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 10

사람을 거르는 법

나는 예나 지금이나 사람을 만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성격에도 불구하고 회사를 19년 동안 다닐 수 있었던 건 업무 특성 상 만나는 사람들의 편차가 그다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별보는 생활을 하면서는 별의별 사람을 다 만나게 되었고 사람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상당히 심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떤 사람을 걸러야 하는지 알게 됐다. 그건 바로 '별을 보지 않는 사람'이다. 별을 본다는 구실로 만들어진 많은 단체가 있다. 하지만 그 속을 보면 '별을 보지 않는 사람'도 상당히 많다. 게중에는 과거에 이미 많이 봤다는 사람도 있고 꼭 시골에서 별을 봐야 별을 보는 건 아니라는 사람도 있다. 구구절절한 말은 다 필요없다. 별을 보지 않는 사람. 그런 사람을 피하..

2022년 김장

이소월 지부장님과 김옥경 총무님께서 감사하게도 오종종한 배추 네 포기를 주셨다. 올해는 원래 김장을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이래저래 해야 할 일들도 많고 가족이래봐야 나와 안쥔마님 단 둘이라서 김치가 많을 필요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추가 생긴 김에 김장을 했다. 어제 배추를 절여 말려 놓았고 오늘 아침 무와 쪽파, 생강을 사서 김치속을 만들었다. 배추를 절이는 것도 김치속을 만드는 것도 두 번째 하는 거라서 그런지 예전보다 훨씬 잘됐다. 그래서인지 김치맛도 예전보다 훨씬 좋아졌다. 냉장고 가득 찬 김치를 보니 뿌듯했다. 김치는 확실히 직접 담가 먹는게 최고다. 두 번째 한 김장도 경험이라고 첫 번째보다 훨씬 수월하게 끝났다. 이제 게으름 피지 말고 김치 떨어지면 그때그때 배추 한 두 포기 사서 직..

소금같은 사람들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 경남지부에서 관측회를 한다기에 만사 제쳐두고 다녀왔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모든 게 셧다운 된 후 거의 3년 만에 열리는 관측회였습니다. 제가 처음 경남지부 관측회에 참가했을 때 느꼈던 감동이 얼마나 컸었는지 당시 느낌을 적은 글이 있습니다. 먹고 공부하고 별보라 -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 경남지부 신년관측회 엿보기 2019년 첫번째 황금월령을 맞은 2019년 1월 5일.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 경남지부 신년관측회가 열린 경남 창녕 성곡오색별빛마을에 다녀왔습니다. 경남지부 신년 관측회를 옆에서 보니....흠...뭐 big-crunch.tistory.com 지금 보니 2019년 1월의 신년 관측회였네요. 시간이 많이 흘렀죠. 그 사이 사람도 세상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 자신이..

나도 나만의 별을 정해야겠습니다 - 사자자리별비 관측기

지난 주 목요일(17일), 사자자리별비가 내린다기에 조경철 천문대에 향했습니다. 저는 하늘에서 벌어지는 여러 일 중에 별똥별을 제일 좋아합니다. 그러다보니 유성우는 특별히 챙기는 편입니다. 저로서는 특별한 일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바로 제 망원경 첫눈이의 보정판을 청소한 일입니다. 제 망원경은 슈미트카세그레인 11인치 망원경입니다. (셀레스트론 C11) 보정판 청소가 뭐 대단한 일이냐고 하시겠지만 워낙 손재주가 없다보니 기계나 공구를 만지는 일은 저에게는 꿈도 꾸지 못할 일입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보정판에 기름띠 같은 얼룩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급기야는 이것 때문에 별상 한쪽이 터지는 것 같아 더이상 뭉개고 버틸 수가 없는 상태였죠. 결국 큰 결심을 하고 이곳 별하늘지기를 비롯한 각종 유튜브 방송을..

별자리를 찾아서 2. 누가 선을 그었는가?

예전에 '별자리가 형태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오해에 대해' 쓴 적이 있습니다. 그 이야기를 조금 더 해 보고자 합니다. 별자리가 형태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오해를 하게 만드는 원인이 어디에 있을지 생각해 봤습니다. 제가 생각했을 때 그 원인은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째는 별자리를 시기 별로 구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별자리를 인식할 때 별자리 선에 무의식적으로 얽매이기 때문입니다. 우선 첫째. 별자리를 시기 별로 구분하지 않는 점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혹시 '프톨레마이오스자리'라는 단어를 들어보셨는지요? 프톨레마이오스자리란 고대의 별자리로서 프톨레마이오스의 저서인 알마게스트를 통해 전하고 있는 별자리입니다. 제가 앞서 글에서 소개한 '아모르포토이'라는 단어는 바로 이 프톨..

별자리를 찾아서1. 별자리가 형태와는 아무상관이 없을까?

