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끄저기 234

Shalom lach Mirjam

shalom lakh Mirjam שָלוֹם לָךְ, מִרְיָם 마리아께 경배드리나이다 meleat ha-khesed מְלֵאַת הַחֶסֶד, 은혜가 가득하시며 Adonai imakh ה׳ עִמָּךְ 주님께서 함께 하시는 분 berukha at banashim .בְּרוּכָה אַתְּ בַּנָשִׁים, 모든 여인 중에 축복을 받으신 분 u-varukh pri bitnekh Yeshua וּבָרוּךְ פְּרִי בֵּטְנֵךְ יֵשׁוּעַ 잉태하신 예수님 또한 축복받으시나이다. Mirjam hakedosha מִרְיָם הַקְּדוֹשָׁה, 거룩하신 마리아시여. em haElohim אֵם הָאֱלהִים, 신의 어머니이신 분이시여 hitpaleli baadenu..

시인이란?

두 권 있는 네루다 시집은 그냥 정신 나간 낙서인것 같다. 별 감흥도 없고 감동도 없다. 물론 인상적인 표현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길 잃은 기차’ 처럼 말이다. 하지만 뭐든 헛소리를 두 권 분량 써 놓으면 아무리 미친넘이라도 한 문장 정도는 인상깊게 들리기 마련이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도 들었다. 사유를 하거나 사색을 하거나 잡념에 빠지는 건 사람을 크게 괴롭히고 상하게 하는 일이다. 그게 힘든 일이라는 걸 난 최근 1,2년 사이에야 알았다. 글도 안 써지고 걷지도 못하겠고 무기력에 빠지면 하루종일 생각에 빠지는데 그런 상태는 이러다 죽겠다 싶은 상태까지 나를 몰고 간다. 그러고보니 시인이란 위대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강력한 잡념의 소용돌이에서 용케 살아남은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에우리피데스를 알게 되다 - 그리스 비극 걸작선

아이스퀼로스와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를 고대 그리스 3대 비극작가라고 한단다. 이번에 처음 알았다. 책에 실린 비극은 각 작가 당 2~3편 정도로 분량이 많진 않았다. 그 유명한 오이디푸스 왕 이야기도 원본 글로는 처음 봤다. 줄거리로 따지면야 익히 아는 줄거리여서 그러려니 하고 봤다. 물론 인상적인 묘사와 감정표현들이 군데군데 있었고 무엇보다도 TV나 사진으로 봐왔던 고대 그리스 극장에서 어떤 식으로 공연이 이루어졌을지를 미루어짐작할 수도 있었다. 특히 에서는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는 짜임새가 숨막히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데 내게는 에우리피데스의 글 와 에 특별한 감정이 느껴졌다. 다른 작가와는 차별화된 느낌의 대사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한결같이 당시로서는 주변인 일수밖에 없는 여인의 감정이 세세하..

'탈북자'가 아닌 '사람' - 영화 '믿을 수 있는 사람'

3년 전 쯤, 자료 조사차 탈북자 유튜브를 찾아보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 주로 보던 프로그램은 배나 TV의 '탈탈탈'이라는 프로였다. 탈북자들이 나와 어렸을 때부터의 성장기와 탈북을 감행하게 된 사연,사선을 넘어 대한민국에 도착하고 대한민국에서 겪은 좌충우돌 적응기를한 사람당 2~3시간에 걸쳐 심층적으로 이야기하는 프로였다.  내용이 진솔하기도 했거니와 무엇보다 이렇게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음으로서 심리적 치유를 받는 모습이 인상적이기도 했다.  어느 회차에선가 대한민국에서 소개팅으로 만난 남자에게 이별을 통보했을 때,"감히 탈북자 따위가 나를 차?"라는 얘기를 들어야 했다는 젊은 여성 탈북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충격을 받은 기억도 있다.  아....그렇구나...어디나 널려 있는게 또라이라지만 외국인 노동자..

환상의 콜라보

중앙정부가 국가를 전쟁분위기로 내모는 와중에 양천구는 1박 2일동안 지역난방을 끊어 구민들에게 친히 전쟁체험까지 시켜줬다. 그러고보니 일전에 대규모 정전사태도 마음 써준 사전전쟁체험학습이었나보다. 집권 2년 만에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제대로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참으로 감격스러웠다. 그나저나 오후 2시 반부터 복구완료를 보도한 뉴스와 달리 저녁 10시가 넘어서까지 난방이 공급되지 않는 걸 보니 이번 전쟁 체험학습에는 전시 흑색선전도 미리 체험해 보라는 배려가 담긴 것 같다. 빨간당의 세심한 마음 씀씀이에 찬사를 보내는 바이다.

