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2. 4. 13:42ㆍ2. 별자리 이야기/STAR TALES
소유격 표기 : Pegasi
약어 표기 : Peg
별자리 크기 순위 : 7번째
기원 : 프톨레마이오스가 알마게스트에 기록한 48개 별자리 중 하나.
그리스어 표기 : Ἵππος (히포스)
표준국어대사전 등재명 : 페가수스자리
![]() |
그림 1 요한 바이어의 우라노메트리아(Uranometria, 1603)에 그려진 페가수스자리 |
페가수스는 날개가 달린 말입니다.
페가수스가 등장하는 가장 잘 알려진 이야기는 그리스 영웅 벨레로폰(Bellerophon)이야기입니다.
페가수스의 탄생은 매우 독특합니다.
우선 페가수스의 어머니는 메두사입니다.
메두사는 젊었을 때, 아름다움으로 세상에 명성을 떨친 여인이었습니다.
특히 풍성하게 흘러내리는 머리결은 그녀가 가진 아름다움의 절정이었습니다.
많은 구혼자들이 줄을 이었지만 그녀의 순결을 앗아간 이는 바다의 신이자 말의 신, 포세이돈이었습니다.
이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한 곳은 아테네 여신의 신전이었습니다.
신전이 불결해진데 분노한 아테네 여신은 메두사의 머리칼 하나하나를 뱀으로 바꾸어버리고 그녀를 바라보는 사람은 누구든 돌로 변해 버리는 저주를 내렸습니다.
후에 페르세우스가 메두사의 목을 베었을 때, 메두사의 몸에서 페가수스와 전사 크리사오르(Chrysaor)가 튀어나왔다고 합니다.
페가수스라는 이름은 그리스어로 '샘'을 의미하는 Πηγαί(페가이)에서 나왔습니다.
크리사오르라는 이름은 '황금칼'을 의미합니다.
크리사오르는 태어날때부터 황금칼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하죠.
하지만 페가수스 이야기에서 크리사오르는 더 이상 등장하지 않습니다.
다만 후에 크리사오르는 헤르쿨레스에 의해 퇴치된 세 개의 몸을 가진 괴물 게리온의 아버지가 되었다고 합니다.
페가수스는 어머니인 메두사의 몸에서 날개를 펼치고 날아오르며 태어나 뮤즈가 머무는 보이오티아(Boeotia)의 헬리콘 산까지 날아갔습니다.
그곳에서 페가수스는 발굽으로 땅을 쳐 바위에서 샘물이 솟아오르게 만들었습니다.
이 샘의 이름은 '말의 샘'이라는 뜻을 가진 히포크레네(Hippocrene)입니다.
페가수스는 샘물을 만들어 뮤즈들을 기쁘게 만들었습니다.
아테네 여신은 나중에 친히 이 샘물을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아라토스(Aratus, 315~243BC)로부터 프톨레마이오스(Claudius Ptolemaeos, 100~178AD)에 이르는 고대 그리스에서 이 별자리의 이름은 보통명사로 '말'을 의미하는 Ἵππος(히포스)였습니다.
이 말은 대개 페가수스로 이해되긴 합니다만 이 별자리가 '페가수스'라는 특정한 이름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프톨레마이오스 시대 이후부터였습니다.
아라비아의 천문학자들에게 이 별자리는 '큰 말'을 의미하는 al-Faras al-A’ẓam(알 파라스 알 아짬)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이 이름은 조랑말자리(EQUULEUS)와 구분을 위해 붙여진 이름입니다.
아라비아에서 조랑말자리는 '말의 일부분'을 의미하는 Qiṭ’at al-Faras(끼땃 알 파라스)라고 불렸습니다.
![]() |
그림 2 요하네스 헤벨리우스(Johannes Hevelius), 소비에스키의 창공( Firmamentum Sobiescianum , 1690)의 페가수스자리 |
페가수스와 벨레로폰
페가수스를 페르세우스가 타고다닌 말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페가수스는 글라우코스의 아들 벨레로폰(Bellerophon)이 타고 다닌 말입니다.