예전에 우연한 기회에 별자리에 대한 강연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강사께서 '별자리는 형태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하시더군요. 저는 그 말을 듣고 좀 의아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본 별자리 중 상당수는 실제 그 형상을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큰곰자리나 사자자리는 정말 곰이나 사자처럼 보였고, 오리온자리나 쌍둥이자리도 사람이 우뚝 서 있는 모습으로 보였습니다. 물론 정말 그렇게 꼬리가 긴 곰이 어딨냐?라고 묻는다면 할말은 없지만 '형태'라는 게 꼭 디테일이 맞아야만 쓸 수 있는 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이 그림이 어떤 '형태'로 보이시나요? 저는 '사람 형태'로 보입니다. ^^ 별들이 비례에 맞춰 늘어서 있어야만, 디테일을 정확하게 구성하고 있어야만 '형태에 맞는다'라고 ..

어떻게든 최선을 다하기

다시 별지기 생활로 돌아가면서 그때의 템포로 돌아가는데 소소한 문제를 겪고 있다. 그 문제들이 지난 11월 8일 개기월식 촬영을 나갔을 때 한꺼번에 터져나왔다. 이번 목표는 풍경 사진을 제대로 한 번 찍어보는 것과 함께 망원렌즈로 월식의 전과정을 동영상촬영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풍경사진용 풀바디 카메라 두 대, 망원경에 이어붙일 크롭바디 카메라 한 대, 삼각대 3개, 스카이트래커 등, 내가 가지고 있는 장비 중 망원경을 제외한 모든 장비들을 투입했다. 이번 촬영 장소로 선택한 곳은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이었다. 화각을 잡기 위해 사전답사까지 했었다. 결국 최종적으로 선택한 화각은 문안한 화각이었다. 11월 8일 오후 3시 길을 나섰다. 날씨는 쾌청했고, 일기예보도 좋았다. 준비한 짐을 꾸역꾸역 갖다 놓고..

다시 촛불 집회

2016년 겨울에 나는 월급쟁이였고 그러다보니 별은 악착같이 금요일에 보러 다니고 토요일에는 촛불 집회에 참석했었다. 지금은 매인 곳 없는 프리랜서다. 별은 평일에 보고 토요일에 촛불 집회에 참석하면 된다. 더 널널해졌고 더 여유있어졌다. 놀라운 건 이젠 더 이상 이런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촛불 집회를 또 하는게 아니라 또한번 똑같이 무능한 대통령이 선출된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하지만 상관없다. 나는 내 할일을 하면 그만이다. 집회에는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았고 끊임없이 사람들이 몰리면서 시청에서 남대문까지 차단되는 차선도 점점 늘어만 갔다. 지난 일주일간 뉴스를 보며 분노가 쌓이고 쌓였다. 집회에서 윤석열은 퇴진하라! 를 외쳐부르니 속이 다 시원했다. 한편 가슴 절절한 추도사도 있었다. 특히 세월호..

참사랑 묘역 위령미사.

시간이 참 많이도 흘렀다. 용인 천주교 공원묘지 참사랑 묘역에 안장된 시신기증자들을 위한 위령 미사에 참여했다. 예전에 내가 이 미사에 참여했을 때는 아버지를 추모하기 위해서였다. 그때가 2009년 11월 3일이었다. 만 13년의 세월이 지났다. 그리고 같은 곳에 이제는 장모님을 추모하기 위해 참석했다. 날씨는 쌀쌀했지만 그 덕에 공기가 맑고 상쾌했다. 날라리 신자인 나는 실로 오랜만에 묵주기도를 드렸다. 이렇게 참사랑 묘역에 유가족들이 함께 모여 미사를 드리는 것도 팬데믹으로 인해 3년 만에 재개된 것이라고 한다. 미사를 집전하시는 신부님도 유가족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해부학교실 주임교수도 학생대표도 사람은 모두 변했지만 그 분위기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었다. 이렇게 마음 포근한 자리에 가족으로서 참..

온세상을 바라보며 행복했던 순간

지난 주말 조경철 천문대에 다녀왔습니다. 주말의 조경철 천문대는 관람객이 많아 관측 조건이 좋지 않습니다. 별빛보다는 자동차 전조등이 넘쳐나는 장소가 되죠. 하지만 홍천 일기예보가 좋지 않아 조경철 천문대로 향했습니다. 큰 기대 없이 그냥 앉아나 있다 오자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나마 자동차가 덜 올것으로 생각한 북쪽 주차장에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만, 북쪽, 남쪽 할 것 없이 예상대로 자동차들이 넘쳐났습니다. 하지만 관람시간이 끝나자 사람들도 많이 줄어들고 조경철 천문대 주변이 어두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예상외로 시상도 좋고 투명도도 좋았습니다. 천정까지 떠오른 페가수스자리 대사각형에서 '작은돌고래(Delphinus Minor)'라는 자리별을 찾다가 가을의 상징과도 같은 안드로메다 은하와 M32, M110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