누가 죄인인가? : 하얀 리본

영화 하얀리본. 영화는 20세기 초 독일의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시대와 배경, 그리고 흑백으로 처리된 영화의 장면 하나하나가 모두 적절하다. 사람은 누구나 잘못을 저지르고 산다. 몰라서 그럴 수도 있고 실수로 그럴 수도 있지만 일부러 그럴 수도 있고 아예 목적으로 그럴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잘못에 대해서는 처벌이 따른다. 처벌은 법적 처벌일 수도 있고 관습적 처벌일 수도 있다. 공동체의 괴롭힘이나 따돌림일 수도 있고 어른의 훈육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게 있다. 모든 잘못이 처벌되는 것도 아니고 처벌이 잘못의 경중에 따라 적절하게 매겨지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영화는 처벌받지 않는 어른들의 잘못과 가혹하게 처벌되는 아이들의 잘못을 교묘하게 대비하고 있다. 내가 이 영..

세상의 주인

촛불 집회에 나가면 기분이 좋다. 분노할 줄 아는 사람들. 그 분노를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도 나처럼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구태여 옷을 챙겨입고, 구태여 차나 지하철을 타고 구태여 시간을 내어 나왔을 것이다. 세상은 구태여 움직이는 사람들의 것이다. 그들은 그렇게 세상을 차지하고 있다. 광화문에서 마무리 집회를 하며 촛불집회가 광화문이 아닌 세종대로에서 열리는 이유를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경찰들이 광화문 광장 진입을 바리케이드를 쳐 막고 있었다. 아하! 이 넘덜이 트라우마가 있구나! 집회를 마치자 허기가 졌다. 가까운 나주곰탕 집에 들어가 밥을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왔다. 윤석열 탄핵을 외치는 목소리가 가득했던 광장 사거리는 일상으로 돌아가 있었다. 빠르..

내면적 이주(inner emigration) -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일전에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읽고 간단한 감상문을 적었었다. (예전 감상문) 그런데 꼭 기억해야 할 내용이 있어 글을 추가한다. 그건 바로 '내면적 이주(inner emigration)'에 대한 내용이다.  내면적 이주란 나치 독일 치하에서 고위 여하를 막론하고 직위를 가졌던 사람들이나치 독일의 부당한 정책을 어쩔 수 없이 따르긴 했을 지언정마음으로는 이를 따르지 않은 경우를 말하는 용어이다.  나는 이 책에서 단 3페이지에 등장하는 '내면적 이주'가 대한민국에서 여전히 이슈가 되고 있는 친일파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기준을 제공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 책에서 '내면적 이주'는 그냥 지나가며 다뤄지는 단편적인 내용이다.  예를들어적어도 5만 명 이상의 학살을 주관한 나치 전범 오토 브라트..

눈앞에 닥친 일 하기

전형적인 소시민인 내가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은 '눈앞에 닥친 일 하기'이다. 한때는 원대한 꿈을 꾸고 그래서 이상을 부르짖는 것만으로 세상이 바뀔 거라 생각했는데 나이가 들어갈수록 어리석은 생각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어느 순간 계획도 세우지 않게 됐다. 계획이라는 건 내가 변수를 통제할 수 있을 때 세우는 거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변수가 없는데 무슨 계획을 세우겠는가? 그래서 친구의 조언을 받아 정립한 기준이 눈앞에 닥친 일은 하자였다. 일단 너무나 낮기만 한 내 눈에 띠었다는 건 어쨌든 내가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니까 말이다. 예를 들자면 이런거다. 난 지구의 환경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그렇다고 마냥 손을 놓을 수 없어, 차를 살 때 하이브리드를 샀다. 트렁크가..

관점을 바로 잡는 굉장한 경험 - 최초의 역사 수메르

1. '수메르 신화'는 나의 지식탐구 여정에 한 축을 차지한다. 신화를 워낙 좋아하기도 하거니와 조철수 교수님의 책 를 통해 처음 수메르 신화를 접했을 때의 감동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수메르 신화를 접하고 성경을 비롯한 다른 신화는 다 애들 장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나를 사로잡는 것은 수메르 신화에서 별자리의 원형이 읽힌다는 것이다. 우르 3왕조 때 만들어진 인장에서 염소자리 그림을 발견했을 때 느꼈던 전율은 지금도 나를 압도하고 있다. 그 이후 수메르, 바빌로니아, 메소포타미아와 관련된 책들은 닥치는대로 사 읽었다. 별자리 기원에 대한 단서를 뽑아내기 위해서였다. 그 와중에 길가메시 서사시에 깊게 빠져들기도 했다. 그 옛날 삶의 본질을 꿰뚫은 위대한 사상과 그 사상을 써 내려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