리키아(Lycia)의 왕 이오바테스(Iobates)는 벨레로폰에게 카마이라(Chimaera)를 죽일 임무를 맞겼습니다.
키마이라는 입으로 불을 내뿜으며 리키아 왕국을 황폐하게 만들고 있는 괴물이었죠.
헤시오도스(Hesiod)에 따르면 키마이라는 티폰과 에키드나 사이에서 태어난 세 개의 머리가 달린 괴물입니다.
머리 하나는 사자를 닮았고 다른 하나는 염소를 닮았으며 나머지 하나는 용을 닮았다고 합니다.
호메로스(Homer)는 일리아드(Iliad)에서 카마이라가 사자의 상체에 염소 몸통, 뱀 꼬리를 가지고 있다고 썼습니다.
이후 시인들은 호메로스의 표현을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벨레로폰은 코린트에 있는 페이레네 샘에서 물을 마시는 페가수스를 만났습니다.
그는 아테네 여신으로부터 선물받은 황금굴레를 씌워 페가수스를 길들였습니다.
페가수스를 타고 하늘로 솟아오른 벨레로폰은 화살과 창을 이용하여 키마이라를 처치하였습니다.
이오바테스 왕이 부과한 다른 과제도 모두 수행한 벨레로폰은 자만에 부풀어 올라 페가수스를 타고 올림포스 신전에 오를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올림포스에 다다르기 전에 추락하고 말죠.
비록 벨레로폰은 떨어져 죽고 말았지만 페가수스는 끝까지 날아올라 제우스에게 도달했습니다.
헤시오도스에 따르면 페가수스는 올림포스에서 당분간 제우스의 천둥과 번개를 날랐고 제우스의 의해 하늘에 별자리로 새겨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에라토스테네스(Eratosthenes, 276~194BC)는 이 이야기에 의문을 제기하였습니다.
하늘에 새겨진 말에 날개가 없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에라토스테네스의 의문은 아라토스가 페가수스로 정의한 이 천상의 말을 이야기할 때 날개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인 듯 보입니다.
하지만 프톨레마이오스는 알마게스트에서 페가수스의 날개를 명확하게 묘사하였습니다.
따라서 하늘의 말에 날개가 없다는 에라토스테네스의 단정은 실수일 가능성이 큽니다.
![]() |
그림 3 프톨레마이오스의 묘사를 충실히 따르고 있는 마쉬 144(Marsh 144, 10C추정)에 그려진 페가수스자리 |
게르마니쿠스 카이사르(Germanicus Caesar, BC 15~AD 19)는 이 별자리가 페가수스라는 사실을 전혀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가장 높은 하늘의 광장 아래 날개를 펼치고 자신의 별밭에서 환호하고 있다.'라는 기록을 남겼습니다.
한편 기원전 5세기의 극작가 에우리피데스(Euripides)는 이 별자리가 케이론의 딸인 멜라니페(Melanippe)라고 주장했습니다.
에라토스테네스는 에우리피데스의 주장을 그대로 따랐습니다.
페가수스자리대사각형과 여러 별들.
하늘에 새겨진 페가수스는 상반신 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별자리는 일곱 번째로 큰 별자리입니다.
유명한 '페가수스자리대사각형(the Square of Pegasus)'이 페가수스의 몸통을 상징합니다.
네 개 별이 각각 이 사각형의 모서리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그 중 별 한 개는 고대 그리스에서 안드로메다자리(ANDROMEDA)의 별로도 간주되어 페가수스의 배꼽이자 안드로메다의 머리 끝으로 묘사되었습니다.
17세기, 요한 바이어(Johann Bayer, 1572~1625)가 각 별에 그리스어 알파벳을 할당할 때, 이 별을 안드로메다자리 알파(α)별이자 페가수스자리 델타(δ)별로 이중등록하였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이 별은 오로지 안드로메다자리 알파별로만 다뤄집니다.
따라서 엄밀하게말해 페가수스자리대사각형은 오직 세 개 모서리만 가지고 있는 셈입니다.
![]() |
그림 4 존 플램스티드(John Flamsteed), 아틀라스 꾈레스티스(Atlas Coelestis, 1729)의 페가수스자리 |
나머지 세 개 별들 중 하나인 페가수스자리 알파별의 이름은 마르카브(Markab)입니다.
