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 18. 13:36ㆍ2. 별자리 이야기/STAR TALES
소유격 표기 : Virginis
약어 표기 : Vir
별자리 크기 순위 : 2번째
기원 : 프톨레마이오스가 알마게스트에 기록한 48개 별자리 중 하나.
그리스어 표기 : Παρθένος (파르테노스)
표준국어대사전 등재명 : 처녀자리, 실녀궁(室女宮), 쌍녀궁(雙女宮), 처녀궁(處女宮), 처녀성좌, 처녀좌
그림 1 요한 바이어의 우라노메트리아(Uranometria, 1603)에 그려진 처녀자리 |
처녀자리는 밤하늘에서 두 번째로 큰 별자리로서 처녀자리보다 큰 별자리는 바다뱀자리(HYDRA) 뿐입니다.
처녀자리의 처녀는 천사를 연상시키는 날개가 있으며 왼손에 밀이삭을 든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고대 그리스에서 이 별자리는 Παρθένος(파르테노스)라고 불렸습니다.
이 이름은 알마게스트에 등장합니다.
처녀자리는 대개 제우스와 테미스(Themis) 사이에서 태어난 정의의 여신 디케(Dike)로 상징되는데, 별들의 아버지인 아스트라이오스(Astraeus)와 새벽의 여신 에오스(Eos) 사이에서 태어난 아스트라이아(Astraea)를 상징한다는 설도 있습니다.
디케 여신은 쇠퇴하는 인류의 윤리를 담은 교훈적 이야기에서 공정한 관찰자로 등장합니다.
이 이야기는 그리스로마신화에서 인기있는 이야기였는데 한때 정의로웠던 사회를 그리워한다는 이야기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익숙한 소재이기도 합니다.
디케는 크로노스가 올림포스를 다스리던 황금시대에 지구에 살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때는 평화와 행복이 가득한 시기였죠. 일년 내내 봄이었고, 땅은 경작을 하지 않아도 푸성귀를 내던 시기였습니다. 사람들은 신처럼 살았고, 노동이나 슬픔, 두려움이나 전쟁을 몰랐습니다. 이때 디케는 사람과 함께 살며 지혜와 정의를 골고루 나누어주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제우스가 아버지 크로노스를 물리치고 올림포스에 좌정하여 세상을 다스리는 은의 시대가 도랬습니다.
이때부터 사계절이 시작되죠. 이 시대의 인간은 싸우기를 좋아했고 신을 더이상 공경하지 않았습니다.
사라져버린 소박했던 나날을 그리워한 디케는 선조의 이상을 저버린 사람들을 엄격하게 꾸짖으며 '더 나쁜일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리고는 날개를 펴 산으로 들어가 인류에게 등을 돌려버렸습니다.
결국 청동의 시대와 철의 시대가 왔습니다.
사람들은 폭력과 도둑질, 전쟁에 빠져들었죠. 세상에 넘쳐나는 죄악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던 디케는 지구를 떠나 하늘로 올라가 별자리가 되었다고 합니다.
처녀자리의 또다른 정체
처녀자리의 정체로 주장되는 또다른 여신들이 있습니다.
우선 데메테르(Demeter)가 있습니다.
데메테르는 곡물의 여신으로서 크로노스와 레아의 딸입니다.
데메테르는 제우스와의 사이에서 딸 페르세포네(Persephone)를 얻었습니다.
페르세포네는 '처녀'라는 뜻을 가진 코레(Kore)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페르세포네는 저승의 신 하데스가 아니었다면 영원히 처녀로 남아 있었을 것입니다. 페르세포네는 시실리 섬, 헨나에서 꽃밭을 거닐다가 하데스에게 납치당했습니다. 페르세포네를 낚아챈 하데스는 네 마리 검은 말이 이끄는 마차에 그녀를 태우고 저승세계로 내려갔고 페르세포네는 어쩔 수 없이 저승의 여왕이 되었습니다.
없어진 딸을 찾아 하릴없이 떠돌던 데메테르는 시실리의 들판을 저주하여 모든 곡식이 죽어버렸습니다.
