었을 때는 '새별(nova)'로 분류되었지만, 이 별은 사실 역사상 두 번째로 발견된 변광성입니다.
참고로 첫 번째 발견된 변광성은 고래자리(CETUS)의 미라(Mira)입니다. 
백조자리 P별은 보기 드문 유형인 '밝은청색변광성(Luminous Blue Variable, LBV)'입니다. 
바이어 시대 이후 이 별은 3등급과 6등급 사이에서 변광을 계속하고 있으며 현재 밝기는 4.8등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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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자 주석 
1. 한글별자리 이름은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별자리 이름을 사용하였습니다. 
2. 별 이름은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별 이름을 우선 사용하였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되어 있지 않은 경우 <a Dictionary of Modern Star Names>(ISBN-13 : 978-1-931559-44-7, ISBN-10 : 1-931559-44-9)에 제시된 고전 발음에 입각한 별 이름을 사용하였습니다. 
3. STAR TALES는 영국의 천문작가 이안 리드패스(Ian Ridpath)의 별자리 개론서입니다. 
4. 원문은 이안 리드패스가 운영하는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5. 본 글은 저자의 허락을 받아 포스팅한 글입니다. 
    원문과 번역문 모두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 복제 및 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