프톨레마이오스가 날개가 돋아난 말의 어깨에 위치시킨 이 별의 이름은 아라비아어로 '어깨'를 의미하는 mankib(만키브)에서 유래하였습니다.
프톨레마이오스에 따르면 페가수스자리 베타(β)별은 말의 다리와 몸통이 연결된 오른쪽 어깨에 놓여져 있습니다.
그러나 이 별의 이름은 쉬애트(Scheat)로서 이 이름은 아라비아어로 '정강이'를 의미하는 sāq(사크)에서 왔습니다.
독일의 별 이름 천문가인 파울 쿠니츠쉬(Paul Kunitzsch)에 따르면 이 이름은 물병자리(AQUARIUS) 델타별 이름이 잘못 전달된 것으로서 이러한 혼동의 결과가 15세기 별목록에 그대로 남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참고로 물병자리 델타별의 이름은 스케이트(Skat)로서 이 이름 역시 아라비아어 sāq (사크)에서 온 것입니다.
페가수스자리 감마(γ)별은 말의 엉덩이와 겹쳐진 날개 끝에 위치합니다.
이 별의 이름은 알게니브(Algenib)입니다.
이 이름은 아라비아어로 '측면' 또는 '옆구리'를 의미하는 al-janb(알 잔브)에서 유래하였습니다.
근소한 차이이기는 하지만 페가수스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은 2.4등급의 페가수스자리 엡실론(ε)별로서, 이 별은 페가수스의 재갈을 장식하는 별입니다.
이 별의 이름은 에니프(Enif)입니다.
이 이름은 아라비아어로 '코'를 의미하는 anf(안프)에서 유래하였습니다.
게르마니쿠스 카이사르는 이 별의 위치를 '말이 재갈을 씹어 거품이 피어오르는 곳.'이라고 묘사하였습니다.
아라비아 천문 전승의 전문가인 애리조나 주립대학 다니엘 애덤스(Danielle Adams)에 따르면 아라비아 천문학자들은 페가수스자리대사각형을 '알 달루(al-dalw)'라는 가죽주머니로 보았으며 안드로메다자리는 이 가죽주머니에 달린 끈으로 보았다고 합니다.
![]() |
그림 5 요한 엘레르트 보데, 우라노그라피아(Uranographia, 1801) 10장에 실린 페가수스자리 하늘에서 페가수스는 상반신만 표시되지만 두 날개가 모두 표시될만큼 충분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페가수스자리 바로 앞에는 조랑말자리가 있습니다. 조랑말자리의 조랑말은 머리만 그려집니다. |
'STAR TALES 3장 - 88개 별자리' 목록으로 돌아가기
번역자 주석
1. 한글별자리 이름은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별자리 이름을 사용하였습니다.
2. 별 이름은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별 이름을 우선 사용하였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되어 있지 않은 경우 <a Dictionary of Modern Star Names>(ISBN-13 : 978-1-931559-44-7, ISBN-10 : 1-931559-44-9)에 제시된 고전 발음에 입각한 별 이름을 사용하였습니다.
3. STAR TALES는 영국의 천문작가 이안 리드패스(Ian Ridpath)의 별자리 개론서입니다.
4. 원문은 이안 리드패스가 운영하는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5. 본 글은 저자의 허락을 받아 포스팅한 글입니다.
원문과 번역문 모두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 복제 및 배포를 금합니다.
'2. 별자리 이야기 > STAR TAL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STAR TALES 3장 - 88개 별자리 82. 헤르쿨레스자리(HERCULES) (0) | 2025.02.06 |
---|---|
STAR TALES 3장 - 88개 별자리 81. 페르세우스자리(PERSEUS) (1) | 2025.02.05 |
STAR TALES 3장 - 88개 별자리 79. 팔분의자리(OCTANS) (0) | 2025.02.03 |
STAR TALES 3장 - 88개 별자리 78. 파리자리(MUSCA) (0) | 2025.02.02 |
STAR TALES 3장 - 88개 별자리 77. 토끼자리(LEPUS) (0) | 2025.02.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