데메테르는 결코 지지 않는 별자리인 큰곰자리(URSA MAJOR)에게 딸의 행방을 물었습니다. 하지만 하데스가 페르세포네를 납치한 것은 대낮이었기 때문에 큰곰자리는 태양에게 물어보라고 대답해 주었고, 결국 데메테르는 태양으로부터 사건의 전모를 듣게 됩니다.
분노한 데메테르는 제우스를 찾아가 하데스로 하여금 딸을 돌려주도록 명령을 내릴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제우스가 마지못해 동의했지만 때는 너무 늦고 말았죠. 페르세포네는 이미 지하에 있는 동안 약간의 석류알을 먹었습니다. 저승의 음식을 먹었기 때문에 결코 이승으로 돌아올 수 없는 운명이 되었죠. 사건은 페르세포네가 일년의 반(어떤 이들은 3분의 1이라고 합니다)은 지하세계에 있고, 나머지 반은 지상에 머무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이 이야기는 계절의 변화를 비유하는 이야기입니다.
에라토스테네스(Eratosthenes, 276~194BC)는 처녀자리가 북시리아 풍요의 여신 아타르가티스(Atargatis)를 말한다고 했습니다. 아타르가티스는 한 손에 옥수수 이삭을 들고 있는 것으로 묘사되곤 합니다. 하지만 에라토스테네스의 의견은 잘못된 의견인 것 같습니다. 아타르가티스는 남쪽물고기자리(PISCIS AUSTRINUS)를 상징하기 때문입니다.
히기누스(Hyginus)는 좀더 그럴듯한 의견을 냈습니다.
그는 처녀자리를 이카리오스(Icarius)의 딸 에리고네(Erigone)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카리오스는 포도주를 처음 만든 사람이고 에리고네는 아버지 이카리오스의 비극적인 죽음을 접하고 자살한 딸입니다.
이 이야기에서 이카리오스는 처녀자리 북쪽에 있는 목동자리(BOÖTES)의 주인공이며 이카리오스의 개 마이라(Maera)는 작은개자리(CANIS MINOR)의 주인공입니다.
에라토스테네스와 히기누스는 또한 처녀자리의 또다른 정체로 행운의 여신 티케(Tyche)를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티케는 대개 이삭이 아닌 풍요의 뿔을 들고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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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요하네스 헤벨리우스(Johannes Hevelius), 소비에스키의 창공( Firmamentum Sobiescianum , 1690)의 처녀자리 |
스피카(Spica)를 비롯한 처녀자리의 별
처녀가 왼손에 들고 있는 이삭은 1등급의 처녀자리 알파(α)별 스피카(Spica)가 장식하고 있습니다.
스피카는 라틴어로 '곡물의 이삭'을 뜻합니다.
스피카의 그리스어 이름은 Στάχυς(스타퀴스)이며 뜻은 동일합니다.
아라비아에서 이 별은 두 가지 이름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우선 al-sunbula(알 순불라)라는 이름이 있는데 이는 그리스와 마찬가지로 이삭이라는 뜻입니다.
또다른 이름은 al-Simāk al-a‘zal(알 시마크 알 아잘)입니다. 이 이름은 '무장하지 않은 시마크'를 의미합니다.
이 이름은 목동자리 알파별 아르크투루스의 아라비아 이름인 al-Simāk al-rāmiḥ(알 시마크 알 라미흐)와 비교하여 이해해야 합니다.
al-Simāk al-rāmiḥ(알 시마크 알 라미흐)'라는 이름은 여러가지 설이 있지만 '창 또는 긴 막대기를 가진 시마크'로도 번역할 수 있습니다.
아라비아 천문전승 전문가인 애리조나주립대학 다니엘 애덤스(Danielle Adams)는 아라비아에서 아르크투루스와 스피카는 하늘을 지탱하는 두 사람을 의미하는al-simākān(알 시마칸)이라 불렸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요한 보데(Johann Elert Bode, 1747~1826)는 우라노그라피아(1801)에서 처녀자리 알파별 이름으로 스피카 외에도 아시메크(Azimech)라는 이름을 썼습니다.아시메크라는 이름은 바로 아라비아어에서 반복된 단어인 al-Simāk(알 시마크)의 영향을 받은 이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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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요한 엘레르트 보데, 우라노그라피아(Uranographia, 1801)의 처녀자리 |
처녀자리 베타(β)별의 이름인 자비야바(Zavijava)는 아라비아어로 '각(angle)'을 의미하는 zāwiyat(자위야트)에서 유래하였습니다. 프톨레마이오스는 알마게스트에서 이 별을 처녀의 왼쪽 날개 끝에 놓았습니다.
역시 왼쪽 날개에 위치하는 처녀자리 감마(γ)별의 이름은 포리마(Porrima)입니다.
이 이름은 로마의 여신 이름을 딴 것입니다.
오비디우스(Ovid, 43BC~17AD)의 저서 <로마의 축제들(Fasti)>에 따르면 포리마와 그녀의 누이이자 난산을 돕는 로마의 여신 포스퉤르타(Postverta)는 신탁을 전하는 여자 예언자 카르멘타(Carmenta)와 자매지간이거나 동료였다고 합니다.
이들은 역할이 나뉘어져 있었는데 포리마는 항상 과거의 일을 노래했고 포스퉤르타는 항상 미래의 일을 노래했다고 합니다.
처녀의 오른쪽 날개에 있는 처녀자리 엡실론(ε)별은 빈데미아트릭스(Vindemiatrix)입니다.
이 이름은 라틴어로 '포도를 수확하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이 별은 8월에 태양이 뜨기 전에 보이는데, 이 때가 바로 포도 수확이 시작되는 때라고 합니다.
오비디우스는 <로마의 축제들>에서 이 별이 암펠로스(Ampelus)를 기념하는 별이라고 했습니다.
암펠로스는 포도주의 신 디오니소스의 사랑을 받은 소년입니다. 그런데 느릅나무를 휘감고 올라간 포도나무의 포도를 따기 위해 올라갔다가 떨어져 죽고 말았다고 합니다. 디오니소스는 죽은 암펠로스를 하늘에 올려 만든 별로 만들었다고 하죠.
빈데미아크릭스의 그리스어 이름은 Προτρυγητήρ(프로트뤼게테르)입니다.
이 이름 역시 '포도를 수확하는 이'를 의미합니다.
달력을 표시하는 별로서 이 별의 중요성은 아라토스(Aratus, 315~243BC)가 언급한 몇 안되는 별 중 하나라는 사실로도 드러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별의 밝기 등급은 3등급입니다. 아라토스가 언급한 다른 별에 비해 어두운 별이기 때문에 이 별을 언급한 것은 더더욱 특별한 일입니다.
추분점으로서의 처녀자리
처녀자리에는 태양이 천구의 적도를 남반구로 가로질러가는 지점, 즉 추분점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고대에 추분점은 천칭자리(LIBRA)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추분은 때때로 '천칭자리의 첫 번째 지점'으로 언급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세차운동의 결과로 현대 별자리 경계를 기준으로 봤을 때 추분점은 기원전 730년 경 처녀자리로 넘어왔습니다.
2439년이 되면 추분점은 사자자리(LEO)로 넘어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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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자 주석
1. 한글별자리 이름은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별자리 이름을 사용하였습니다.
2. 별 이름은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별 이름을 우선 사용하였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되어 있지 않은 경우 <a Dictionary of Modern Star Names>(ISBN-13 : 978-1-931559-44-7, ISBN-10 : 1-931559-44-9)에 제시된 고전 발음에 입각한 별 이름을 사용하였습니다.
3. STAR TALES는 영국의 천문작가 이안 리드패스(Ian Ridpath)의 별자리 개론서입니다.
4. 원문은 이안 리드패스가 운영하는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5. 본 글은 저자의 허락을 받아 포스팅한 글입니다.
원문과 번역문 모두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 복제 및 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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